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자 혜택 준다는 정부.. "맞고 싶어도 못 맞아" 차별 우려도
전문가 "방역 완화 시기상조.. 백신 신뢰 회복 먼저"
방역당국이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접종을 받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접종자에 대한 혜택이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7일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자에 대해 일종의 특혜를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영업시간 제한 등 조치를 풀어주는 방안이 언급됐다. 이에 대해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오전 백브리핑에서 “(백신 접종 인센티브와 관련해) 안내한 부분은 확진자 접촉 시·입국 시 자가격리 면제”라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면회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와 다른 부처 의견들을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의 거리두기 완화 조치들을 총괄적으로 비교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전날 “백신 접종을 마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조속히 검토해달라”고 관계 부처에 당부했다.
현재 해외에서 운영 중인 인센티브 제도는 이스라엘 정부가 지난 2월부터 백신 접종자와 감염 후 회복자에게 발급하고 있는 ‘그린패스’가 대표적이다. 그린패스는 일종의 ‘면역 증명서’로, 소지자는 클럽과 수영장 이용, 실내외 공연장·체육관 이용, 호텔 투숙 등이 가능하다.
지난해 12월부터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의 접종률은 54%를 넘겼다. 한때 1만명을 넘었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최근 50~100명 선을 유지하고 있고 중증 환자 수도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보건당국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백신 접종자에 한해 ‘노(No) 마스크’ 권고안을 발표했다.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은 앞으로 실외뿐만 아니라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백신 접종자에게 100달러 규모의 예금증서를 주고 있으며 디트로이트주는 접종 대상자를 접종소로 데려오면 50달러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같은 날 기준 미국은 전체 인구 47%가량이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했다. 접종을 완전히 마친 비율은 전체 인구의 36%로 집계됐다.
이에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현행보다 더 다각화된 인센티브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같은 금전적 보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선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약물 알레르기 등으로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데다, 임신부와 소아, 청소년 등은 국내 백신 접종 계획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또, 백신 수급 문제로 접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앞서 백신 인센티브 논의가 나왔던 지난 4월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백신 여권 도입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와 1만2699명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청원인은 “백신 여권은 백신 접종 여부로 권리를 제한한다”며 “가난한 사람들, 사회의 약자들, 알레르기가 있어서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 다른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임신부 등), 백신을 맞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어린이, 젊고 건강한 사람들, 자연면역자 등)을 차별하고 계층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접종자에게 금전적 혜택을 주는 것만은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며 “백신 불안을 돈으로 해결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예방 효과도 100%가 아니기 때문에 방역조치를 완화한 해외 사례를 마냥 따라가서는 안 된다”며 “국민들을 솔직하게 설득해 불안을 잠재우고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1차 접종자는 전체 국민의 7.3%, 2차 접종자는 2%를 기록했다. 코로나 감염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현재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인 고령층의 접종률은 60대 78.4%, 70대 40.1%, 80세 이상 50.1%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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