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무장한 미스 미얀마의 '보통의 하루'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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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민주화가 된지도 어언 30년.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2008년 생에게 민주화 된 사회는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미얀마의 보통 사람들이 더욱 조명을 받는 이유는 2013년 태국에서 열린 제1회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대회에 미얀마 대표로 참석했던 타 텟 텟(32) 때문일지도 모른다.
미얀마에서도 어쩌면 40년 후에 이날을, 타 텟 텟을,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기억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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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오늘도 밖에선 소리가 납니다. 민주화를 위한 사람들의 목소리.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향한 계엄군의 검은색 힘찬 총소리가 들립니다"
대한민국이 민주화가 된지도 어언 30년.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된 2008년 생에게 민주화 된 사회는 어쩌면 너무 당연하게 여겨질지도 모른다. 우리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으로 쟁취한 민주화. 그 현장은 모래 위에 적힌 글씨처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렇게 잊혀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은 그들을 쉽게 잊지 않는다.
광주 율곡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5.18 민주항쟁을 주제로 쓴 시에 담긴 그날의 현장은 4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한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민주화를 위한 사람들의 목소리'. 이들은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아빠였고 또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꿈많은 학생이었고 평범한 회사원이었을 뿐.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은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보통의 하루'를 만들었다.
미얀마의 현재 상황 또한 40년 전의 우리나라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수많은 보통 사람들이 총을 들고 외치는 간절한 바람이 결국 미래의 누군가에게 '보통의 하루'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지매체와 외신들은 지난 2월1일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민주화를 위해 거리에 나선 시민들을 연일 보도했다. 처음에 평화시위를 표방했던 이들은 군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고 희생자가 늘어나자 결국 총까지 들었다.
미얀마의 보통 사람들이 더욱 조명을 받는 이유는 2013년 태국에서 열린 제1회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대회에 미얀마 대표로 참석했던 타 텟 텟(32)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검은 전투복차림에 소총을 든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반격할 때가 왔다"고 말해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당시 "무기를 들든 펜을 들든 돈을 기부하든 모두가 군부에 맞서 미얀마를 위해 싸우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나 또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불과 한달 반 전까지만 해도 타 텟 텟은 영화배우였고 체조선수였으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그는 1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연결에서 "가짜 총으로 영화 촬영만 해봤지 한달 반 전까지만 해도 실제 총을 들고 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몰랐다"며 "나는 그저 평화적인 (일을 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고 이런 삶을 살아갈거라고는 평생 꿈조차 꾼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미얀마 무장단체에 소속돼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는 타 텟 텟은 "지금 먹고 자고 씻는 것에 대해 이게 너무 힘들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며 "쿠테타의 영향을 우리의 후손들에게까지 끼칠 수가 있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군부 쿠데타 이전에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는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고 있었다"며 "나와 내 동료들은 평범한 시민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되게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타 텟 텟은 한국 가수 비와 배우 송혜교를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한국에서도 군부 쿠데타를 겪은 나라이기 때문에 많은 지지를 보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또다시 군부에 맞서기 위해 군사 훈련을 받으러 간다고 전했다. 그에게 들린 총자루는 어쩌면 너무나 가혹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타 텟 텟을 비롯한 수많은 보통 사람들은 '보통의 하루'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 하나로, 또 미래를 살아갈 사람들에게 그 하루를 선물하기 위해 오늘도 기꺼이 총을 들 것이다.
미얀마에서도 어쩌면 40년 후에 이날을, 타 텟 텟을, 수많은 보통 사람들을 기억할 날이 오지 않을까. 먼 발치에서나마 그들의 하루를 응원한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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