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청춘', 광주정신은 어디가고 멜로라는 변죽만 울리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1. 5. 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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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달달한 멜로의 변죽만 울릴 것인가.

KBS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 은 1980년 5월 광주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전체 12부작 중 5회까지 방영되며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오월의 청춘> 은 언제쯤 그 달달하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복고 멜로에서 벗어나 80년 5월 광주라는 당대의 사건을 직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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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청춘', 언제쯤 본격적인 5월 광주를 담을 건가

[엔터미디어=정덕현] 설마 달달한 멜로의 변죽만 울릴 것인가. KBS 월화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1980년 5월 광주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물론 송민엽 PD는 이 드라마를 "1980년 광주를 배경으로 당시 젊은이들이 사랑하고 슬퍼하고 미워하는, 보편적인 감정을 그린 드라마"라며 "특정한 사건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봐 달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80년 5월 광주라는 시대적 시공간의 무게감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오월의 청춘>은 당대의 시대적 공기를 황희태(이도현)와 김명희(고민시)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통해 담고 있기는 하다. 황희태의 아버지 황기남(오만석)은 보안부대 대공수사과 과장으로 운동권 학생들을 '빨갱이' 취급하며 고문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김명희의 아버지 김현철(김원해)은 어딘가 고문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인물처럼 보인다. 김명희의 절친이자 사업가 이창근(엄효섭)의 딸 이수련(금새록)은 '독재타도'를 외치는 운동권 학생이고, 드라마 초반 살짝 등장했던 희태의 대학친구 김경수(권영찬)는 체포되어 강제입대된 인물로 향후 계엄군으로 광주에 투입될 인물이다.

이러니 이들이 5.18을 기점으로 겪게 될 시대적 아픔은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오월의 청춘>은 이 비극이 벌어지기 직전, 서로 엇갈리게 만나게 된 청춘 남녀들의 사랑과 아픔을 그리고 있다. 김명희는 이수련 대신 선 자리에 나갔다가 황희태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이 정략적인 약혼이 이뤄지지 않으면 절친인 이수련의 집안이 겪을 사태를 알게 된 김명희는 애써 황희태를 외면하려 한다. 물론 그게 생각처럼 되지는 않지만.

그래서 드라마는 전형적인 청춘 삼각멜로의 구도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 전형성에도 불구하고 <오월의 청춘>의 멜로가 훨씬 더 절절하게 느껴지고 어딘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이들이 다름 아닌 이제 곧 벌어질 5.18 광주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대적 아픔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그래서 이들의 평범한 멜로마저 더 절절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월의 청춘>이 너무 김명희와 황희태의 만남과 엇나감 그리고 갈등을 거쳐 다시 손을 잡고 약혼식장을 빠져나가는 그 일련의 과정들에 계속 시선이 머물러 있는 건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멜로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 이면에서 5.18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과 전조들을 함께 병치해 다루지 않는다면 그건 표면적으로 그저 평이한 멜로처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체 12부작 중 5회까지 방영되며 반환점을 앞두고 있는 <오월의 청춘>은 언제쯤 그 달달하지만 평범하기 그지없는 복고 멜로에서 벗어나 80년 5월 광주라는 당대의 사건을 직면할 것인가. 분명 언젠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이들 청춘들은 빨려 들어갈 것이지만, 그 이야기를 너무 뒤로 미루고 대신 청춘 멜로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자칫 본말이 전도되는 아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무엇이 이들 평범한 청춘들의 사랑과 우정을 무참히 꺾어 놓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80년 광주라는 특정한 시공간의 공기를 느낄 수 없는 청춘 멜로의 반복은 자칫 시청자들을 지치게 만들 수 있으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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