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공익재단, 소아암 환자·가족 머무는 '한사랑의 집' 열어

김민기 기자 2021. 5. 1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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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서 열린 '우체국마음이음 한사랑의 집' 현판 제막식. /장련성 기자

전남 목포에 사는 정여진(37)씨의 아들 이모(4)군은 희귀혈액암을 앓고 있다. 2년 전 이군이 아파 집 근처 소아과에 갔는데 ‘큰 병원으로 가야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갔지만, 결국 구급차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왔다. 진단명은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HLH)’. 면역 활동에 이상이 생기는 희귀 질환이었다. 간 기능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 이식도 필요했다. 1주일에 3~4번은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 2년 전에 서울에 올라왔지만, 치료 일정 때문에 본가인 목포는 세 번 밖에 가지 못했다.

정씨 가족은 현재 뿔뿔이 흩어져있다. 치료비를 대기 위해 아빠는 목포에서 일을 하고, 6세 딸은 광주의 할머니 집에서 지낸다. 정씨와 이군은 모텔 등을 전전하면서 병원에 오갔다. 소아암 관련 재단이나 협회로부터 병원 근처 숙소를 제공받기도 했지만, 아이와 보호자 한 명만 입소가 가능해 지방에서 간혹 가족이 올라와도 함께 머물지 못했다.

정씨 가족은 마침내 한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게 됐다. 우정사업본부와 우체국공익재단,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가 함께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이런 환아와 가족들을 위한 ‘우체국마음이음 한사랑의 집’을 이달초 열었기 때문이다. 정씨 가족은 ‘4인실'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 14일 정씨의 남편과 딸도 서울로 올라왔다. 정씨는 “할머니 집에 있는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는데 같이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18일 열린 현판 제막식에는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김명룡 우체국공익재단 이사장, 이중명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장,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번에 문을 연 ‘한사랑의 집’은 연면적 498평, 지상 2층 규모다. 4인실 9개·2인실 3개 등 총 12개의 거주 공간과 상담실·놀이방·체력단련실 등 복지시설이 갖춰져 있다. 재단은 연 4억원의 운영비를 대고 시설 운영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가 맡는다. 환아 가족이 이용할 수 있는 15인승 차량도 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직동 우체국마음이음 한사랑의집 개소식 행사가 열렸다. (오른쪽부터)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 이중명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장, 협회 허인영 사무총장이 시설을 소개받고 있다. /장련성 기자

우정사업본부는 2000년부터 소아암 환아와 가족이 머물 수 있는 ‘한사랑의 집’을 운영해 왔다. 우체국공익재단은 2013년 출범했다. 이원종 우체국공익재단 사무총장은 “환아 치료를 위한 쉼터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존보다 큰 규모의 건물을 추가로 꾸민 것”이라고 했다.

시설 운영을 맡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의 허인영 사무총장은 “매년 1500명의 어린이가 소아암에 걸린다”며 “연간 진료인원만 1만2000명에 이른다”고 했다. 협회는 서울·부산·천안 등에 환아와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 7곳을 운영 중인데 입주 희망자가 많아 늘 자리가 부족하다고 한다. 때문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최장 6박7일로 제한돼 있었다. 이번에 개소한 시설은 환아와 가족이 중·장기적으로 머물 수 있다. 허 사무총장은 “16일 기준 4인실 9곳이 모두 찼다”고 했다.

18일 이중명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장이 서울 종로구 사직동 우체국마음이음 한사랑의집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장련성 기자

이중명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장은 “AIA생명·현대백화점·홈플러스 등 여러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해오고 있었는데 우체국공익재단에서 추가로 시설·비용을 제공해 감사한 마음”이라며 “한사랑의집을 통해 지방에 사는 소아암 환아와 가족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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