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열연 가격 급등..철강제품 상승세에 내수시장 '휘청'

김정유 2021. 5. 1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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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t당 97만원으로 전년비 49% 상승
열연도 120만원 기록하며 81%나 뛰어
철광석 가격 상승·中수입 감소 등 영향
국내 물량 감소, 주요 수요처 품귀현상
국내 한 제강사의 철근 제품.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유 김호준 기자] 전 세계적인 수요 확대와 원료인 철광석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최근 국내 철강제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주요 건설자재인 철근(봉강)의 경우 가격이 1년만에 50% 가까이 상승해 건설업계에선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또한 대표 철강제품인 열연 가격도 무려 81%나 상승하는 등 철강제품 대부분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그간 저렴한 가격에 국내 수요처들이 자주 사용해왔던 중국산 물량까지 줄면서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t당 97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9% 상승했다.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지난 3월 초 t당 76만원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최근엔 1주일새 t당 5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올 들어 국내 철근 유통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며 조만간 t당 100만원까지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철근 유통가격뿐만 아니라 주요 철강제품 중 하나인 열연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열연강판 ‘SS275’ 유통가격의 경우 이달 14일 기준 t당 120만원을 기록하며 전주대비 10만원이나 올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해당 제품가격은 t당 66만원에 불과했다. 1년여만에 유통가격이 81%나 뛴 셈이다.

이 같은 국내 철강제품 가격 상승은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상승, 전 세계적인 수요 확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감소 등이 맞물린 영향이다. 특히 철광석 가격은 이달 7일 중국 칭다오항 기준(CFR)으로 t당 212.25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철광석 가격은 올초만 해도 t당 150달러대에 그쳤지만 불과 5개월새 30%나 올랐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철강제품 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국내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현재 국제 가격이 국내보다는 높게 형성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철근의 경우 중국산 제품 수입이 줄면서 국내에 유통되는 물량이 눈에 띄게 감소, 주요 수요처인 건설현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올초부터 국내 건설업계 중심으로 철근 품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업계에선 중국 영향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면서 “그간 저렴한 중국산 철근을 수입해서 써왔지만 중국 내수가 폭발하며 수출을 줄였고, 이것이 국내 철근 수급까지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산 제품을 구하더라도 국내산과 가격이 엇비슷하다는 점도 수요처 입장에선 힘든 일이다. 중국 정부의 수출 환급세 폐지 영향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앞서 중국 국무원 관세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열연·후판·선재·철근·컬러·STS 등 철강제품 146개 품목에 적용되던 수출 환급세를 종전 13%에서 0%로 조정했다. 수출 환급세는 중국 업체가 해외에 철강제품을 수출할 때 부가가치세 격인 증치세를 환급하는 제도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로 최근 국내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 가격도 지난 3월대비 50%나 올랐다.

국내 철근 생산능력은 연간 1000만t 수준으로 현대제철, 동국제강, 대한제강, 한국철강, 환영철강, 한국제강 등 6개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곧바로 건설사들에게 철근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중간 유통업체들을 통해 판매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철근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각기 원하는 제품 종류가 달라 생산일정이 다 짜여져 있는 철강업계 입장에선 일일히 맞춤형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건설업계와 함께 고시하는 철근 기준가격와 유통가격이 15만원 이상 차이나는 상황인만큼 중간 유통업자들이 물량과 가격을 조정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에도 철강제품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철강시장의 중심인 중국이 다음달부터 철강 생산 및 수출량을 더 줄일 전망인데다, 최근 오름세인 철광석 가격도 꾸준히 원가에 반영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국이 철광석 수입의 60%를 의존하고 있는 호주와의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 철근 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지만 업체 입장에서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향후 철강제품 가격도 오름세를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보여 수급 측면에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건설업계의 주요 제품인 시멘트의 경우 t당 6만1000원 미만으로 유지 중이다. 업체별로 가격 인상과 관련해 레미콘 업체들과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제품과 마찬가지로 건설현장에서 시멘트 수급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사실상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시멘트 업계가 마지막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했던 시점은 2014년이다.

국내 철근 유통가격 추이. (자료=업계, 단위:십만원/t당)

김정유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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