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LTV 90% 완화' 놓고 '주류 대 비주류' 격돌
親文 주류 반발에 '종부세 완화' 등 불협화음 증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주류 대 비주류’가 격돌하고 있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송영길 대표는 실수요자에 한해 집값의 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친문(親文) 주류인 윤호중 원내대표는 난색을 내비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LTV를 90%까지 풀어주는 방안과 관련 “송 대표의 ‘누구나집 프로젝트’가 와전(訛傳·사실과 다르게 전함)돼서 기사화된 것일 뿐”이라며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누구나집은 집값의 10%를 내 사회적 협동조합에 지분을 투자한 뒤 8년간 월 임대료만 내면 분양 전환이 가능한 주택으로, 송 대표가 인천시장 재직 시절 제안한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주택 가격의 10%만 있어도 자기 집이 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얘기를 강조해서 얘기하다 보니 ‘나머지 90%는 대출이냐’라는 것에 (송 대표가) 답을 하다가 LTV 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송 대표가 주택 공급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LTV를 언급한 것이 ‘착오’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자 송 대표가 즉각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경선 과정에서 LTV 90%를 얘기했지만 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조정이 될 것”이라면서도 “누구나집은 LTV 완화와는 별도로 인천시장 때부터 추진해왔다”고 했다.
송 대표는 당 대표 경선 때부터 수 차례 ‘LTV 90% 완화’를 주장해왔다. 송 대표는 지난 달 13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집을 갖고자 하는 젊은이한테 LTV, DTI(총부채상환비율)를 40%, 60%로 제한해 버리면 10억원짜리 집을 살 수가 없다”며 “그러니까 최초 분양 무주택자에게는 LTV, DTI를 90%씩 확 풀어서 바로 집을 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또 대표 취임 후 지난 12일 연 첫 부동산 특위 회의에서도 “LTV 90%는 실제로 가능하고 꼭 가능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당 내에서는 송 대표의 대출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LTV를 90%까지 완화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성에 맞지 않을 뿐더러 자칫 집값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윤 원내대표가 “와전됐다”고 한 것이 일종의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송 대표 주도로 당내 부동산 특별위원회에서 검토 중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친문 핵심으로 통하는 강병원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위에서 논의 중인 부동산 세제 완화 방안에 대해 “투기 억제, 보유세 강화라는 우리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본 방향과 역행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송 대표도 참석해있었다. 그는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부디 부자들 세금 깎아주기 위한 특위가 아니길 바란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를 두고 송 대표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가 친문 성향 지도부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부세와 관련 “더 신중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앞으로도 주요 현안마다 지도부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주류인 송 대표와 달리 윤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단은 모두 친문계에 속한다. 송 대표가 계파색이 옅은 의원들을 당직에 배치하며 당 노선 변경에 힘을 싣고 있으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는 최고위에서는 비주류가 수적 열세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 대표가 취임하면서 주요 현안을 두고 친문과 비문이 불협화음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송 대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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