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지시에도 또 '부실급식'..사실확인에만 이틀 걸린 국방부

조빛나 2021. 5. 18.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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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계룡대 ... 또 부실급식 제보

이번에는 육군과 해군, 공군본부가 모여있는 통합기지인 계룡대였습니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16일, 병사들의 부실급식 제보가 이어지고 있는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 에 새로운 제보가 올라왔습니다.

반찬을 담는 네 곳 중 세 곳이 비어있는 도시락 사진이었는데 김치 볶음과 김, 건더기가 보이지 않는 국이 전부였습니다. 제보자는 계룡대 예하 부대 14일 자 아침 배식이라고 밝혔습니다.

16일 페이스북 계정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올라온 부실급식 제보 사진


“부실급식? 그런 부대 없는데요...”

한 달 전 ‘부실급식’ 문제가 불거진 이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육해공군 총장들이 직접 일선 부대를 방문하며 지휘관들의 관심을 독려하는 상황. 그런데 이번에는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부실급식이 제공됐다니, 국방부는 초긴장 상태가 됐습니다.

16일 오후 내내 국방부에서는 ‘어느 부대냐’라는 말이 계속 나왔습니다. 부대 찾기에 비상이 걸렸는데도 ‘우리 부대’라고 이실직고하는 곳도 없었다고 합니다.

게시물이 올라온 지 약 10시간 만에 국방부 페이스북 계정에는 사진 3장과 함께 입장문이 게시됐습니다.

16일 페이스북 계정 ‘국방부’에 올라온 입장


현재까지 확인한 결과라며 단서를 달긴 했지만, “배식 전 도시락 사진을 보면 모든 메뉴가 정상적으로 제공됐을 것으로 판단한다”는, 사실상 제보 내용에 대한 반박이었습니다. 제보를 ‘거짓’으로 의심하는 듯한 뉘앙스도 읽혀집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부실급식’ 제보에, “우리 부대 급식은 잘 나온다”는 댓글이 가끔 달린 적은 있어도 이렇게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사진까지 올리며 입장을 낸 것은 처음입니다. 국방부는 자체 페이스북 계정 외에도 제보가 올라온 ‘육대전’에도 댓글로 입장을 올렸습니다.

1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부승찬 대변인은 국방부가 입장을 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격리인원이 8명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이 병사들에 대해서 확인도 다 했고요. 현재까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제공된 것으로 보이는데, 추가적으로 이게 계룡대 근무지원단이 아닌 육군, 공군, 해군의 직할부대에서의 문제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 중입니다.”

■ 제보 반박 이틀 만에 ‘부실급식’ 인정한 국방부

그러자 추가 폭로가 나왔습니다.

“제보 사진과 국방부의 해명 사진 속 반찬이 다르다, 격리 인원도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실급식’ 진실공방은 결국, 국방부가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정상 제공됐다는 도시락 사진까지 올리며 제보에 반박 입장을 낸 지 이틀만입니다.

부승찬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부대에서 도시락을 배식하는 과정에서 일부 메뉴가 빠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8명 외 동일집단 격리장병 100여 명이 있었고 이들에게 제공한 급식을 확인해보니 제보 내용이 사실로 확인됐다는 설명입니다.

16일 조사 당시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제보가 도시락 사진이어서 통상 도시락이 지급되는 1인 격리자들만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호트(동일집단) 격리자들은 병사식당에서 먹기 때문에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계룡대 해당부대에서는 코호트 격리자들에게도 도시락을 제공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는 것입니다.

14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방부 근무지원단을 방문해 격리장병용 급식을 확인하는 모습


■ 일벌백계...지휘관·간부 ‘개별 노력’만이 능사일까?

국방부가 제대로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여기에는 부실급식 문제를 둘러싼 군 당국과 정부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납니다.

한 군 관계자는 “모든 부대 급식이 다 부실한 것은 아니다. 우리 부대 병사에게 물어보면 ‘밥 잘 나온다’고 한다”며 군 급식 전체가 부실한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을 억울해 했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사과하고 국방부가 종합대책까지 발표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는 부대가 있을까 하는 의심도 있었을 것입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관련 보고를 받고 간부들과의 소통 간담회에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고 합니다. 지침이 내려가고 지휘관들의 현장지도가 이어지는데도 아직도 일선 부대에서 지침이 이행되지 않고 있는 명확한 원인을 파악해서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방부와 육해공군본부는 계룡대 지역 21개 부대를 대상으로 격리자 급양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일벌백계’해서 또다시 ‘부실급식’ 문제가 제기되는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지시사항이 말단까지 내려가려면 몇 달 걸릴 정도로 제대로 이행이 안 되는 게 문제”라며 “지휘관이나 간부가 급식 현장에 나가보기만 해도 달라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격리장병에 대한 급식지원과 관련하여
모든 지휘관과 간부들이 장병들에 대한 “관심과 정성”을 더욱 기울여 나가겠습니다.
“정량 및 균형배식”의 기본원칙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메뉴 누락 없이 온기가 유지되는 가운데 도시락이 지급될 수 있도록
간부 중심 배식관리체계를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5월 7일 발표한 국방부 급식대책 중에서)

그런데 지휘관이나 간부들의 관심만 있으면 부실급식 문제가 해결될까요? 예를 들어 해당 부대의 조리병의 숫자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면 간부가 나선다 한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부대 규모나 위치 등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발생하게 되는 ‘부대별 편차’를 보완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국방부는 아직 뾰족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조빛나 기자 (hym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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