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비·학자금 대출은 복지 성격 강해.. 적극적 조정 필요" [불법사금융 내몰리는 저신용자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의도는 좋지만
저신용자들 되레 벼랑끝 내몰릴 수도
도덕적 해이 방지 대책도 함께 추진
공급자·수요자 정보 비대칭 해소를
불법광고 적극적으로 걸러내는 포털
ESG 평가에 반영 땐 기업·정부 윈윈
◆“금융화한 복지, 복지의 관점에서 풀어야”
우선 일반 고신용자들과 저신용자들의 대출시장은 엄연히 다르다. 말만 같은 대출일 뿐, 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고신용 대출은 은행, 저신용 대출은 대부업체가 각각 수요를 맡는다. 고신용 차주들은 낮은 비용으로 대출시장에 접근할 수 있지만, 저신용자들은 고신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출시장 진입이 불가능하다.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들의 열악한 상황을 이용해 터무니없이 높은 금리를 매기는 상황이 만연해 있다면 최고금리 인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업체들의 자금 조달 비용 및 저신용자들의 수요 등이 맞물려 저신용 대출시장의 금리가 형성된 만큼, 선한 의도로 추진되는 최고금리 인하 정책이 목적과 다소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질적이고 감당하기 힘든 부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장기(10년 이상) 소액(1000만원 이하) 채무에 대해 상환능력 심사과정을 거쳐 추심을 중단하고 채권을 소각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정책은 차주의 도덕적 해이나 복지·금융 간 경계 모호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전달체계의 고도화 및 전문 상담인력 확충 등의 정책도 함께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불법 사금융이나 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가 활개를 치는 부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늘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수법이 너무 고도화되는 부분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한 소장은 “코로나19 이후 경제난이 심화하며 소득원은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주식·가상화폐 투자 등으로 금융 수요가 급증하다 보니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됐다”며 “불법 사금융 등 비정상적 금융행위가 그 틈을 파고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국내 포털사들을 중심으로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과거에는 포털 및 플랫폼 기업들의 방관이 불법 사금융과 보이스피싱 범죄의 확산을 부채질하는 측면이 다분했다. ‘무이자’를 내세우거나 파산을 조장하는 대부광고를 여과 없이 내보내는 등의 행태는 대부분 개선됐지만, 공공기관을 사칭하거나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불법 대부광고들까지 모두 걸러내기에는 기업의 역량에도 한계가 있다.
오 박사는 “불법 광고를 걸러내거나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추는 플랫폼 기업들의 노력을 향후 확대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반영해준다면 기업과 정부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정책서민금융과 채무자 지원제도 등 정부의 관련 정책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학령기부터 신용도나 재무 등 금융교육을 활성화하는 부분도 향후 과제로 떠오른다.
김준영·김희원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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