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9천 억 '결혼드림론' 저출산 해법 안 되는 이유는?
[KBS 창원]
[앵커]
올해 초 자녀 셋을 낳는 가정에 1억 원의 빚을 탕감해 준다는 창원시 결혼드림론을 놓고 찬반 열띤 논쟁이 이어졌죠.
타당성 검토 결과, 최대 9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성 인지적 관점에서도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었는데요.
창원시 결혼드림론 논란을 통해 저출산 해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 경남 업그레이드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저출산 시대, 지자체들은 그야말로 출산장려금 전쟁입니다.
내년 특례시 출범을 앞둔 창원시, 인구 100만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자녀 셋을 낳으면 1억 원을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임인구/창원시 인구정책담당 : "백화점식 결혼정책으로 남의 시군의 인구를 뺏어오는 정책이 아닌 우리 스스로 결혼하고 낳고, 기르고 인구 증가하는..."]
정작 여성 청년층의 반응은 달갑지 않습니다.
[창원시 거주 20대 여성/음성변조 : "그 제안을 달갑게 여길 여자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기혼여성들에게도 이것은 큰 손해죠."]
결혼 두 달 차 맞벌이 부부인 박일경, 박소현 씨, 결혼 전부터 자녀를 아예 낳지 않거나, 한 명만 낳아 키우기로 약속했습니다.
전세 대출금도 다 갚지 못했는데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은 출산 계획을 자꾸만 주저하게 합니다.
경제적인 걱정에 더해 부부의 고민은 또 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은퇴 전까지 일할 계획인데, 일과 돌봄을 같이 할 자신이 없습니다.
[박일경/창원 마산합포구 : “아이는 시간적인 여유도 많아야 하고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가 같이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경제적인 지원만 해준다고 하면 현실과는 조금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창원시 결혼드림론의 도입 필요성을 검토한 연구 용역 보고서.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됐습니다.
시행 첫해 20억 원으로 시작해 15년 뒤 1년 1,060억으로, 15년 동안 최대 6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상환 기간을 5년 더 늘리면, 예산은 3천억 원 더 늘어나 20년 동안 9천억 원이 소요됩니다.
창원시는 특별기금 조성이나 정부 지원 외 구체적인 예산 조달 방안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또, ‘대출’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을 지적합니다.
자녀를 돈으로 생각하는 가치관, 특히 대출금 상환을 목적으로 자녀를 출산할 경우 학대와 방임 등 다양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 대출 규모가 크고 이자율이 낮으면 경기 변동에 따라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성인지 관점에서는 출산을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부담스러운 정책이 될 수 있고, 셋째 자녀를 출산할 경우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근화/창원복지재단 선임연구원 : “결혼과 출산의 문제를 단지 결혼과 출산이라는 부분만 한정해서 이 문제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고용, 돌봄과 교육의 문제까지 하나의 정책들이 연결된 정책으로 보고….”]
정책의 수혜자가 될 여성 청년층의 생각은 어떨까?
홀로 7살 아들을 키우는 30대 한부모 가정 A 씨.
지난해 코로나 19 확산으로 유치원이 문을 닫을 때마다, 아들을 맡길 곳이 없어 애를 태웠습니다.
휴가를 다 쓰고도 버틸 방법이 없자,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둬야 했습니다.
다시 직장을 구하려고 해도 경력 단절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한부모 가정 A씨/음성변조 : “작년에 계속 시간 끌고 하다가 아무리 봐도 코로나가 끝날 것 같지가 않은 거예요. 아이는 그 당시에 유치원 생활에 문제가 있었고, 제가 관리가 안됐어요. 아이가 그 당시에 아파서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하는 상황이었죠.”]
한부모 가정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코로나19 발생 뒤 월별 여성취업자 수는 최대 5.4% 줄었는데, 남성 취업자 감속 폭인 2.4%의 두 배 이상입니다.
팬데믹의 고용 충격이 여성 취업자 비중이 큰 교육과 복지, 도소매 분야에 집중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보육시설 휴원에 따른 육아 부담이 상당수 여성에게 전가되면서, 여성들의 실직으로 이어졌습니다.
여성들은 돈으로 출산을 유인하기보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고 돌보는 양육 환경부터 만들어 달라고 말합니다.
이른바 '독박 육아'나 '경력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질 때야만 출산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다는 겁니다.
[창원시 거주 20대 여성/음성변조 : “생애 전반에 걸쳐서 비혼을 다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계속해서 학창시절 때부터 경쟁하고 지금도 경쟁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여성만 출산과 양육이라는 족쇄에 잡혀서 승진이나 취업 문턱에서 좌절되는 경우도 많이 봤고.”]
드림론 보고서는 2012년 전국 최고 수준의 출산 장려금 제도를 시행한 전남 해남군 등의 사례를 토대로, 출산 장려금은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며 국가 차원의 인구 증가와는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립니다.
출산 장려보다 자녀의 양육 환경과 여성 청년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근태/고려대 공공사회학과 교수 :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상당 부분 육아와 가사 일을 여성들이 맡고 있잖아요. 남성에 비해서. 이런 상황에서 동시에 맞벌이 부부는 늘어나고 있어요. ”]
창원시는 연구 용역 보고서를 토대로, 1억 원 지급 방식과 대상, 정책 기간 등을 대폭 수정할 방침입니다.
이른바 '현금 살포성' 지원책을 넘어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공포를 걷어낼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을지, 창원시의 정책 변화를 지켜보겠습니다.
경남 업그레이드, 윤현서입니다.
윤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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