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팬데믹을 극복하는 문화적 백신.. '코로나19 이후의 한류' 발간

2021. 5. 18.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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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화-인간에 대한 학제적 탐구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한류는 위로‧희망‧연대의 콘텐츠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얼마나 비교 우위에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은 팬데믹 시대의 한국 콘텐츠 생산-유통-소비를 재난-문화-인간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탐색하는 '코로나19 이후의 한류'를 발간했다.

대중과의 현장 교감을 전제로 했던 문화 생산과 소비는 팬데믹 이후 비대면 형태로 모여들었고, 한류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 역시 바이러스를 피해 디지털이 연결하는 온라인으로 더 쏠렸다. 신간 '코로나19 이후의 한류'는 모든 비대면적 조치들 속 미래 문화산업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과 장기적 전망을 한발 앞서 제시한다.

▶재난-문화-인간에 대한 학제적 탐구=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먼저 ‘재난-문화-인간’에 대한 학제적인 탐구로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2021년 4월 18일 기준)로 걱정과 우울감이 전 세계인이 겪는 공통의 경험이라면,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위로·희망·연대’의 콘텐츠 수요가 발생한다. 그 가운데 한류는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

일례로 방탄소년단은 이러한 비교우위를 전 세계의 시대적 상황과 연계시켜 진보적 가치로 전환시켰고, 한국형 팬덤공동체는 재난 속에서도 스스로를 즐겁게 만드는 능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 한류의 성장이 세계시민주의적 비전을 품은 사건들이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0년 한류를 결산하며 “코로나로 힘든 한 해였지만, 선한 메시지와 신나는 선율로 무장한 케이팝은 성장세를 이어가며 세계인의 기운을 북돋았다”고 총평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파편화된 시간과 공간을 연결해주는 힘은 다름 아닌 문화다. 그동안 한국에 대한 외국의 편견을 불식시킨 가장 중요한 계기가 한류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낳은 집단 간, 집단 내 갈등을 치유하는 문화적 백신 역시 한류일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페스트-대중문화-한류’의 연관어 속에서 전통적 의미의 K-방역을 살펴보고, 수천 년 전 거리두기가 낳은 외집단 혐오와 소수자 증오 현상을 반복하지 않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 과정에서 문화로 소통하고 정서를 교류하며 서로를 묶어줄 수 있는 매개가 대중문화로서의 한류가 될 수 있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한류를 통해 극복하자’는 식의 발상을 한다면 한국에 대한 없던 편견도 생길 것임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코로나 19 이후 문화콘텐츠산업의 재구성=팬데믹 전후의 미디어 생산과 유통, 저작권을 아우르는 논의는 2부에서 등장한다. 세간의 여러 논의들과는 달리 지난 1년은 모바일 중심의 숏폼(short-form)콘텐츠 시장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도 전에, 다시 웰메이드의 롱폼(long-form)콘텐츠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난 시기다.

특히 PD의 구성과 연출을 통해 원초적이지 않은 다양한 소재를 세련된 문법으로 다루는 한국의 예능 콘텐츠는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이다. 이러한 웰메이드 콘텐츠의 새로운 공급처로 간주되는 한국이 제작 면에서 어떠한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지(PD 개인이 모든 제작 과정을 장인처럼 관여하고, 체계화된 시스템이 작동할 여지가 적은 한국의 방송 제작 시스템이 오히려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특수성으로 작용한다. 〈복면가왕〉, 〈런닝맨〉, 〈범인은 바로 너!〉 등이 그 대표적 예다.), 드라마나 음악, 게임에 비해 국경을 넘기 어려운 예능이 어떠한 면에서 고립적이면서도 독보적인지를 따져봤다.

이어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 이후 시청자의 일상생활과 콘텐츠 제작환경이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지를 살펴보고, ‘스트리밍’과 ‘글로벌 혼종화’라는 시대상 속에서 시청자와 지적재작권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차례로 분석했다.

능동적 스트리밍 서비스 소비자들은 다른 한편으로 알고리즘 시대의 데이터화 속에서 시청자의 주체성을 잠식당하는 부작용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이를 OTT 시대의 스트리밍 환경과 데이터 논리에 기반을 둔 넷플릭시즘(Netflixism)을 통해 상세히 들여다봤다.

또한 문화산업 전반에서 영상화 작업이 지속적으로 시도되는 가운데 빈번하게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를 인터넷과 전통적 저작권 와해의 측면에서 되짚었다. 〈범 내려온다〉를 통해 세계적으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한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춤과 이날치의 노래는 디지털 복제 시대의 원작과 혼종 모방물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표 사례다.(〈범 내려온다〉의 원본인 수궁가의 저작권을 따지는 이가 없고, 랩 형식을 차용했다고 해서 해외발 저작권 위반으로 신고당하지 않았다.)

이러한 공적 저작물이 ‘퍼블릭 도메인’의 틀 안에서, 이용자들에게 자유롭게 제공될 수 있는 ‘공공 디지털 아카이브의 재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임을 제언했다.

3부 ‘포스트코로나 시대, 균형의 미학’에서는 공연의 온라인화가 촉발한 변화와 의미를 고찰했다. 코로나19가 재촉한 공연의 디지털화를 논하기 위해 공연과 영상매체의 차이점을 살펴보고, 라이브니스(liveness)의 개념이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입고 어떠한 방식으로 확장되는지를 논의했다.

한편 팬데믹 시대에 공연장 거리두기 좌석 논란, 백신여권 도입 등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공연계의 다양한 대응을 두루 점검했다. 마지막으로 방송포맷 저작권이 창작자와 방송사 모두를 향해야 함을 강조하면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예능 포매팅의 사례와 조건을 정리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정길화 원장은 “한류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문화적 백신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한국 문화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의미를 두고 변화가 지속되는 방향에 주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의 한류'는 중앙행정기관, 국회 등 주요 기관과 도서관, 유관기관 등에 우선 배포되며, 진흥원 홈페이지(www.kofice.or.kr)에서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교보문고 정부간행물 코너에서는 5월 21일부터 구매할 수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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