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 판 커진다".. 돈 냄새 맡은 카드사
금융 당국이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들을 위해 내년부터 중(中)금리 대출(금리가 연 6~18%인 대출) 금리를 낮추기로 하자, 카드사들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등한시했던 중금리 대출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으로 신용대출 부실 우려가 불거지는 가운데 저신용자보다 중신용자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은 위험 부담이 덜하고, 새로 카드 이용자를 유치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중금리대출 제도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로 상호저축은행업·여신전문금융업·상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17일 밝혔다. 중금리 대출 금리는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과 부실 가능성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업권마다 다르게 설정하는데, 지금까지 카드업계 중금리 대출은 평균금리 11.0% 이하, 최고금리 14.5% 미만이었다.
그러나 내년부터 최고금리가 11.0%로 낮아질 전망이다. 현행보다 3.5%포인트(P)가 낮다. 그럼에도 카드업계는 ‘금리 인하로 수익이 줄어드는 부분을 감수할 만하다’는 분위기다. 대출 문턱이 낮아져 금융 소비자들을 중금리 대출 시장으로 흡수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더 클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전문가인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업계는 이미 신용판매 부문 채산성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어 어떻게든 전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중금리 대출 포트폴리오에 따라서 카드사마다 미치는 효과가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규모의 경제’와 박리다매가 가능해진다는 면에서 수익성은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 역시 “최고금리가 20%인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에 비하면 중금리 대출 마진이 낮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리스크도 적어 충당금을 소진할 위험도 낮다”며 “금리 부담이 줄어든 중신용자들이 중금리 대출을 더 많이 이용하면 오히려 카드사 리스크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돈이 급한 서민들을 위해 중금리 대출 공급 관련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카드사에 호재다. 카드사들은 총자산 대비 대출 자산 비중을 30%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 중금리 대출은 80%만 대출 자산에 반영된다. 또 중금리 대출은 가계대출 총량규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업계 1위 신한카드를 포함해 일부 카드사는 이미 카드사 중금리 대출 평균금리가 11.0% 이하로 맞추면서 중금리 대출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지난해 ‘스피드론 중금리' 상품을 신용등급 6등급에 평균 금리 10.67%를 적용했다. 내년에 적용할 11%보다 이미 낮은 수치다.
일각에서는 중금리 대출 금리 인하로 새 금융 소비자들이 유입되면 카드업계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카드업계가 운영하는 카드론과 현금 서비스는 일부 소비자로부터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이나 ‘과잉 대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약탈적 금융이란 ‘금융 소비자가 빚을 갚을 능력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지나치게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줘 파산에 이르게 한다’는 뜻이다. 반면 중금리 대출 금리 인하와 공급 확대는 금융 당국이 서민 금융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만큼 이런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유정 금융개발원 연구위원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은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가 좋고, 현재 카드채 조달 금리도 낮은 수준이라 중금리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쉽게 마련할 수 있다”며 “다양한 금융 소비자 정보를 활용해 정교한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을 구축한 카드사들은 연체율을 낮춰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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