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균형 배식하라' 지시 안 먹히자 칼 빼든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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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18일 충남 계룡대 지역 21개 부대의 격리자 급양 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은 군 수뇌의 지시가 일선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방부와 각 군 본부가 애초 코로나19 예방 격리자 처우 개선 대책을 총괄적으로 마련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격리 중인 병사들이 SNS를 통해 부실 급식과 열악한 격리 시설 실태를 제보하는 것도 이런 군대 문화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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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회의 대책 내놓은지 11일만에 21개 부대 감사 착수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가 18일 충남 계룡대 지역 21개 부대의 격리자 급양 실태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은 군 수뇌의 지시가 일선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특히 일부 부대에서는 격리 병사들의 제보와 달리 정상적인 배식이 이뤄지는 것처럼 '허위보고'한 정황까지 포착되자 뒤늦게 '칼'을 뺐다는 관측도 나온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51사단 예하 여단의 '부실 급식' 실태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처음 폭로된 이후 일선 부대 순시 때 간부들에게 부하들을 자식·형제처럼 대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지난 14일에도 국방부 영내 근무지원단을 방문해 지휘관들에게 "'정량·균형 배식'의 원칙 아래에 메뉴의 누락 없이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각별한 지휘관심을 경주해달라"고 지시했다.
앞서 지난 7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격리하는 장병들의 처우 개선 대책을 내놓으면서 기본권과 인권 보장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도 했다.
또 서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대국민 사과를 했고, 남영신 육군총장도 같은 날 지휘관 회의를 열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현재의 방역관리체계를 제로베이스 수준에서 진단 및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지시와 대책에도 일부 부대의 부실 급식 실태가 SNS에 계속해서 올라왔다. 일각에서는 '군 수뇌부의 영이 현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방부와 각 군 본부가 애초 코로나19 예방 격리자 처우 개선 대책을 총괄적으로 마련하지 못한 것을 지적하고 있다.
국방부는 부실 급식 실태가 최초 제보된 지 19일만인 지난 7일 내년 급식비 19.5% 인상 등 종합적인 대책을 내놨다. 격리 중인 병사가 카톡 등으로 먹고 싶은 품목 등을 제시하면 대신 구매해주는 방식인 일명 'PX 도우미'와 군 자체 '고발앱' 개설 등의 대책이 눈에 띄었다.
하루 8천500원 정도인 기본급식비를 내년부터 1만5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일견 공감이 가는 대책이지만, 사태를 조기에 잠재우려고 급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아울러 일선 부대 지휘관과 간부들의 의식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명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성향이나 취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지휘관과 간부 지시가 아직도 병영에서 통하고 있다.
MZ세대는 휴대전화 등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고, 남과 다른 경험을 추구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런 성향이 '무조건 따르라'는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막무가내식의 명령 또는 지시, 복종을 강요하는 수직적인 군대 문화는 MZ세대의 반감을 살 뿐이라는 것이다.
격리 중인 병사들이 SNS를 통해 부실 급식과 열악한 격리 시설 실태를 제보하는 것도 이런 군대 문화에 대한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MZ세대 병사들이 익숙한 디지털 도구로 군내 부조리를 가감 없이 제보한 것이 군의 종합 대책을 끌어낸 배경이 된 것은 분명하다.
국방부는 종합대책이 나온 지 11일 만에 착수한 계룡대 지역 21개 부대에 대한 감사에서 배식 지침 위반 등 격리 장병 관리 실태에 문제가 드러날 경우 엄중 처벌할 계획이다.
아울러 다른 지역의 부대로 감사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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