[사설]확 달라진 국민의힘의 5·18 평가, 퇴행 없이 지켜나가야

2021. 5. 18.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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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41주년 기념일인 18일, 국민의힘이 5·18을 대하는 태도가 전과 확연히 달랐다.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5·18 41주년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다. 전날 5·18 추모제에 같은 당 정운천·성일종 의원이 보수정당 소속 의원으로는 처음 유족회 초청을 받은 것과 더불어 도드라지는 행보다.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와 유승민 전 의원도 같은 날 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호남 민심을 얻으려는 행보라고 해도 매우 긍정적인 모습으로 환영할 만하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정권은 쿠데타에 저항하는 광주 시민들의 민주화시위를 총과 칼로 짓밟았다. 그 후예인 보수정당들은 북한군 개입설 등 음모론을 펴며 광주정신을 모독했다. 김순례·이종명 전 의원 등이 국회 공청회에서 ‘5·18 유공자 괴물집단’ 등 망언을 했지만 지도부가 ‘당원권 3개월 정지’ 등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묘역을 찾아 무릎 끓고 사과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5·18왜곡처벌법이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될 때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이날 김 대표 권한대행이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어도 시민들이 국민의힘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것은 이런 전력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5·18 추모행사에서 보여준 인식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고자 한다면 계속 변화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우선 5·18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혹여 5·18을 모욕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미적대지 말고 엄단함으로써 5·18의 의미와 가치에 진심으로 동의하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이날 하태경·성일종·김은혜 의원 등이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찬성 또는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이야말로 진정 5·18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다. 지도부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광주 시민들의 염원에 응답해야 할 것이다.

5·18민주화운동은 이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한 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군부 쿠데타에 항거하는 미얀마 국민들, 민주화투쟁을 벌이고 있는 홍콩 시민들이 광주정신을 기리고 따르려 한다. 이런 현실에 비추면 제1야당의 5·18에 대한 태도 변화는 너무나 늦었다. 광주 시민들은 너른 마음으로 국민의힘 지도부를 받아들였다. 이제 국민의힘이 행동으로 5·18을 향한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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