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뒤엉킨 텅 빈 청사.. "입주 못 하면 특공 환수해야" [밀착취재]
171억 쓴 건물엔 현판도 없어
청사 이전 않고 특공받은 49명
주민들 "건물 짓고 방치" 비판
한전은 세종청사 완공도 전에
192명 특공받고 2명은 퇴사해
해경청도 160여명 '로또' 분양
김부겸 "특공 취소 여부 검토"
관평원 건물의 도로명 주소는 ‘세종특별자치시 법원로 82’이다. 법원, 검찰청 설립 부지 바로 옆 노른자 땅이라면 노른자 땅에 자리를 잡았다. 관평원 이전이 예정대로 됐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안 됐겠지만, 청사 이전이 무산되면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을 받은 40여명의 직원들은 전 국민의 비난 대상이 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은 전날 관세청이 2015년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니었는데도 관평원 세종 이전을 추진해 예산 171억원을 따냈고, 행안부에 고시 개정 변경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지만, 건축을 강행했다고 밝혔다. 그 사이 관평원 직원 82명 중 49명이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수백대 1을 훌쩍 뛰어넘는 일반분양 경쟁률은 물론 당시 평균 특공 경쟁률인 7.5대 1보다 높은 당첨률이었다.
예산을 들여 건물을 지었는데 입주를 할 수 없고, 청사 이전을 기다리던 수십명의 직원은 아파트만 분양받은 황당한 상황이다. 그 사이 아파트값은 실거래가 기준으로 서너배 뛰었다.
관평원 건물 인근 공인중개사는 “나라에서 건물을 지어놓고 저렇게 방치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니냐”면서 “국민이 볼 때는 저렇게 건물을 지어놓고 공무원들이 특공을 받았다면 환수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2017년 한전 중부건설본부, 세종지사, 세종전력지사가 함께 일하는 세종통합사옥을 짓기 위해 세종시 소담동에 부지를 사들였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입주가 시작돼야 했지만 공사가 차질을 빚다 지난해 11월에야 착공을 했다. 완공은 내년 12월로 예정돼 있다. 공사는 늦어졌지만 통합사옥에 들어올 3개 기관은 2017년 특공 대상기관이 됐다. 이날 한전에 따르면 통합사옥에서 일할 직원 192명이 세종시에 특공을 받았고, 그중 2명은 이미 퇴사한 상황이다. 일할 건물이 착공하기 수년 전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셈이다. 일부는 일하지도 않을 곳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관평원의 세종시 청사 신축 및 세종시 아파트 특공 등과 관련해 국무조정실 세종특별자치시지원단과 공직복무관리관실을 중심으로 엄정 조사를 지시했다. 김 총리는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수사 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아파트 특공에 대해서도 위법사항 확인과 취소 가능 여부에 대한 법적 검토를 할 것”을 지시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장혜진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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