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탄소 중립, CDM, 화학, 플라스틱, ESG [더 나은 세계, SDGs]
지난달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해 40개국 정상이 참여해 미국 주최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30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을 2005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2035년까지 탄소 무공해 전력을 달성하는 한편,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25년까지 26~28% 낮추겠다고 공언한 목표보다 훨씬 확대된 수준이다. 강력한 기후대응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 뒤를 이어 오는 30일부터 한국 정부 주재로 2차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uwth and Global Goals 2030) 정상회의가 열린다. 세계적인 ‘기후 악당’이란 오명을 가진 한국이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가 P4G 성공의 관건이다.
내달 11일에는 ‘G7(주요 7개국)+한국, 호주, 인도’ 정상회의가 영국에서 열리며, 이 회의에서는 탄소 국경 조정(유럽연합의 탄소세)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넉달 후인 10월30일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는 화석연료 보조금의 철폐가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신재생 에너지로의 대전환이 본격 시작되는 셈이다. 올해 기후정상회의의 대미를 장식할 COP26(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은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다. 이 회의에서 파리 협정(COP21)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각국의 조치와 NDC(국가 온실 가스 감축목표) 상향 등이 심도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이처럼 숨 가쁘게 전개되는 기후대응 전면전에서 글로벌 정부 간 노력은 눈에 띄지만, 사실은 가장 중요한 핵심축은 산업계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정책 논의와 노력도 산업계 의지 없이는 단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을 수 없는 탓이다.
산업계에 대한 대내외 압박도 심해지고 있다. 먼저 유럽연합(EU)은 오는 2023년부터 탄소세를 적용한다. 제조과정에서 탄소를 내뿜는 물품이 EU에 들어올 때 관세처럼 내는 일종의 국경세다. 비교적 탄소 배출과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철강과 비료, 화학, 펄프 및 제지, 플라스틱 및 유리 제품 등이 시행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주요 미래산업으로 꼽히는 배터리도 예외가 아니다. 2024년부터 유럽에서 판매하는 전기자동차와 휴대용, 산업용 배터리 모두 탄소 측정 대상이 된다.
미국 역시 탄소세와 유사한 형태로, 국경 조정 요금제를 검토 중이다. 제조과정에서 탄소가 많이 발생 되는 상품에 대해 관세와 부과금, 쿼터 등을 시행하고, 교역국과의 무역협정 조건 등을 새로 설정해 파리 협약 목표 달성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RE100(사용 전력을 100% 재생 에너지로 조달), 내연기관 차량 판매금지, 플라스틱세 등도 각국 정부에서 논의 중인 대표적인 기후변화 대책이다. 이로써 기업에 기후대응과 탄소 중립, 그리고 플라스틱 저감은 구호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새로운 ‘전쟁’인 셈이다. 벌써부터 각종 기후대응 세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특히 우리 기업은 무역 비중이 크고, 탄소 배출량이 많은 산업이 주를 이룬다. 한국은 세계 7위 무역 국가이고,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철강 등은 전기 등 대용량 에너지가 필요한 산업이다. 또 석탄발전 비중이 전체 전력 생산량의 40%가 넘는다. 온실 가스 배출량은 세계 11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7위인 상황에서 원자력과 석탄의 전력 퇴출까지 공언한 만큼 기업의 에너지 사용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지난 1월부터 3기 탄소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됐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EU와 미국이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면 한국은 2023년 석유와 화학, 제철, 발전, 자동차, 제조, 건설, 통신 분야 등 주요 업종에서만 6100억원 이상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되며, 2030년에는 1조8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비한 국내 기업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SK건설은 지난달 베트남과 국내에서 각각 재생 에너지 기반의 온실 가스 감축 프로그램 사업(PoA)을 등록했으며, 유엔 기후변화협약(UN FCCC)의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 사업과 환경부가 운영하는 외부 사업으로 탄소 배출권을 획득했다. CDM 사업은 기업이 개발도상국에 기술과 자본을 투자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이를 탄소 배출량 감축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때 탄소 배출권은 유엔에서 심사·평가해 발급하게 된다.
LG전자도 2030년까지 제품 생산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2017년 대비 50%로 줄이고, CDM 사업을 확대해 유엔 FCCC 집행위원회로부터 탄소 배출권을 지속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발전기업인 한국동서발전도 지난해 아프리카 우간다에 정수기를 보급하는 해외 CDM 사업을 추진해 탄소 배출권을 획득했다.
기업의 플라스틱 저감 노력도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플라스틱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 중 하나다. 토양과 해양에 버려진 플라스틱과 비닐 등 석유제품은 미세하게 변하여 땅과 해양을 오염시키고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앞서 미국기상학회(AMS)와 미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이산화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 등 3대 온실 가스 방출에는 버려진 플라스틱과 비닐이 매우 큰 영향을 준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가 해마다 생산하는 플라스틱 양은 3억3000만t이나 된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생산량을 다 모으면 83억t에 이르는데, 실제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9%에 그치고 있으며, 79%는 방치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지금 해양에는 약 5조개의 플라스틱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는 지구를 약 400바퀴 감을 수 있는 양이다. 그야말로 현재 육지와 해양은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다.
화학제품으로 인한 지구오염도 심각하다. 세계적 화학회사 듀폰이 생산한 PFOA(Perfluorooctanoic Acid·퍼플루오로옥타노익 에시드·과불화옥탄산)는 ‘C8’이란 대중적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이 회사가 개발하고 생산한 수많은 제품의 중합반응 용매로 쓰였다. 또한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E) 즉 ‘테플론’으로 가공되어 전 세계에 불소 수지 코팅 제품으로 수출됐다. 이후 C8은 역학 연구 결과 갑상선 질환과 몇종의 암, 궤양성 대장염, 임신성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등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로 밝혀졌고, 이에 2017년 미국 환경보호국은 듀폰에 벌금 192억원을 부과하고, 미 법원은 6억7100만달러(한화 약 8000억원)을 벌금으로 선고했다. C8을 상대로 진행 중인 공동 소송만 현재 3500건이 넘는다.
기후대응, 탄소중립, CDM, 화학, 플라스틱은 모두 하나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ESG(Environment 환경·Social 사회·Governance 지배구조) 국제 기준 공시기구인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는 최근 이에 대한 기업의 영향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여 재무제표에 공시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EU 등 주요 국제기구, 정부 간 기구도 일제히 이러한 연구에 들어갔다. 기후대응과 플라스틱 저감을 위한 국제 인증인 GRP(Certification of the GRP for the Eco-friendly guideline of international standards)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정부, 기업, 국제기구뿐 아니라 소비자까지 한마음으로 이어져야 기후변화를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통합과 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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