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스트리트] B·B·C산업

사진=뉴시스

흔히 B·B·C 하면 영국의 공영방송(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영국 방송 협회)을 지칭하지만 요즘은 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반도체(Chip)를 뜻하는 'B·B·C산업'을 뜻하는 신조어로 많이 쓰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세가지에 희토류를 더해 4대 핵심 산업으로 꼽으면서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한국이 세계 2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B·B·C산업분야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등장할 전망이다. 크게 6가지 정도가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안보 관련이 3가지 정도고, 나머지는 경제협력이다.

안보분야에서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따른 대책,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자 협의체인 쿼드(Quad) 참여, 한·미 동맹 현안이 주로 논의될 전망이다. 경제분야에서는 한국을 아시아의 백신허브로 만드는 바이오분야,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 증설,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신약 개발에선 미국에 뒤지지만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제조 역량을 갖춘 국내 바이오산업은 미국에 이어 부동의 2위이다. 중국과 양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반도체 설계나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는 대만에 이어 세계 2위이다.

B·B·C산업이 대한민국 안보의 지렛대로 부상한 느낌이다. 정상회담 의제 중 안보는 우리가 미국에 의지하는 반면 경제는 미국이 우리의 협조를 구하고 공장을 유치하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에서 삼성, SK, LG 등 국내 3대 그룹이 외교·안보 협상의 촉매제이자 방패막이가 된 셈이다. B·B·C산업분야 한국 기업의 기술경쟁력이 코로나 팬데믹 종식은 물론 외교·안보 협력의 일등공신이 됐다. 대만의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의 존재가 중국과 대만 간 '양안 전쟁'을 억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가 곧 안보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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