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전자' 된 삼성전자..'Mr.반도체'의 자사주 매입은 상승 신호?
2년 전 매입 당시엔 8개월새 주가 45.5% 상승
2017~18년 CEO 릴레이 매입 땐 1년간 주가 하락
경영진 자사주 매입은 '책임 경영' 의지 표현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005930)가 올 들어 8만원대 박스권에서 4개월간 갇혀 있다가 최근 7만원 대로 하락, 향후 주가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 박스권 이탈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들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 직후 나타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올 하반기 메모리 슈퍼사이클 가능성을 거론하며 목표주가를 10만원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비(非)메모리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이 지지부진하며 주가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으로 ‘미스터(Mr.) 반도체’라 불리는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달 21일 회사 주식 1만주를 평균매입단가 8만 3800원에 사들였다. 또 이달 들어 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사장과 경영지원실장(CFO)인 최윤호 사장 등이 6일 나란히 5000주씩(평균매입단가 8만 1700원)을 매입했다. 삼성전자 실적의 양대 견인차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수장과 회사 살림을 책임지는 CFO까지 회사 주식을 연이어 사들이면서, 주가 상승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졌다.
실제 김 부회장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지난달 21일 이후 이날까지 개인은 6조 1007억원을 순매수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조 6295억원, 1조 5167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삼성전자 주가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미국 나스닥 급락과 세계 1위 파운드리 대만 TSMC의 실적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며, 지난 12일 이후 7만원 대로 하락한 상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대비 1.1% 하락세를 시현하며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반도체 수급의 핵심인 북미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 가능성, 하반기 업황 고점 우려 등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CEO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주가 상승과 하락이 모두 나타나 뚜렷한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웠다.
김 부회장의 경우 2년 전인 2019년 5월 15일 삼성전자 주식 2만 5000주(4만 2882원)를 매입했다. 또 같은 달 22~24일 IM(IT·모바일)부문장인 고동진 사장도 2만 5000주(4만 2662원)를 사들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2017~2018년 메모리 슈퍼사이클 이후 주가가 3만원 중반대까지 추락하기도 했지만, 2019년 들어 파운드리 사업 확장과 폴더블폰 출시 여파로 주가가 반등하던 시점이었다. 김 부회장이 주식을 매입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이듬해인 2020년 1월 20일 6만 2400원(이하 종가 기준)까지 올랐다. 평균매입단가 대비 45.5%나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에 이어진 삼성전자 CEO들의 릴레이 자사주 매입 당시에는 주가가 오히려 1년 가량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정점이던 2017년 11월 1일 5만 7220원(액면분할 전 286만 1000원)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에 당시 김 부회장과 고 사장, CE(소비자가전)부문장인 김현석 사장, 메모리사업부장 진교영 사장,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한종희 사장, 파운드리사업부장 정은승 사장까지 경영진 대부분이 2017년 12월 말부터 2018년 1월 초까지 릴레이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2017년 11월 1일 최고점 이후 2019년 1월 4일(3만 7450원)까지 1년 2개월간 34.6%나 하락했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CEO들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의 상승을 예상한 것이라기보다는 위기 국면에서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정도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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