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5번째 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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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6월10일 창설 60주년을 맞아 5번째 새 원훈(모토)을 내놓는다고 한다.
1961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설립됐을 때의 첫 모토는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0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 세번째 원훈이 됐지만, 이 역시 8년 뒤 교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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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6월10일 창설 60주년을 맞아 5번째 새 원훈(모토)을 내놓는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로 바꾼 지 5년 만의 교체다.
1961년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가 설립됐을 때의 첫 모토는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였다. 김종필 초대 정보부장은 “정보기관 종사자는 숨은 일꾼으로 익명의 열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다짐”(<김종필 증언록>)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중앙정보부가 보인 모습에선 ‘음습한 방식으로 정권을 위해 국민을 폭압한다’는 인상이 두드러졌다.
이 부훈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37년 만에 바뀐다. 김 대통령은 1998년 5월 그새 중앙정보부에서 이름이 바뀐 국가안전기획부를 국정원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원훈도 ‘정보는 국력이다’로 바꿨다. 김 대통령은 당시 국정원을 방문해 직원들에게 “과거 불행했던 안기부 역사의 표본이 바로 나”라며 “내가 당했던 일을 다시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원훈석에 휘호까지 써준 새 원훈은 10년밖에 못 갔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10월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이 세번째 원훈이 됐지만, 이 역시 8년 뒤 교체됐다.
국가정보기관의 모토가 60년 만에 4번이나 바뀌는 건 유례를 찾기 어렵다. 1947년 창설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국가의 일, 정보의 중심’이라는 공식 모토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한복음 8장 32절)라는 비공식 모토를 줄곧 쓰고 있다. 1909년 설립된 영국 비밀정보국(MI6)도 초창기부터 ‘언제나 비밀’을 모토로 써왔다.
잦은 모토 변경은 한국 정보기관이 국가안보를 위한 대외정보 활동보다 정권 보위를 위한 국민 탄압과 공작에 주력해온 역사와 관련이 있다. 미국(CIA·FBI), 영국(MI6·MI5), 이스라엘(모사드·신베트) 등은 처음부터 대외정보와 국내보안 기관을 나눠 서로 견제하게 해 정치 개입을 차단했다. 한국은 지난해 말에야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 수집’을 삭제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법 개정을 했다. 5번째 원훈은 확고한 ‘환골탈태’ 의지를 담아 더 이상 바뀌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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