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똑같이 앱깔고 사용료내는데.."택시기사는 카카오T 이용자 아냐" 정부 해석 논란

백상경 2021. 5. 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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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택시업계 "카카오, 이용료 신고의무 지켰나"
국토부 "이용자는 승객..신고의무 없어" 잠정 결론
제2타다 만든다더니..구닥다리 법 해석으로 혼란만 가중
서울의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 늘어선 카카오T 이용 택시들의 모습.2021.5.11. [이충우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의 콜 서비스 유료화 논란을 놓고 업계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주무부처 국토교통부가 황당한 법령 해석으로 성난 불길에 기름을 붓고 나섰다.

택시기사는 택시 호출 플랫폼의 이용자로 볼 수 없고, 이들이 카카오에 내는 요금 역시 자신들이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핵심이다. 택시업계와 관련 학계는 물론 다른 정부부처에서조차 "플랫폼 시장의 기본 속성조차 이해하지 못한 해석"이란 비판이 나온다. 수요·공급자가 동시에 플랫폼을 이용해 서로를 찾는 플랫폼 시장을 과거의 택시·버스식 운수사업의 잣대로 판단하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결론이 나왔다는 평가다. 택시업계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손을 뗄 경우 서비스 유료화와 요금 인상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택시기사 부담이 커지면 결국 택시요금 인상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6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국토부는 지난 3월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4월 서울시가 각각 문의한 택시기사의 플랫폼 이용자 지위 문제에 대해 '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일 뿐, 플랫폼의 이용자는 아니다'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택시기사의 플랫폼 이용자 지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지난 3월이다. 그간 중개수수료 무료를 강조해온 카카오는 월 9만9000원의 택시기사 전용 '프로멤버십'을 선보였다. 택시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콜을 빠르게 연결해주는 '목적지 부스터', 콜 수요가 많은 지역을 표시한 지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이다. 택시업계에선 사실상 정해진 승객을 두고 콜 경쟁을 하는 구조에서 대부분의 택시기사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카카오 유료 서비스를 가입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했다.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단순 편의기능이 아니라 특정 기사들에게 수익을 몰아주는 식의 서비스라 택시기사들 입장에선 하루 일당 수준의 요금을 내고라도 가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유료화의 신호탄이며, 새로운 부가 서비스가 계속 출시될 경우 택시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택시업계가 문제 삼은 것이 여객사업법 제49조의18과 제49조의19 조항이다.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요금을 받으려면 중개사업자 등록을 하고 요금을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들은 카카오에게 등록·신고 의무가 있는지, 있다면 이를 지켰는지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지난 3월 23일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차원에서 국토부에 공식 질의했다. 서울시도 택시기사가 이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달 21일 카카오가 등록·신고 없이 이용요금을 받았을 경우 적정한 행정처분(과태료 400만원)을 내려달라고 국토부에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는 현행 법체계 상에선 택시기사를 플랫폼 이용자로 볼 수 없다고 본다. 우선 여객사업법 1조에 담긴 법의 목적 자체가 승객(여객)의 원활한 운송과 보호에 있기 때문에, 맥락상 이용자는 승객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기존 여객사업법의 조항 상으로도 운수종사자와 이용자는 명확히 구분된다는 입장이다. 법에 등장하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운임이나 요금'이라는 표현 등이 근거다. 국토부 관계자는 "승객 수요에 응해 운송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택시기사를 여객사업법상 이용자로 보긴 어렵다"며 "법 시행 이후 업체들이 사업자 등록 신청은 하고 있지만, 택시기사에게 부과하는 요금까지 신고해야 할 의무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당장 정부 단일안으로 국회에 제출된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도 대치되는 해석이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을 '둘 이상의 이용자 집단 간에 재화·용역을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전자 시스템'으로 규정한다. 전통적인 공급자-수요자 구조가 아니라, 양쪽 모두 플랫폼의 이용자가 되는 '양면시장' 특성을 반영한 문구다. 또 온플법은 플랫폼 업체와 계약하고 중개서비스를 제공받는 사람들을 '플랫폼 이용사업자'라는 개념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플랫폼을 이용해 수요를 찾아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 역시 엄연한 플랫폼 생태계의 '이용자'에 해당한다"며 "과거의 정의 규정을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 시장에 적용하려다 보니 무리한 해석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택시조합 관계자는 "택시기사나 승객이나 모두 카카오 택시 앱을 깔아 이용하고 있는데 어느 한 쪽만 이용자가 아니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이용자, 파는 사람은 이용자가 아니라는 식의 황당한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국토부는 정부가 현행 법체계를 넘어서는 해석을 내릴 수도 없고, 정부가 사업자 사이의 사적 계약에 지나치게 개입할 수도 없다고 항변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휴관계에 있는 사업자간의 계약금액까지 관여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며 "카카오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냐의 검토는 필요할 수는 있지만, 현행 여객사업법의 틀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극적인 해석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동영 KDI 연구원은 "시장 개입이 부담스럽다며 엄연한 이용자를 이용자가 아니라고 해석하는데, 그럼 택시요금은 왜 자율에 맡기지 않고 공공에서 관리를 하고 있느냐"며 "택시기사를 이용자의 한 축으로 인정하면서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을 하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택시기사들의 부담이 결과적으로 승객들 부담으로 넘어오는 '풍선 효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시 등 택시요금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들에서 이같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선 국토부가 신고 대상으로 꼽은 '승객 요금'이 아니라,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택시기사 서비스 이용료를 집중적으로 올릴 수 있다"며 "결국 택시 요금이 인상될 경우 시민들 부담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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