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감사편지'란>학교서 매월 펜팔의 날 정해 손편지 쓰게 했더니 '왕따' 사라져

기자 2021. 5. 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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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여 년을 훌쩍 넘긴 이야기다.

예나 지금에나 여전히 대두되고 있는 왕따 문제를 인터넷 및 게임 시간 증가 등과 결부시켜 소통의 부재가 이러한 문제 상황을 키운다며, 손편지 쓰기 운동을 혁신과제로 제시했다.

매월 18일을 편지 쓰기의 날로 정하고 이름을 '펜팔의 날'로 지었다.

굳이 18일이었던 이유는 펜(1)으로 쓴 손편지를 통해 관계의 영원성(∞)을 다지자는 상징성에 초점을 두기도 했지만, 기억하기 쉬운 날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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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항도초등학교 이재곤 교사

벌써 10여 년을 훌쩍 넘긴 이야기다. 2007년 나는, 군 단위의 15학급 정도 되는 학교에서 6학년을 가르쳤다. 학교의 혁신 관련 업무가 나에게 맡겨졌다. 학교별로 혁신 주제를 정해 교육청에서 발표해야 했는데 관련 공문을 체크만 해 놓고 깜박 잊고 지냈다.

어느 날 교감 선생님께서 혁신 과제 발표 준비에 대해 넌지시 물었는데 그제야 아차 싶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곧 준비하겠다고는 했지만 학교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과제였기에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

다행이라면 혁신 과제로 아이디어 스케치 정도는 해 둔 게 있었다. 예나 지금에나 여전히 대두되고 있는 왕따 문제를 인터넷 및 게임 시간 증가 등과 결부시켜 소통의 부재가 이러한 문제 상황을 키운다며, 손편지 쓰기 운동을 혁신과제로 제시했다.

매월 18일을 편지 쓰기의 날로 정하고 이름을 ‘펜팔의 날’로 지었다. 밸런타인데이니, 화이트데이니, 빼빼로데이니 수많은 데이가 있는데 ‘편지데이’ 하나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굳이 18일이었던 이유는 펜(1)으로 쓴 손편지를 통해 관계의 영원성(∞)을 다지자는 상징성에 초점을 두기도 했지만, 기억하기 쉬운 날이라는 점도 감안한 것이다.

교실에 우체통을 만들고, 18일에 학생 모두 사랑의 우체부가 돼 편지를 건네주고 받으며 이 과정 모두를 사진으로 남겼다. 다행히 발표는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서둘러 준비했기에 발표 후의 추진 동력은 반에서만 잔불씨처럼 일부 남아 있다가 이내 사그라졌고, 그렇게 유야무야 ‘펜팔의 날’은 곧 잊혔다.

돌이켜보니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에게 손편지를 쓰게 하는 경우도 현저하게 줄어든 것 같다. 나름 취미로 단편 소설을 쓰며 지낸 시간도 꽤 있었으며 누구보다 글에 담긴 힘을 믿고 있었는데 그 마음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편지에 담긴 시간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상대를 생각하며 정성 들여 썼을 그의 시간과 그 정성을 생각하며 천천히 읽어나갈 우리의 시간. 언젠가는 잊히겠지만 그럼에도 잊히고 싶지 않은 모두를 위해 하루 정도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한다.

10년도 훌쩍 지난 옛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그 날의 과제를 구차하게 떠올리는 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미완성의 숙제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18일은 펜팔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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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 감사편지 공모전/

주제 : 편지를 통해 선생님, 부모님, 친구에게 감사의 마음 전하기

응모자격 : 전국의 모든 초·중·고등학생 및 청소년

접수기간 : 2021년 3월 1일(월)∼6월 30일(수)

접수방법 : 인터넷 검색창에 ‘초록우산 감사편지’ 검색 또는 전화 신청(1833-3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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