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이어진 보수정당의 '호남구애'..성공의 관건은

박용하 기자 2021. 5. 18.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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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민의힘이 ‘호남 끌어안기’(서진정책) 행보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20여년간 진행된 보수정당의 ‘호남 구애’ 역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보수정당의 ‘서진정책’이 주행과 역주행 등 부침을 거듭한 만큼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지속성’과 ‘진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정당의 서진정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2000년대 중반이다. 보수정당은 과거 긴 집권기 동안에는 ‘호남고립화’ 전략을 활용하며 강력한 반대그룹인 호남을 사실상 방치했으나, ‘국민의정부’를 시작으로 민주당 계열 정부가 이어지자 재집권을 위해 호남에 눈을 돌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에서 떠나면서 생긴 호남의 리더십 공백도 보수정당의 기대감을 촉발했다.

2004년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 취임 이후 광주 방문 등 서진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쳤다. 당시 당내의 우려는 적지 않았다. 보수정권 시절 받은 호남 사람들의 ‘상처’는 여전한데, 정권교체를 위해 갑자기 다가서면 마음이 열리겠느냐는 의문이었다.

실제 극단적 언행으로 영남과 보수층 규합에 나서는 모습이 반복되기도 했다. 2006년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5·18 당시 ‘주체사상 선전’ 홍보물이 거리에 돌아다니고, 교육현장에서까지 사상 주입이 이루어졌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놔 논란이 됐다. 신군부 출신들이 당에 남아있던 상황이 초래한 결과였다.

2012년 총선 당시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가 광주 서구 풍암동에서 붉은 곤룡포를 입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이정현 후보 사무실 제공


다만 보수정당의 서진정책은 소기의 성과로 이어진 적도 있다. 18대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호남에서 두자릿수 득표율(10.3%)을 기록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새누리당은 호남 민심을 붙들기 위해 한광옥·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영입하고, 19대 국회 보궐선거에서 박 후보의 ‘복심’이자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정현 후보 역시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되는 이변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과거 민주당 계열 정부의 ‘호남 홀대론’이 부각되며 이정현·정운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호남에서 잇따라 당선되기도 했다. 이정현 전 의원은 총선 뒤 당대표로 선출되며 ‘호남 당대표’ 시대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시절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 5·18 망언이 터져나오는데도 징계하지 않아 호남과 화합은 다시 멀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김순례 전 의원 등은 국회 공청회에서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황 전 대표의 ‘솜방망이’ 처벌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보수정당의 서진정책이 다시 주목받은 건 지난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5·18 국립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그의 퇴임 이후에도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역시 전국정당화를 쇄신 방향으로 삼고 호남 구애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8월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18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제대로 된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지속성’과 ‘진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호남에서는 지금도 국민의힘이 “호남을 정략적 대상으로 삼는다”는 시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몇 번의 (호남) 방문과 사과가 아니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진정성으로 다가서겠다”고 강조했다. 호남 지역을 향한 당의 ‘약속’을 실천하고,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도 과제로 지목된다. 당 관계자는 “필요하면 여당과 협력해 지역이 원하는 법안을 처리하고, 호남 인사들을 확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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