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올해도 부처님이 오신 뜻은

장재선 기자 2021. 5. 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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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을 만났을 때 덕담을 건넸다.

염 추기경은 조계종 총무원에 '부처님오신날' 축하 전언을 보내 "정 추기경 선종 때 보여주신 조의와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1997년 당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 김수환 추기경과 조계종 총무원장을 맡고 있던 송월주 스님 등이 구성했다.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나날의 습관에서 버려야 할 게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2565년 전 부처가 온 뜻에 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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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선 문화부 선임기자

얼마 전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 스님을 만났을 때 덕담을 건넸다. “고 정진석 추기경 장례 미사에 참석해 추모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더군요.” 스님은 미소를 머금고 답했다. “당연한 일이지요.”

이 당연한 일에 대해 한국 가톨릭 최고 지도자인 염수정 추기경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염 추기경은 조계종 총무원에 ‘부처님오신날’ 축하 전언을 보내 “정 추기경 선종 때 보여주신 조의와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 널리 퍼지기를 기원 드린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종교 지도자가 이처럼 타 종교의 경축일을 함께 기뻐해 주는 것은 관행이다. 이것이 잘 지켜지는 것은 종교 갈등을 줄이려는 지도자들의 충심과 함께 세력 균점이라는 역학이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된 것은 1949년이었다. 석가탄신일이 휴일로 지정된 것은 1975년이니 상대적으로 늦었다. 불교계는 휴일 지정 숙원을 이룬 후에도 석가탄신일이라는 용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가(釋迦)’는 인도의 특정 부족 ‘샤카’의 음차이지 석가모니(釋迦牟尼) 부처를 가리키는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석탄일’로 줄여 불렀을 때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도 있었다. 이게 받아들여져 2018년부터 정부 공식 용어로 ‘부처님 오신 날’이 됐다. 그러자 기독교계에서도 현재 ‘기독탄신일’로 돼 있는 공식용어를 ‘예수님 오신 날’ 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석가모니는 부처님이라고 ‘님’자를 붙이는데, 예수 그리스도는 왜 ‘기독’이냐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제3자가 보면 하찮은 일들이 종교 간 경쟁 요소로 불거진다. 이런 상황을 누그러트리려는 단체가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이다. 1997년 당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고 김수환 추기경과 조계종 총무원장을 맡고 있던 송월주 스님 등이 구성했다. “종교 간 화합과 유대를 강화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제시하자”는 취지였다. 종지협은 지금도 창립 취지를 이어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7대 종단 지도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나라의 평화를 위해 종교가 힘을 합치는 방안을 강구한다.

사실 종교가 세상 사람을 위로해야 하는데 외려 걱정거리가 될 때도 있다. 특정 이념이나 정파에 휩쓸려 세력 과시에 골몰하거나, 교회 세습 등의 문제로 신앙 순수성을 흐리는 사례가 그렇다. 불교도 사찰 주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분규가 잦았다.

그렇게 세속에 물들었던 일들을 성찰하는 데 부처님오신날의 의미가 있다. 또한 원행 스님이 봉축사에서 강조한 것처럼 신종 감염병 사태를 야기한 인간의 이기를 돌아보는 날이 돼야 한다.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나날의 습관에서 버려야 할 게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2565년 전 부처가 온 뜻에 합당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서로 의지해 살고 있다. 중중무진(重重無盡) 연기(緣起)의 우주이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은 그걸 새삼스럽게 인류에게 가르쳤다. 우리 시대에 창궐하는 탐욕과 적대감의 바이러스를 종식시키기 위해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걸 생각하는 하루가 되면 뜻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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