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브루투스의 비극이 말하는 경고

파이낸셜뉴스 2021. 5. 1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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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도 그럴거야.

셰익스피어의 로마극 '줄리어스 시저'에서 브루투스는 존경하는 친구 시저가 로마의 절대 권력자로 부상하자 로마의 공화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그를 살해하는 음모의 주동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논리를 독백으로 읊조린다.

오로지 공화정만이 로마의 최고의 선으로 생각하는 브루투스는 점점 커져가는 친구 시저의 권력과 오만이 결국 그를 로마의 절대권력자로 만들 것이므로 로마의 운명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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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도 그럴거야. 그리 되지 않도록 막아야지…. 그의 권력이 커지면 극단의 독재로 이어질거야. 시저는 아직 부화되지 않은 뱀의 알. 알을 깨고 나오면, 그 고약한 본성을 드러낼테니, 알째로 속에 있을 때 죽여야 해.('줄리어스 시저')

셰익스피어의 로마극 '줄리어스 시저'에서 브루투스는 존경하는 친구 시저가 로마의 절대 권력자로 부상하자 로마의 공화정이라는 대의를 위해 그를 살해하는 음모의 주동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논리를 독백으로 읊조린다.

오로지 공화정만이 로마의 최고의 선으로 생각하는 브루투스는 점점 커져가는 친구 시저의 권력과 오만이 결국 그를 로마의 절대권력자로 만들 것이므로 로마의 운명이 걱정이다. 하지만 이 걱정의 실체는 없다. 이러한 가상적 결론을 합리화시킨 브루투스는 그를 제거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지만 브루투스에게 이는 전적으로 로마를 위한 일이지 자신의 부귀영달을 위한 일이 아니다. 고매한 성격의 소유자인 브루투스는 로마의 공익만을 생각하는 이상주의자이다. "난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 명예를 더 존중하오(I love the name of honour more than I fear death)." 하지만 주관적 생각에 따라 사리판단을 그르치는 브루투스의 독단은 엄청난 역사적 과오를 저지른다. 그의 자기기만은 대의명분이 뚜렷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설득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오로지 애국심에서 비롯되어 나라를 혼란시키고 자신을 파멸로 이끈 이 모든 과오가 객관성이 결여된 자기 확신에서 초래되었다. 그에게는 자신이 그리는 로마의 모습이 이상세계이며, 그 외의 어떤 상황도 용납될 수 없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해진 사고의 틀 속에서 타협의 여지 없이 돌진하는 절대주의자이다. 인간 세계의 다양성, 상호 모순, 인간 감성의 복잡함은 그에게는 낯선 영역이다. 그는 단순하고 편협한 사고의 틀에 갇혀 있다. 인간은 자신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는 명백한 인간의 한계를 그는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은 흔히 사물을 자기 편하게 해석하려 해. 그 본래의 의도와는 딴판으로"라고 말하는 원로원 의원 시세로의 말처럼 인간은 사물을 제 입맛에 맞게 재단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브루투스는 시저 살해를 마음속으로 결론 내린 후 이를 제 입맛에 맞게 합리화시켰다.

현실과 괴리된 주관적 판단이 사리판단을 그르친 예는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의 본성이나 현실은 전혀 도외시하고 오로지 나라를 위한다고 밀어붙이는 정책이 엄청난 혼란과 폐해를 초래하는 사례에 우리는 아파한다. 내가 하는 일은 모두 명분이 있으며 사회를 개혁하는 유일한 방안이므로 무조건 옳다는 주관적 견해와 객관적 현실의 괴리에서 비롯된 절대주의적 사고가 가져온 참담함이다.

시저를 살해한 후 로마의 기존 질서가 붕괴되며 브루투스가 희망했던 로마의 공화정과 시민의 안정은 내란과 혼란의 소용돌이로 치닫는다. 자신의 과오를 깨달은 브루투스는 의연하게 자결을 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저의 양아들 옥타비아누스가 로마 최초의 '황제(Augustus)'로 등극한다. 브루투스의 이상주의가 초래한 역사적·현실적 결말이다.

변창구 경희사이버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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