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등교' 은빛초 가보니.."방역 도우미 확대·급식실 대책 마련을"

이유진 2021. 5. 1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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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쌍방향 수업해도 집중력↓..교사 대면 피드백 절실"
방역인력 2배로..올해부터 오전·오후반 나눠 매일 등교
교육부, 전문가 자문회의 열며 2학기 전면등교 준비 본격화
1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 1학년 아라반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나 하면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는다고 잘잘잘~”

지난 1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 1학년 아라반. 현희정 교사가 노래를 시작하자 둥글게 서 있던 22명의 아이들 시선이 일제히 선생님에게 꽂혔다. 비록 마스크를 쓴 채였지만 발을 구르고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아이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코로나19 2년차인 올해부터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이 ‘매일 등교’ 대상이 되면서 이 학교 1~2학년도 지난 3월부터 주 5일 등교를 한다. 지난해에도 1학년을 맡았던 현 교사는 “지난해 등교일수가 크게 부족해 가정 상황에 따라 아이들 발달 수준 격차가 커져 안타까웠는데 올해는 책상에 앉는 법, 연필 잡는 법부터 직접 가르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1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 1학년 아라반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전교생이 876명인 은빛초는 3~6학년도 지난 3월부터 매일 등교를 하는 등 전면등교를 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맞춰 최대 3분의 2까지(1·2학년 제외) 학교 밀집도를 조정할 수 있는데, 1~4학년은 아침 8시50분 등교, 5~6학년은 오전 11시10분 등교하는 오전·오후반을 운영해 학교 밀집도 기준을 지켰다. 이희숙 은빛초 교장은 “초등학생의 경우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해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아 교사들의 대면 피드백이 절실했다”며 전면등교 전환 배경을 밝혔다.

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은 “지난해엔 숙제를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고 수업 들을 때도 의자 끝에 걸터앉아 듣는 등 수업 태도가 좋지 않았다”며 “게으른 일상에서 벗어나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성적도 올랐다. 이 학교 4학년 원종원군은 “지난해엔 75점 정도 맞았는데 올해는 90점 정도로 올랐다”고 말했다. 1년 만에 또래와 단체생활을 하면서 지난 3월 등교 직후엔 다툼도 잦았지만 교사들은 “관계 맺음의 과정이었고 5월 들어선 안정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학생들의 학습 결손, 학력 격차 심화, 사회성 발달 지연 등 교육 공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가 ‘2학기 전면등교’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지난 12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철저한 방역과 신속한 교직원 백신 접종을 전제로 처음 운을 뗀 뒤 15일에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올 2학기 전면등교를 목표로 교육 공백 회복을 위해 온 힘을 쏟겠다”며 힘을 보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16일 “현재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 현장, 방역당국의 전문적인 의견을 조합해 논의 중이다. 백신 접종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1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은빛초등학교 1학년 아라반 학생이 숙제 내용을 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600~700명대인 상황에서 정부가 전면등교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은빛초의 사례에서 보듯 학교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만으로도 코로나19로 누적된 문제들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행히 학교가 상대적으로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분석 결과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개학 이후 학생·교직원 확진자의 감염 경로는 대부분 가정·지역사회(74.9%)이고 최근 3주 동안 학생 10만명당 확진자 비율은 18.9명으로 전체 인구(25.1명)에 견줘 낮다.

일각에선 고3을 뺀 나머지 학생들의 백신 접종 여부가 불확실해 전면등교가 어렵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백신이 개발되기 전에도 소규모 학교 등 전면 등교하는 학교가 있었지만 학교 방역이 위태로워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며 학생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전면등교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거리두기 2.5단계까지는 학교 밀집도 기준 적용을 받지 않는 소규모 학교가 아닌 이상 은빛초처럼 매일 등교를 시도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학부모들이 오전 돌봄 공백, 오후 학원 일정 등을 들어 오후반을 선호하지 않는 등 여러 이유로 전면등교 전환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감염 상황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 수도권에서는 소규모 학교도 매일 등교를 하지 않는 비율이 높다. 18일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을 보면, 서울의 경우 지난 3월 기준으로 소규모 학교(300명 초과 400명 이하이면서 학급당 학생 수 25명 이하인 학교) 293곳 가운데 초등학교는 68%, 중학교는 40%, 고등학교는 67% 정도만 매일 등교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2학기 전면등교를 하려면 방역인력을 확충하고 급식실 방역을 강화하는 세밀한 지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은빛초의 경우 구청에서 배치해준 방역 도우미 4명에 더해 돌봄교실과 급식실에서 일하는 시간제 도우미를 4명 추가로 채용했다. 한상윤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서울 봉은초 교장)은 “방역인력을 1학기에 견줘 최소 1.5배는 늘려야 한다”며 “특히 방과후강사도 8월까지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과후학교에 대한 추가적인 방역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건 급식 문제다. 급식실은 등교해서 유일하게 마스크를 벗는 공간이라 방역에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 곳이다. 3분의 2 등교를 하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급식실 규모와 거리두기를 고려해 한 번에 한 학년밖에 배식을 못 하는 게 현실이다. 하루에 4개 학년이 차례대로 점심을 먹는데, 6학년의 경우 아침 8시20분에 수업을 시작해 오후 1시에야 점심을 먹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2학기 전에 급식실을 확충하거나 교실 배식으로 전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어떻게 해야 매일 전 학년이 급식을 원활히 먹을 수 있을지 교육당국이 세밀한 지침을 정해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17일 학교 방역 강화를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여는 등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유은혜 부총리는 “전면등교는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고 철저한 학교 방역을 포함한 다양한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전면등교의 조건과 과정 등에 대해 교육청, 질병관리청을 비롯해 전문가, 학교 현장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김지은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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