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 한미 공동보고서 공개 '초읽기'..연구성과 따로 계속 추진 여부 따로 가나

김민수 기자 2021. 5. 1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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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로프로세싱' 한미 공동 연구 보고서 데이터 중심으로 구성될 듯
모의 핵연료를 이용해 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을 실험해 볼 수 있는 시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지난 2011년부터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한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 ‘파이로프로세싱’의 연구 결과를 담은 공동보고서가 막바지 작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공동연구보고서는 한미 공동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거치면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데 기술적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최종 판단은 결국 한국과 미국의 합의와 각국의 정책적 결정이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연구개발(R&D) 과제 형태로 2020년 일단락된 파이로프로세싱의 한미 공동연구 결과를 담은 공동보고서 작성이 실무 차원에서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다. 공동보고서에 대한 승인과 최종 의결은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와 기술 책임자로 구성된 의결 기구인 운영위원회가 진행한다. 

운영위원회 구성과 공동보고서 최종 승인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파이로프로세싱 주관 부처인 미국 에너지부(DOE)의 담당자 구성이 아직 완료되지 않은 데다가 대면 회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 화상 회의를 진행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유재운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SFR) 사업단장은 “파이로프로세싱 관련 한미 공동연구보고서는 실무그룹에서 준비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고서가 나오더라도 운영위원회 승인과 의결을 거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아직 운영위원회 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부피를 줄이는 동시에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원자로 중 하나인 소듐냉각고속로(SFR)를 가동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전기 분해하면 나오는 세슘과 스트론튬 등 방사성 원소들을 별도로 처리하고 남은 플루토늄·아메리슘·큐륨 등 우라늄보다 질량이 무거운 초우라늄 원소를 SFR에서 태워 재활용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이론상 사용후핵연료 부피를 2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 중 어느 정도 검증된 심지층 처분방식 외 유망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2018년 2월 국회 요청으로 ‘파이로프로세싱 재검토위’가 꾸려져 2020년까지 한미 공동연구에 집중한 뒤 도출되는 기술적 데이터를 살펴보고 지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과기정통부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미국은 에너지부(DOE)와 아이다호국립연구소·아르곤국립연구소가 참여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공동연구는 2011년 시작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경우 이보다 앞선 1997년부터 연구에 착수해 지금까지 총 사업비 4132억원이 투입됐다. 파이로프로세싱과 연계한 SFR 연구에도 1997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3757억원이 투입됐다. 

파이로프로세싱 한미공동연구보고서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 지속에 대한 정책적 결정을 담는 것은 아니다. 운영위원회의 역할은 한미 연구진이 공동으로 도출한 기술 개발 결과에 대해 승인하는 선에서 그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지속에 대한 논의는 각국의 정책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재운 단장은 “공동보고서에는 이 기술이 타당한지, 경제성이 있는지를 담기보다는 연구개발 결과 데이터를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국내에서 후속 연구개발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려면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양국의 협의가 필요한데 이 때 공동연구보고서가 기술적 배경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파이로프로세싱 후속 연구가 중단될 경우 10여년 넘게 공을 들인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기술이 사장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관계없이 24기의 원전이 운영중이다. 장기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안 중 하나로 장기간 연구된 기술이 자칫 빛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원자력계 한 관계자는 “탈원전을 추진한다고 해도 현재까지 쌓여있는 사용후핵연료는 물론 앞으로 발생할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파이로프로세싱과 SFR이라는 대안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연구개발이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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