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에 삐친 김종인, 제3의 대항마 들고 나왔나

이동훈 논설위원 2021. 5. 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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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촉]

9개월여 뒤로 예정된 내년 3월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는 야권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그리고 여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입니다. 지금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나머지 후보들은 전부 한자리 숫자입니다. 그런데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분이 최근 주목해야 할 차기 대선 주자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꼽았습니다. 야권, 여권 혹은 제3지대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다만 언론에서는 김동연 전 부총리를 야권 후보로 보고 있습니다. 김동연,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인 그는 2018년 12월 사직한 뒤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세우고 강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김 전 부총리가 움직이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어젠다를 들고 나오는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부총리를 그만두고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한 듯하다.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경제 대통령’ 얘기와 함께 (대선 주자로)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말합니다. “김 전 부총리는 ‘흙수저’에서 시작해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다””대한민국이 어떻게 가야 할지에 대해 설계도 한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칭찬입니다. 띄워보겠다는 의도가 보입니다. 김종인식 대권주자 키우기입니다. 김 위원장은 사석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김동연 전 부총리의 가능성을 말한다고 합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주목하는 김동연의 가능성은 두 가지, 경제 대통령과 스토리입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윤석열 전 총장의 검찰총장 사퇴를 전후해 “별의 순간이 온 것 같다”고 했습니다. 윤석열 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측면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윤 전 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덩달아 김종인 위원장의 태도도 변했습니다. 한마디로 삐진 겁니다. 김 위원장, 최근 사석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해 좋게 얘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마 윤 총장측에 얘기가 들어가라고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러면서 대선주자로 김동연 전 부총리를 얘기합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구애해도 응답하지 않는 윤 총장에게 마지막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 메시지를 위해 김동연 부총리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해석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연 전 부총리의 대선주자로서의 가능성, 무시 못합니다. 김동연의 정치적 자산은 김종인 위원장이 얘기했다시피 경제 전문성, 다채로운 경력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실함과 의지로 입지전적 코스를 밟아왔습니다. 충북 음성이 고향입니다. 청계천 판자촌과 경기도 광주 천막에서 성장해온 전형적인 개천 용입니다. 열일곱살에 은행원으로 사회의 첫발을 내디딘 그는 주경야독으로 행정고시와 입법고시를 패스해 고졸신화를 썼습니다. 전문성, 능력을 갖춘 관료로서 그는 보수와 진보 정권에서 두루 중용됐습니다. 상고출신 비주류인데도 엘리트 코스를 모두 밟았습니다. 누가 봐주었을 리 없습니다. 오로지 성실성과 능력으로 인정받았습니다.노무현 정부때 ‘국가비전 2030’ 작성의 실무를 총괄했고 이명박정부 시절 예산실장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선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습니다. 아주대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수장으로 발탁됐습니다.전문성과 스토리 측면에서 그는 훌륭한 대통령감입니다. 매력있는 후보입니다.

김동연은 2018년 문재인 정권 부총리직에서 물러난 이후 총선때 정치권 러브콜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갔습니다. 4·7재보궐 선거 때도 여권 영입설이 있었지만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하고 있습니다. 김동연 부총리는 페북에 “생각이나 말보다 실천을 통해서 저도 가보지 않은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보려 한다”고 했습니다. 가보지 않은 길이 뭘까요?

김동연 전 부총리는 지금까지 여론조사 기관 조사 대상이 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조만간 그를 포함한 여론조사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엔 조사를 하더라도 상당히 미미한, 한자리 숫자에 그칠 것으로 저는 예상합니다. 왜 그럴까요?

김동연의 스토리를 얘기하지만 과거 개천용 스토리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특정 정치집단, 혹은 권력과 맞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모습, ‘내가 나랏일을 해보니 우리나라에 어떤 문제가 있더라. 그래서 이렇게 바꿔야겠다’하는 강렬한 전망 제시, 이런 것들이 국민에게 더 다가가는 스토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김동연 스토리는 대권주자로서 부족하다고 봅니다.

이 정권은 말도 안되는 소득주도성장론으로 나라경제를 잘못 끌고 갔습니다. 김 부총리에게도 국민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날릴 타이밍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 부총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도리어 김동연 부총리는 소주성이란 말도 안되는 정책 추진에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물러나기 전에서야 소주성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속도조절을 말하면서 비판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당연히 국민의 뇌리에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여론조사 지지율, 그리 높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 한자리수를 넘기 위해선 국민에게 주는 강렬한 임팩트가 있어야 합니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아직 10개월이란 시간이 있습니다. 윤석열 이재명 외에 김동연을 포함한 제3의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 없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정치는 생물이라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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