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부추긴 '중금리대출' 전쟁.. 저신용자 유탄 맞나
저축銀은 상환기간 확대 등 나서
중금리대출 활성화 나선 금융위도
업권별 금리상한 3.5%P 낮춰
자칫 하위 저신용자 소외될 우려
금융사 건전성 위험도 커질 가능성
국내 중금리대출시장(6.5%~16%)이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간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인터넷은행은 고금리대출에서 중금리대출로 시장을 확대하는 추세인 반면, 저축은행들은 저금리대출에서 중금리대출로 시장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양측이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양측이 중금리시장에서 격돌하게 된 이면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체 금융사를 대상으로 중금리대출 확대를 압박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이 있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당국은 지난 17일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중금리 대출시 인센티브 제공, 중금리대출 상품 사전 공시 규제 완화,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선 하향 등 방안도 마련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 추진 전략이 일부 저신용자들을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받게 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금융사의 건전성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銀, 중금리대출 공세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최근 금융당국의 독려 아래 중금리대출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카카오뱅크는 최근 자체 신용에 기반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금리를 최대 1.2%포인트 내렸다. KCB 기준 신용점수가 820점 이하인 고객이 대상이다. 카뱅 관계자는 "기존 6%대 금리를 받은 차주들은 5%대로, 5%대 차주는 4%대로 적용 금리가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고신용자 대상 대출의 최대한도를 하향 조정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신용대출(건별)은 1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각각 낮췄다. 중신용 대출의 최고 한도는 7000만원으로 유지된다.
케이뱅크도 중금리 대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케뱅은 올해 매달 전체 신용대출의 절반가량을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케뱅은 오는 2023년까지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을 전체의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는 정책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잇돌 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저축銀, "중금리시장 뺏길라" 맞불
이처럼 인터넷은행이 중금리대출까지 뛰어들면서 저축은행업계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저축은행이 강세를 보이던 중금리대출시장에서 인터넷은행에게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선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은행에 대한 신뢰도 높아 저축은행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이에 저축은행업계는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기존 모바일 앱을 전면 개편한 모바일뱅킹 플랫폼을 선보이며 중금리 대출 시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을 통해 업계 최초로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던 J트러스트 그룹도 중금리 대출 상품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
J트러스트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 JT저축은행은 얼마전 상환 기간을 크게 늘린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KB저축은행의 경우 모바일 플랫폼 출시와 함께 기존보다 중금리 대출 상품을 더 확대하고 있다.
■ "또다시 저신용자 외면받나"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업권별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을 현행보다 3.5%포인트 낮추기로 한 것은 양날의 검이란 분석이 나왔다. 언뜻 중금리대출의 금리 상한을 낮추면 중저신용자의 부담을 줄어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금융권의 생각은 괴리가 있다. 즉, 중금리대출의 금리 상한을 인위적으로 낮출 경우 금융사들은 금리 상한을 낮춘 범위 만큼의 하위 저신용자들이 대출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기침체로 차주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인하 조치는 저축은행 등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기본적으로 상환 능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데,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차주는 그만큼 상환 여력도 불안하다. 이렇게 상환 여력이 불안한 차주들이 많은 상황에서 금리 상한까지 내리면 금융사가 되레 중저신용자 중에서도 최상단에 위치한 신용점수를 갖고 있는 고객들 위주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렇게 될 경우 금융당국의 정책 취지와 달리 저신용자들은 또 다시 외면을 받아 대부업체 등으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wyang@fnnews.com 양형욱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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