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해오름 '환골탈태' 한국 대표 극장 위용 갖추다

박지현 2021. 5. 18.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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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외관
[파이낸셜뉴스] 이전과는 달라진 공연장. 이전과 다른 객석의 모습에 마치 새로 지은 공연장에 온 것 같았다. 무대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소금 소리와 클래식 교향곡이 극장에 앉은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의 귀를 휘감았다. 무대 상단에 있던 80여개의 장치 봉은 마치 키네틱 아트 작품처럼 무대 바닥으로 내려와 위 아래로 물결치며 오르락 내리락 거렸다. 멀리 무대 끝 바닥에서부터 오색찬란한 LED 라이트가 마치 레이저 쇼를 하듯 요동쳤다. 국립극장 김철호 극장장은 "무엇보다 자연 음향과 전기 음향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복합 공연장을 만들려 노력했다. 이를 위해 건축 양식에 있어서 오페라 홀 스타일을 들여왔고 건축 구조를 통해 어떤 음향이라도 듣는 이에게 최적화될 수 있게 공연장을 구축했다"고 뿌듯해 했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이 3년 반만에 환골탈태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국립극장은 지난 2017년 10월부터 진행한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사업을 완료하고 18일 기자들에게 변화된 내부 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극장 핵심 공간인 무대와 객석, 로비를 전면 개보수한 것은 1973년 개관 이후 처음이다. 이번 리모델링 사업에는 국비 658억원이 투입됐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및 객석
새롭게 바뀐 해오름극장은 외관에서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극장 앞 너른 문화광장에서 해오름극장 2층 로비로 이어졌던 거대한 돌계단이 사라지고 주 출입구가 1층으로 바뀌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도착해 해오름극장 내부로 들어섰다. 옆으로 넓게만 느껴졌던 무대가 조금더 좁아지고 깊어졌다. 기존의 해오름극장 무대는 폭이 최대 22.4m로 너무 넓어서 관람객이 한눈에 무대를 조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리모델링을 총괄한 국립극장의 김호성 무대기술팀장은 "관람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무대 폭을 최대 17m로 줄이고 무대 높이는 1.6m가량 낮췄다"며 "오페라 홀처럼 객석 경사도를 높여 관객의 집중도를 끌어올리고 2층과 3층의 사이드 좌석인 어쿠스틱 배너를 팔로 감싸안듯 앞당겨 보강했다. 그 결과 공연장은 기존 1563석 규모에서 1221석의 중대형 규모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어쿠스틱 배너
국립극장은 이번 리모델링에 있어서 '국립'이라는 위상에 맞춰 국내 극장 중 가장 우수한 무대 시설을 갖추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무대 기계장치의 경우, 기존에 수동 혼합형으로 운영했던 23개 상부 장치 봉을 통합 자동 운영되는 78개 장치 봉으로 변경해 디테일한 무대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무대 바닥은 사용 빈도가 낮았던 대형 회전무대가 사라지고 오케스트라 연주단 등으로 전환이 용이한 넓이 14m 길이 4m 크기의 승강무대 4개로 변화시켰다. 다만 원형 회전무대는 직경 10m와 13m 두 가지 크기의 조립식 형태로 제작해 필요할 때 중앙 승강무대를 하강한 후 설치·운영할 수 있다. 이 회전무대는 현재 독일 호켄하임사에서 제작중으로 9월에 정식으로 극장이 오픈하기 직전에 들여올 예정이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설치된 프랑스 '엘-어쿠스틱스'사의 음향 시스템과 조명 장치
이번 국립극장 리모델링은 특히 '건축음향'에 중점을 두고 리모델링했다. 내부 마감재로 단풍나무를 사용해 기존에는 1.35초로 고정됐던 해오름극장 건축음향 잔향 시간을 1.65초까지 확보했다. 별도의 확성장치 없이 자연 음 그대로의 선율을 감상할 수 있는 극장 공간을 조성했다. 객석 내벽에는 48개의 가변식 음향제어 장치인 '어쿠스틱 배너'를 설치해 공연 장르에 따라 음향 잔향 시간 조절이 가능하게끔 했다.

전기음향에서는 프랑스 '엘-어쿠스틱스'사의 '몰입형 입체음향 시스템(L-ISA)'을 국내 공연장 최초로 도입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에 설치된바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와 이태원에 위치한 블루스퀘어에서 이 회사의 스피커를 사용중이다.

해오름극장에는 메인스피커 59대와 프론트 스피커 16대, 서라운드 스피커 48대, 효과 스피커 9대 등 총 132대 스피커로 입체적인 음향이 가능케 디자인됐다. 이를 통해 음향의 사각지대 없이 객석 어느 위치에서도 선명하고 생생한 음감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공연장 음향 시스템은 객석 좌·우측과 중앙에 스피커가 설치된 형태로 객석 중앙의 정삼각형 구역이 최적의 감상 위치로 나타나며 이 위치를 벗어날수록 균질한 음향이나 풍부한 음상 이미지를 감상하기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었다.

조명설비는 일반 조명기기 사용과 무빙 라이트, 포그 머신 등 특수 장치 사용을 손쉽게 전환하는 시스템을 갖춰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 객석 조명 또한 무대 실연자의 눈부심을 최소화하도록 배려했으며 각각의 램프를 분리 운영 할 수 있어 감각적인 객석 조명 연출도 가능하다.

무대 뒤 공간에도 긍정적 변화를 줬다. 기존에는 분장실이 총 9개였으나 리모델링을 통해 두 배인 18개로 늘렸다. 1층에 출연자 휴게실을 비롯해 개인 분장실 3개와 단체 분장실 7개, 2층에는 리딩룸 1개와 단체 분장실 2개, 지층에는 달오름극장 공연 시에도 활용 가능한 6개의 예비 분장실을 설치해 실연자 이용 환경도 개선했다.

1950년 세워진 국립극장은 1973년 10월 현재 위치로 이전해 남산 시대를 맞이했다. 남산 개관 당시에 약 1322㎡ 넓이의 무대와 3개 층 1494석의 객석, 당시로써는 최첨단 시설인 회전무대, 수동식 장치 봉 등을 갖췄다. 그러나 시설 노후로 다양한 현대 공연 기법의 구현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상태였으며 관람환경 또한 낙후됐다는 평을 받아왔다. 지난 2004년 한차례 리모델링을 진행했으나 공연장 로비 및 객석 등의 인테리어 보수에 그쳤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자연음향 공연과 다양한 연출방식의 수용이 가능해져 보다 현대적이고 수준 높은 공연을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향후 국악과 클래식 음악 등 자연음향의 소릿결을 감상할 수 있는 공연장으로서도 손색없게 하고 창극과 뮤지컬, 연극, 무용, 심지어 팝 공연도 가능한 최고의 복합공연장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도록 하겠다. 미비한 부분의 보완을 꾸준히 해 국립극장을 중심으로 인근의 모든 외부 부분과 공간들에 예술의 향기가 배어날 수 있도록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국립극장은 오는 6월부터 8월까지 공연장을 시범 운영한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 개선해야 할 사항을 보완해 2021-2022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이 시작되는 9월 공식 재개관한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국립창극단의 '귀토', 국립국악관현악단 소년소녀를 위한 '소소 음악회', 국립무용단 '산조' 등이 무대에 오른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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