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가 늘어 잔치 열수 없다" 이승희·장석영 간찰 9천통 발굴

대계첩.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한국국학진흥원은 "대계 이승희(1847~1916)와 회당 장석영(1851~1926) 등 한말 유학자들이 주고받은 편지 9천여 통을 발굴했다"고 18일 밝혔다.

편지가 실린 간찰첩은 인동장씨 남산파 회당 고택에서 보관하다가 지난 2003년에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했다.

이 간찰첩들은 최근첩 65책, 어안첩 18책, 통신첩 10책 등 총 92책이며 한 책당 100여 통의 편지가 들어있다.

편지는 주로 회당 장석영이 받은 것으로 표지에 보낸 사람의 성씨를 기재했다.

편지 내용은 대부분 의병전쟁과 국채보상운동에 관해 각처에 보낸 통문, 시회에서 지은 시를 묶은 시축, 학문을 강론한 강회 기록 등이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이승희가 보낸 편지를 따로 모아둔 '대계첩'이다.

이승희의 편지는 다른 간찰첩에도 수록돼 있지만 별도의 책으로 묶어둔 까닭은 두 사람의 인연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장석영은 이승희의 아버지 한주 이진상에게 글을 배운 제자였고, 나이도 비슷해 두 사람의 우의는 매우 돈독했다고 한다.

"국채가 날로 늘어나서 사사롭게 잔치를 열 수 없어 그 비용 백금百金을 의소義所에 보내고 나서 손님과 친구들을 빈속으로 대하니 또한 스스로 부끄럽다"

1907년에 환갑을 맞은 이승희가 2월 20일 자로 장석영에게 보낸 편지의 한 구절이다.

환갑 행사를 금하는 대신 그 돈을 국채보상의연금으로 기부했기에 찾아오는 손님과 친구들에게 별다른 음식을 대접하지 못해 부끄러웠다는 내용이다.

이승희는 다음 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망명해 교민들을 위해 공교 운동을 전개했다. 이후 이승희와 장석영 모두 독립유공자로 포상을 받았다.

최근첩, 어안첩, 통신첩. 한국국학진흥원 제공

편지가 쓰인 시기는 대체로 개항 무렵인 1870년대부터 장석영이 사망하기 전인 1920년대 초반까지다.

한국국학진흥원은 국권을 되찾기 위해 헌신했던 선현들의 흔적이 담긴 서간문을 번역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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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CBS 김세훈 기자] huni@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