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현직 교사에게 듣는 프랑스 유치원

모니카 박 2021. 5. 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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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는 예체능 위주의 프랑스 유치원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 증가 우려스러워

자율권이 보장되고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프랑스 교사

프랑스 공립 유치원 현직 교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 유치원 교육 과정 및 시스템에 대해 알아봤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 코로나 시대의 교육 현장, 온라인 수업, 아동 학대 문제 등 사회 이슈와 관련한 프랑스 교육 상황도 함께 들어봤다.

이를 통해, 한국 교육 상황과 비교해보고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 오드리는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에 위치한 어느 유치원 만 4세 반을 맡고 있는 현직 교사이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대학에서 경제학과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교사가 되고 싶어서 졸업 후 교사 자격시험을 본 뒤에 1989년부터 교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남편 직장 때문에 해외를 많이 돌아다녔는데요, 해외에서도 교사 생활을 꾸준히 지속했습니다. 홍콩, 대만, 런던, 상파울루, 케이프타운 등 해외 여러 도시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직을 맡으면서 다양한 나라의 교육 시스템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에 돌아와서는 프랑스 남부를 포함한 지방에서도 교사 생활을 했습니다. 

Q. 현재 프랑스 유치원의 하루 프로그램은 어떻게 되나요?

8시 40분까지 등교하면 먼저 총 29명의 아이를 5개 그룹으로 나눕니다. 다양한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려고 매일 그룹이 바뀝니다. 오전에는 프랑스어(읽기, 쓰기, 말하기), 책 읽기, 그림 그리기, 만들기, 음악 시간 등을 통해 독해력, 표현력, 창의력 및 상상력 향상의 시간을 갖습니다. 그리고 매일 1시간 정도 체육 시간을 가집니다. 이를 통해 신체 단련뿐 아니라, 협동심과 사회성을 기르도록 합니다. 

오후 12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점심을 먹습니다. 식사가 끝나면 교실에서 잠시 조용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집니다. 이때 아이들은 자유롭게 장난감 및 블록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낮잠을 자도 됩니다. 오후에는 수학과 과학을 배우고, 주변 환경을 탐험하고 발견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16시 10분에 모든 일과를 종료합니다. 오전과 오후에 한 차례씩 교내 운동장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약 30분 정도 가집니다.  

Q. 프랑스 유치원 교육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목표는 무엇이 있을까요? 정부의 유치원 교육 과정에서 강조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첫째, 자율성과 독립심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아이가 혼자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둘째, 오감을 통한 발달에 집중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온라인 영상에 쉽게 노출되고 있는데, 스크린을 통한 교육은 오감 발달에 좋지 않습니다. 이 연령의 아이들은 직접 손으로 만지고, 직접 소리를 듣고, 친구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학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프랑스어를 배울 때 직접 써보고, 말하고, 듣는 것을 통해 글자를 배우고 있습니다. 

Q. 프랑스 교육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프랑스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파리에 사는 학생도 시골 마을 학생도 동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외딴 시골 학교 학생들도, 심지어 해외 프랑스 국제 학교도 프랑스 정부 교육 시스템과 방침을 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프랑스 남부 지방에서도 교사 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요, 전국 어디를 가나 교육 시스템이 동일하게 진행되고, 우수한 교사들이 전국 곳곳에 있으며, 양질의 교육을 모든 학생에게 평등하게 제공하는 것은 프랑스 교육 체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프랑스는 평등을 강조하는 국가인데 교육에서도 형평성이 잘 이루어지고 있군요. 그럼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교권이 점점 추락하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얼마 전 한 중학교 교사의 끔찍한 참수 사건도 있었는데요, 교사들은 학부모 및 학생들로부터 존중을 원합니다. 

Q. 한국은 유치원생 중에서도 영어 및 수학 등의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꽤 있는 편입니다. 교육열이 높은 부모님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소위 학군이 좋은 동네로 이사를 하기도 합니다. 프랑스는 어떤가요?

오드리: 유치원, 초등학교 과정까지는 부모님들이 아이 학군을 위해 이사하는 경우는 드물고, 중학교 때부터 중요해집니다. 물론 교육열이 높은 프랑스 부모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한국 같은 아시아 국가보다는 유치원에서 공부를 많이 시키는 편은 아닙니다.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위주로 많이 합니다. 이 시기에는 사회성, 자기표현력, 발견하기, 탐험하기,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림 그리기, 만들기 등 창작하는 시간이 많은 프랑스 유치원 ©모니카 박

◆아이들 스스로 수업에 필요한 물품을 각 사물함에서 자율적으로 가져오도록 교육한다. ©모니카 박

Q. 한국에서 <프랑스 아이처럼>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프랑스식 육아가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그 책은 스테디셀러로서 많은 한국 부모들에게 인기입니다. 책 내용처럼 정말 프랑스 부모들은 권위를 가지고 아이를 훈육하며, 아이들은 식당에서 조용히 밥을 먹나요?

