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업소 밀집지역이 청년 작가들이 꾸리는 공방거리로..5년 만에 공방 25개로

김향미 기자 2021. 5. 1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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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강동구 성내동 ‘엔젤공방허브센터’ 1층에서 18일 ‘엔젤공방 대표작가 작품전’이 열리고 있다. 김향미 기자

서울 강동구 성내동 엔젤공방거리에서 가죽공방 ‘코스노이’를 운영하고 있는 장현석씨는 가죽 제품을 개발·제작하면서 강습을 하는 ‘청년 작가’이다. 20년 가까이 이 동네에 살면서 몇년 전부터 공방이 하나 둘 생겨나는 걸 지켜봤다는 장씨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2019년 9월 엔젤공방거리에 입점했다.

로봇 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최재원씨는 3D펜이나 3D프린터라는 새로운 기기로 예술작품이나 실용품을 만들어내는 ‘기존에 없는 색다른 공방’을 만들어보고 싶어 엔젤공방거리에 문을 두드렸고, 지난해 8월 ‘헬로메이커스’를 열었다.

두 사람은 엔젤공방거리(18만2376㎡)에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청년 작가들이다. 엔젤공방거리는 강동구가 2016년부터 강동역 인근 성내도서관과 통학로 주변에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고 유흥주점 등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변종업소’를 없애고, 그 자리에 청년 공방들을 채워 조성한 곳이다. 주거환경도 개선하고, 일자리도 만들어 동네를 살리겠다는 구상이었다.

구는 변종업소가 있던 상점 자리를 임차해 만 39세 이하 청년 작가들에게 내줬고, 보증금 100%와 임차료 50%(1년간)를 지원했다. 하나 둘 늘던 공방은 5월 현재 25곳으로 늘었다. 그 사이 변종업소는 36곳에서 9곳으로 줄어들었다.

18일 엔젤공방거리 내 엔젤공방허브센터에서 만난 장씨는 “공방이 여러 개 모여 있다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모여 제품을 알리기 좋다”며 “손님에게 서로 다른 공방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분야는 다르지만 아이디어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순전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엔젤공방거리에 입점해 월세를 지원받고 가게를 노출시키는 데도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입점 작가들은 협동조합 결성 등 사회적경제 활동을 병행하는데, 관련 교육을 16시간씩 들어야 한다. 주기적으로 만나다보니 엔젤공방 작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형성된다고 한다. 현재 10여개 공방이 예비 사회적기업을 꾸렸고, 협업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 공헌 등도 함께 고민해나가고 있다.

이날 엔젤공방허브센터 1층에선 센터 개소 1년을 기념한 ‘엔젤공방 대표작가 작품전’이 진행 중이었다. 매끈한 수제 가죽가방과 3D프린터로 그려낸 그림, 제로웨이트스(zero waste·쓰레기 최대한 줄이기)를 실천한 천 가방, 인형, 향수 등 청년 작가 20여명의 손에서 나온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 엔젤공방거리에서 가죽공방 ‘코스노이’를 운영 중인 장현석씨(왼쪽)와 3D 관련 제품을 만드는 ‘헬로메이커스’의 최재원씨가 18일 엔젤공방허브센터 1층에 전시된 제품 옆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향미 기자

센터는 이 일대 엔젤공방거리 활성화를 위해 변종업소 6곳이 밀집해있던 자리에 연면적 796.40㎡(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지난해 5월14일 문을 열었다. 지하엔 다목적실과 회의실, 랩실 등이 있고 지상 1층에는 홍보·전시공간, 2층에는 교육·체험장 등이 마련돼 있다.

지자체마다 지역상권을 살리는 동시에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 작가나 청년 상인들을 모아 특화거리를 조성하는 사례는 많지만, 지자체 지원조직이 말 그대로 ‘허브’로 자리를 잡는 경우는 드물다. 센터에선 공방 홍보나 전시 등을 지원한다. 무엇보다 회의실, 교육실 등 대관 기능이 크다. 지난 1년간 대관 건수만 보면 504회, 이용인원은 1만2224명이다. 가죽 공예 강습을 하는 장씨는 “공방은 좁은 편이라 센터의 다목적실을 이용하면 수강생들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에 자영업인 공방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씨와 최씨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판로 확장, 온라인 마케팅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혜숙 엔젤공방허브센터 총괄운영매니저는 “센터는 지역주민들의 모임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공방 작가 및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는 올해 엔젤공방거리에 공방 3곳을 새로 열 예정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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