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돋보기] 中 만화·게임 시장서 日 돌풍..日 IP 앞세운 '텐센트'

윤선훈 2021. 5. 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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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P는 일부 제외하고 진출 막혀..판호 발급도 여전히 '지지부진'

쏟아지는 정보통신기술(ICT) 현안을 잠시 멈춰 서서 좀 더 깊숙히 들여다봅니다. 'IT돋보기'를 통해 멈춘 걸음만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되, 알기 쉽게 풀어쓰겠습니다. [편집자주]

지난 16일 텐센트는 게임 연례행사인 '텐센트 스파크 모어'를 개최했다. [사진=텐센트 공식 영상 갈무리]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텐센트가 일본 IP를 적용한 게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국 내에서 입지가 큰 게임 개발사이자 퍼블리셔인 텐센트의 움직임이 일본 IP에 주목하는 중국 게임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이처럼 일본 IP가 중국 게임 시장에 침투하는 동안 한국의 경우 한동안 판호(게임 허가증) 발급이 중단되는 등의 여파로 이전에 비해 중국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텐센트는 지난 16일 열린 게임 컨퍼런스인 '스파크 모어'에서 60여개에 달하는 신규 게임들을 소개했다. 상당수가 일본 게임·만화 등을 토대로 한 게임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원펀맨, 진삼국무쌍, 디지몬, 원피스 등 일본에서 고안된 10개가 넘는 IP(지식재산권)들이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게임 형태로 퍼블리싱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제작된 게임 중에서는 '원펀맨'을 토대로 한 모바일 RPG '원펀맨 사법집행', '원피스' IP를 사용한 모바일 대전 액션 게임 '프로젝트: 파이터(가칭)' 등이 공개됐다. 둘 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일본 IP로 꼽힌다.

'원펀맨' IP를 소재로 한 신작이 이번 텐센트 게임 컨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사진=텐센트 공식영상 갈무리]

일본 게임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는 '디지몬' 시리즈를 모바일로 제작한 '디지몬: 신세기', '대항해시대4'를 바탕으로 한 모바일 전략 게임 '대항해시대: 바다의 군주', '진삼국무쌍'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진삼국무쌍 패', '노부나가의 야망'을 소재로 한 모바일 게임 '신 노부나가의 야망' 등이 소개됐다.

'메탈슬러그', '목장이야기' 등의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도 공개됐다. 이들 역시 일본에서 개발된 인기 IP다. 이날 소개된 일본 IP 게임 중 상당수는 텐센트 산하 게임 스튜디오 등에서 직접 개발을 맡았다. 단순히 기존에 출시된 게임을 서비스하는 차원이 아니라 IP 사용권을 획득해 자체적으로 게임을 제작한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와일드 리프트, 로블록스 등 해외에서 이미 인기를 끌고 있는 글로벌 모바일 게임들의 중국 서비스도 예고됐다. 마스터탱커 등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도 모습을 나타냈다. 다만 일본 인기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전반적으로 전면에 나서며 행사의 중심을 이뤘다.

텐센트가 일본과 손잡은 것이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다. 이미 많은 일본 게임들이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서비스되고 있다. 중국 내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해야 하는 중국 시장의 특성상 거대 퍼블리셔인 텐센트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텐센트가 직접 일본 게임업체에 투자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일본 게임업체 마블러스의 지분 20%를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다. 마블러스는 '목장이야기' IP를 보유한 업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텐센트가 향후 출시작 발표에서 일본 IP로 제작된 게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그만큼 중국 게임 시장의 일본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최근 들어 만화·애니메이션 소재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특히 일본에서 들어온 IP가 강세다. 이날 기준 중국 애플 앱스토어 게임 순위를 보면 나루토 IP로 제작된 '화영닌자(火影忍者)'가 매출 6위, 원피스 IP로 제작된 '항해왕 열혈항로(航海王热血航线)'가 매출 7위다. 포켓몬스터 IP를 활용한 '포켓몬 퀘스트(현지명 宝可梦大探险)' 역시 무료 인기게임 3위다.

중국 당국의 판호(게임 허가증) 장벽이 일본 게임에 대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이 같은 요인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에서 게임을 출시하려면 반드시 판호를 발급받아야 한다. 시장조사업체 니코파트너스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게임이 단 하나의 판호도 발급받지 못하는 동안 일본 게임 78개에 대한 판호가 발급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에도 일본 게임 28개가 판호 획득에 성공했는데 해외 게임 중 가장 많은 숫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서 "일본과 중국의 게임 시장 성향이 유사해지는 최근 시장 트렌드가 판호 발급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일본은 이전부터 만화·애니메이션 원작 게임이 꾸준히 인기를 끌었는데 중국도 비슷하다는 의미다. 최근 1년 사이 외자판호를 발급받은 게임 중 원피스, 원펀맨, 블리치, 디지몬, 드래곤볼 등이 이에 속하는 게임들이다.

'원피스' IP를 토대로 만들어진 '프로젝트: 파이터(가제)'의 모습. [사진=텐센트 공식 영상 갈무리]

일본 IP를 소재로 한 게임이 중국에서 득세하는 동안 한국 IP는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이 한동안 중단되면서 중국 진출이 사실상 막혔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국내 게임들이 중국에서만 서비스되지 않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IP를 이용한 게임을 현지 업체와 협력해 개발하는 방식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도 하지만 이는 일부 사례다.

일찌감치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IP인 던전앤파이터, 미르의전설, 뮤 등은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전보다는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다는 지적이다. '던전앤파이터'는 중국 내 매출이 꾸준히 감소 추세이며 지난 4월 '뮤' IP로 출시된 게임 '전민기적2'는 기대 이하의 성과에 그쳤다. '던전앤파이터'의 경우 모바일 버전 출시로 반전을 노리고 있으나 외부 이유로 인해 수개월째 출시가 미뤄지고 있으며 차후 출시 시점도 안갯속이다.

이에 대해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인기를 끌던 일본 만화·게임 IP가 중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고 텐센트도 현지에서 성공 확률이 높은 검증된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게임을 만드는 것"이라며 "특히 중국 내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반일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좋은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일본 IP에 대한 인기가 늘고 있고 이에 당분간 양국 간 콘텐츠 교류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 주요 게임사들은 이미 자신들이 한국 게임사들의 경쟁력을 뛰어 넘었다고 자신하고 있다"며 "이들 입장에서도 일본의 주요 애니메이션 IP 등은 검증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들 IP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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