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가상자산法' 잇단 발의.. 금융권 "현실과 안 맞아"

투자자 보호 등이 목적이지만

해외서 시세조종 땐 처벌 불가

자칫 내국인만 차별할 우려도

수조 원대 자금이 몰리는 가상화폐 시장이 마땅한 투자자 보호책이 없어 혼탁 양상을 보이자 정치권이 속속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를 보호할 안전망이 생긴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18일 ‘가상자산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가상자산업권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가상화폐의 근간이 되는 기술인 ‘블록체인’ 관련 산업 발전과 가상화폐 이용자 보호 방안이 담겼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 허위·과장 광고를 금지하고 미공개 정보 이용·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위법행위 적발 시에는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등 강력한 처분 조항을 뒀고, 분쟁 조정과 교육을 위해 자율규제 기관인 ‘가상자산업협회’를 만들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앞서 같은 당 이용우 의원도 지난 7일 가상화폐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와 시세조종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가상자산업법을 발의했다. 신고·등록제인 김병욱 의원 안과 달리 가상화폐 사업자가 금융위원회 인가를 받도록 했다. 같은 당 김한정 의원도 가상화폐와 관련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잇따른 정치권의 가상화폐 관련 입법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전망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잇따라 발의된 법안과 관련해 현실 적용이 어렵다는 평가를 내놨다. 김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시세를 조종하거나 거짓으로 가상화폐 투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했지만,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글로벌 차원에서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으며 거래되는 것에 비춰보면 처벌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례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내놓은 메시지로도 가상화폐 시장은 등락을 반복했지만 해외에서 활동하는 그를 국내법으로 처벌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반면 국내에서 시세조종이 이뤄지면 처벌 대상이 돼 자칫 자국민만 차별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정선형·송정은 기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