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인사이드] "메리츠, 배당 대신 자본 재투자..길게 보면 호재"

김경미 기자 2021. 5.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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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축소' 하루만에 주가 반등
금융지주·증권·화재 2~3% 올라
1분기 ROE 등 이익개선세 뚜렷
일각 자사주 소각 우호적 시선도
업계 "소각 스케줄 구체화해야"
[서울경제]

중장기 배당 성향을 10%대로 줄이겠다는 소식에 급락했던 메리츠금융그룹 3사의 주가가 하루 만에 반등세로 돌아섰다. ‘배당주’로 주목받던 주식이었던 만큼 상당한 규모의 ‘배당 컷(삭감)’ 소식이 투자자들을 떠나게 했지만 기업 이익과 성장성 등 펀더멘털은 변함없다는 의견도 나오며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메리츠 3사의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이 기업가치 상승에 유리한 결정이 될 가능성도 거론되며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18일 메리츠금융지주(138040)메리츠증권(008560)은 각각 전 거래일 대비 2.42%, 3.33% 상승한 1만 6,950원, 4,345원으로 마감했다. 메리츠화재(000060)는 전 거래일과 같은 1만 7,6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메리츠금융지주·증권·화재 3사는 전날인 17일 각각 15.56%, 13.83%, 16.78%씩 급락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지난 14일 장 마감 후 발표된 중기 주주 환원 정책과 관련해 실망 매물이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3사는 일제히 공시를 통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 배당을 유지할 예정이며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년간 메리츠금융지주와 증권·화재의 배당 성향(현금배당액/당기순이익)이 각각 66%, 35%, 38% 수준이었다는 점을 볼 때 3분의 1 이상의 ‘배당 컷’이 발생한 셈이다.

증권가는 메리츠금융 3사가 그동안 투자자들에게 ‘고배당주’로 인기가 높았던 만큼 ‘배당 컷’의 충격이 더욱 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메리츠 3사의 핵심 투자 포인트가 배당이었다는 측면에서 당분간 투자 심리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증권가 역시 줄줄이 투자 의견을 낮추고 목표 주가를 하향하기도 했다. 하지만 메리츠 측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자사주 매입·소각이 배당보다 주주에게 더 유리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배당을 받을 경우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하지만 자사주 소각으로 주식 유통 물량을 줄일 경우 투자자들의 지분율이 높아지기에 세금이 없는 매각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도 오는 2023년부터는 주식 매각 차익에 대한 양도세가 부과되지만 5,000만 원까지는 공제되기에 소액주주들이라면 배당보다는 시세 상승에 대한 차익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의 경우 이익을 배당으로 나누기보다 자본에 재투자함으로써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주들에게 훨씬 더 유리한 결정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 역시 최근 1분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0%를 훌쩍 뛰어넘는 등 이익 개선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익의 대다수를 배당으로 다 나눠줘 버린다면 재투자 등의 기회를 놓쳐 기업이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야 아무래도 단기적으로 확실한 수익원인 배당을 선호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익을 재투자하는 것이 기업가치 상승에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 산업의 성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의아하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메리츠 3사가 공격적인 경영 방식 탓에 불거진 자본 감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메리츠증권과 화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고금리 대출을 다수 취급하며 우발 채무 비율이 타사 대비 높은 편이다. 최근 금융 당국이 자본 건전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익을 배당이 아닌 자본 확충에 쓸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리츠 3사의 주가가 다시 상승 모멘텀을 갖기 위해서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과 자사주 매입·소각 스케줄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당은 예측 가능한 약속이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은 회사의 사정에 따라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며 “대주주가 자사주를 악용하는 것 아니냐는 각종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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