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조장하고 희망고문만"..동탄 청약 4인 가족 만점도 위태

정석환 2021. 5. 1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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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요자 외면하는 주택청약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평균 당첨가점 70점 넘어
'로또 청약'만 부추기는 제도
"사행성 조장하고 희망고문만"
전국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이 나온 동탄신도시 전경. [매경DB]
"아이를 1~2명 낳는 게 고작인 맞벌이 부부는 '로또 청약'에 대한 꿈도 꾸지 말라는 이야기다. 차라리 부부 둘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고 '다둥이 부모'가 돼 '청약 로또'를 터뜨리는 게 자산을 더 쉽게 불리는 방법일 것 같다."(30대 맞벌이 부부 A씨)

전국 역대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점수가 공개되면서 청약 수요자들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이 아닌 동탄인데도 최저 당첨 가점이 '4인 가구 만점'인 69점으로 나타나면서 젊은층은 현행 청약제도로는 원하는 집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도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공급되는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는 모든 주택형의 평균 당첨 가점이 70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당첨 가점은 전용면적 84㎡A 기타경기(경기도 2년 이상 거주자), 84㎡B 기타경기, 102㎡A 해당지역(화성시 2년 이상 거주자) 등에서 나온 79점이다.

최저 당첨 가점은 모두 해당지역 기준으로 전용 84㎡A, 84㎡B, 102㎡A, 102㎡B에서 기록된 69점이다. 69점은 4인 가구가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최대로 충족할 때 받는 사실상 최고 점수다.

일부 전용면적 당첨 최저 가점은 74점으로 집계됐다. 74점은 5인 가족이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서 만점인 점수다. 4~5인 가족 만점자도 당첨을 장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오면서 현행 청약제도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약 2782만명으로 국민 총 인구수(약 5170만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서울 지역 평균 청약 경쟁률은 지난 1~4월 123.4대1로 2011년 1.3대1 대비 95배 늘었다. 2017년 서울 지역 평균 경쟁률이 12.8대1임을 감안하면 현 정부에서 10배가량 오른 셈이다.

'로또 분양'으로 꼽히는 알짜 단지들은 젊은층 진입이 사실상 막힌 상황이다. 최근 3년간 수도권 주요 청약 단지들의 평균 최저가점을 분석한 결과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보다 높은 단지가 수두룩했다.

'직방'에 따르면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 1순위 최저가점 평균은 69점이다. 2019년 8월 분양된 송도더샵센트럴파크3차의 경우 1순위 최저가점 평균이 74점으로 집계됐다. DMC센트럴자이(서울 은평구·2020년 8월), 송파위례리슈빌퍼스트클래스(서울시 송파구·2019년 4월) 1순위 평균 최저가점 역시 각각 70.636점, 70.222점으로 디에트르 퍼스티지보다 높았다.

최근 수도권 청약에서 수차례 '물을 먹은' 40대 직장인 전 모씨는 "현행 청약제도는 오랜 기간 집만 빼고 모든 걸 가진 사람만 당첨되는 구조 같다"며 "로또 청약을 조장하면서 실수요자들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청약 가점제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소득이나 다른 기타 부동산 자산을 포함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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