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 줄줄이 급락..서학개미 '잔인한 5월'
이달들어 주가 12~15% 급락
빚내서 투자해 손실 확대
◆ 시련의 서학개미 ◆
서학개미들이 대거 사들인 미국 주식 종목 5월 수익률이 줄줄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반도체와 대형 기술주 낙폭이 커진 탓이다. 특히 서학개미들이 레버리지 3배를 추구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을 집중 매수하면서 손실폭도 그만큼 커졌다. 투자 시련을 겪고 있는 서학개미들은 '5월에 팔고 떠나라'는 월가 격언을 새삼 되새기며 주춤한 모습이다.
미국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스'(SOXL)는 이달 1~17일(현지시간) 수익률 -15.72%를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OXL은 같은 기간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1위(9079만달러)와 매수 2위(3억7037만달러)에 오른 상품이다. 글로벌 반도체 경기를 대표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인텔·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반도체업체 주가를 3배로 추종한다. 전 세계 반도체 부족 사태 속에서 미·중 반도체 주권 갈등이 불거지면서 수익률이 뒷걸음질했다.
한국 투자자 순매수 2위와 3위에 오른 최대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아마존과 프로셰어스 울트라 프로 QQQ ETF(TQQQ)의 이달 수익률도 각각 -5.68%, -12.36%로 저조했다. 특히 TQQQ는 아마존 등 나스닥 우량 기술주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고위험·고수익 투자상품이다.
이달 매수 1위(6억3681만달러)를 지키고 있는 테슬라의 수익률은 -18.69%로 역시 크게 떨어졌다. 2위 SOXL과 3위 애플에 이어 4위를 차지한 상장지수증권 '몬트리올 은행 마이크로섹터스 FANG 인덱스 3X'(FNGU)도 -19.81%에 달하는 낙폭을 그렸다. FNGU는 애플·아마존·테슬라 등 나스닥 대형 간판주 주가를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월가에서는 펀드스트랫과 골드만삭스 등이 앞다퉈 나스닥 대형 기술주에 대한 매도 의견을 내고 있다. 앤드루 볼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현상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으며 단기적으로 연간 물가 상승률이 5%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美증시 돈묶인 서학개미 불안
지난달 매수규모 15조로 뚝
뉴욕 증시에서 '5월에 팔고 떠나라'는 월가 격언이 주목받는 가운데 올해 말에는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지금보다 6%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서학개미가 집중적으로 투자해 온 대형 기술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올해 4월 이후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도 1분기보다 줄어드는 분위기다. 17일(현지시간)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는 고객 메모를 통해 "올해 말 S&P500 지수는 4000을 넘기기 힘들 것이며 목표치를 3900으로 설정한다"면서 "변동 장세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시장 등락이 있겠지만 4000을 넘기는 시기는 내년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강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잠재적인 이윤(마진) 압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윌슨 수석전략가는 2022년 6월에 S&P500이 4225를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5월 1~17일 국내 투자자들이 네 번째로 많이 순매수(2870만5552달러)한 종목은 S&P500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SPDR다.
지난달 중순 이후 뉴욕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세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 결제 규모는 석 달간 월평균 금액이 약 216억달러(약 24조원)였지만 4월 들어서는 132억달러(약 15조원)에 그쳤다. 3월 매수액(213억달러) 대비 38%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 1~17일 매수 금액은 60억8909만달러다.
순매수 금액 기준으로도 최근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주춤해졌다. 올해 1분기 석 달간 월평균 순매수액이 약 34억달러인 반면 4월은 21억달러다. 이달 순매수 금액이 1억8243만달러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서학개미들의 이달 상위 매수 종목 수익률도 여의치 않다. 1~17일 테슬라 주가는 18.6% 급락하면서 고점(1월 26일 883.09달러) 대비 34.7% 낮아졌다. 테슬라는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 1위에 여전히 이름을 올렸지만 2967억달러를 순매도한 상태다. 아직 5월이 남아 있긴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이 테슬라 주식을 순매도한 것은 월간 기준 2019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들은 원자재 상품과 일반 기업 주식을 두고 매매 저울질에 나섰다. 매수를 한다면 현재로선 '탈코로나 시대' 경제 회복 분위기에 맞춰 금융주와 소재 주식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톰 리 펀드스트랫 글로벌증시 선임전략가는 "기술주보다는 산업재·에너지·금융 부문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낫다"고 언급했다. 펀드스트랫과 윌리엄블레어 투자은행은 글로벌 인프라스트럭처 기업이자 해상 풍력 수혜주로 제너럴일렉트릭(GE)에 주목했다. 다만 해당 종목은 주식 병합 이슈가 있어 이를 전후해 주가가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한편 모건스탠리는 생명보험사인 링컨내셔널에 주목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 내 40대 이상 성인 사이에서 생명보험 가입 열풍이 부는 등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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