시대는 변하기 마련입니다. 제가 교사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프랑스 부모들이 아이를 대하는 방식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랑스에도 앙팡 루아(Enfant Roi, 집안에서 왕과 같은 자녀. 너무 귀하게 기르다 못해 아이를 왕처럼 대하는 경우)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맞벌이하는 부모들이 많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을 물질로 대체한다거나, 아이 요구를 다 받아준다거나 하는 부모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멋대로 굴고, 떼를 쓰며, 밥 먹을 때 떠들고 말썽 피우는 아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지요. 

Q. 코로나로 인해 현재 학교 선생님과 모든 학생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드신지요?

우선 마스크를 쓰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언어를 배우는 기초 단계에 있어서 다른 무엇보다도 선생님의 입 모양을 잘 보고 단어를 잘 따라 하며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아이들의 언어 학습에 아무래도 제약이 있다 보니 그 점이 가장 힘들고 안타깝습니다. 단어를 알려줄 때 정확한 입 모양과 발음하는 법을 보여주기 위해 때때로 투명 캡을 착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각종 야외 체험학습을 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 시기에는 오감 발달이 중요합니다. 야외에 나가서 자연을 접하고, 동식물을 직접 보고 만져보기도 하며, 자연의 냄새도 맡고, 지저귀는 새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1년 넘도록 이런 시간이 없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학부모 참여 활동이 없는 점도 아쉽습니다.

Q.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드리: 코로나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되고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온라인 수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스크린으로 학습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배움은 배움의 현장에서 직접 교사와 학생들의 상호 교류를 통해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이 스크린에 더욱 친숙하게 만들며, 그 결과 스크린 시청 시간을 늘리게 됩니다. 무분별한 동영상 시청 시간 증가는 자라나는 어린아이들로 하여금 정서 불안정, 두뇌 발달 저하 등 다양한 문제점들을 양산합니다. 

실제 프랑스도 동영상 시청을 하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는 아이들의 정서 불안을 야기합니다. 이전 세대 아이들보다 현세대 아이들은 정서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를 보입니다. 지루함을 못 견디고 떼쓰거나 난폭한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상 노출 시간을 줄이고 자연과 함께하고 차분히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Q. 프랑스는 교사들의 자율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나요?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교사들은 수업 외 서류 작업이 많이 있고, 조직 내 관계라든지 업무 외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어떤가요?

프랑스는 다른 나라에 비해 교사들의 자율권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저의 상사는 아닙니다. 저의 상사는 이 지역의 여러 학교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 관계자인데요, 수업 외 서류 작업은 많지 않습니다. 거의 대부분 제가 기록하고 보관하려고 하는 것이지 보고를 위한 문서 작업은 많이 없습니다.  

Q. 한국은 현재 아동 학대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아동 학대 방지 및 예방에 대한 목소리가 높습니다. 프랑스도 최근 아동 학대 및 아동 성폭행 등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학교에서 이를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요?

사실 그 부분은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부분입니다. 실제 유치원에서 아동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를 본 적이 있어요. 보고하는 곳이 있습니다. 보고가 들어가면 경찰 및 의사에게 연결이 됩니다. 근데 이것이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라 처리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또한, 위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기가 쉽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대받는 아동을 미리 감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사실 아시아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에서, 특히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파리에서 이와 같은 이슈는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유치원 가는 것이 즐겁고 행복한 유치부 아이 ©모니카 박

필자는 오드리 선생님과 유치원 교실에서 두 차례에 걸쳐 2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 유치원 교육뿐만 아니라 요즘 사회 이슈 등에 관해서 알 수 있었다. 

프랑스 유치원 교육 과정은 모국어인 프랑스어 학습 및 미술, 음악, 체육 등과 같은 예체능 위주로 학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만 3~5세 시기의 아이들은 영어, 수학과 같은 공부보다는 오감을 통한 다양한 학습을 통해 자기표현력, 창의력, 상상력을 키워야 하며, 이 시기에 자율성, 독립성 및 사회성도 함께 발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요즘 사회 이슈인 온라인 수업, 아동 학대 문제 등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기념해 전 세계의 교육계 이슈인 교권 추락에 대해서도 다 함께 생각해 보면 좋겠다.  

프랑스 유치원에는 알림장이 없다.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수평적이며, 교류도 많지 않은 편이다.

교장이 자신의 상사가 아니라는 점도 매우 놀라웠다. 동료 교사 및 교장과의 관계도 수평적임을 알 수 있었다. 교실 청소 및 급식 시간은 시청 소속 직원들 담당이다. 프랑스 교사는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비교적 잘 구축된 편이다.

끝으로, 오드리 선생님은 교사라는 직업을 통해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며,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교육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고 했다. 

매년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은 모든 아이는 다 다르기 때문에 각 아이만의 고유한 특성을 발견하고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뇌이쉬르센 = 모니카 박 글로벌 리포터 gooddaypsy@gmail.com

■ 필자 소개

현 프리랜서 작가

전 국제기구 근무

고려대 국제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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