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첫승 일군 이경훈 선수..뒷바라지 하던 아버지 생각에 '울컥' [강혜원의 골프 디스커버리]

2021. 5. 1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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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골프도 정말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다.

이경훈은 전 주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PGA 챔피언십 출전 대기 선수 3번이었다.

울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우승을 하니 마음이 더 차분해졌고 아내가 대신 울어줬다며 웃으며 말했다.

2년간 시드가 주어지기 때문에 순위 걱정 없이 원하는 대로 대회 스케줄을 짤 수 있어 행복하다고 이경훈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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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골프도 정말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속상하기도 하고 더 재미있기도 하다. 어제 PGA투어 우승 소식을 전한 이경훈한테는 이번 주가 특히 그런 순간이었다.

이경훈은 전 주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PGA 챔피언십 출전 대기 선수 3번이었다. 대회 첫날, 이경훈은 5언더파를 치며 공동 2위에 올랐다.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둘째날 6오버파를 치며 공동 51위로 추락했다. 1라운드와 2라운드의 타수 차이는 무려 11타. 그렇게 아쉬움을 삼키며 이경훈은 공동 58위로 그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에 우승한 AT&T 바이런 넬슨 대회는 웰스 파고대회를 잘 치렀으면 불참하려던 대회였다. 이미 5주 연속 대회를 출전해 아무리 체력 좋은 선수라도 피곤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라이각을 2도 낮춘 새 퍼터를 사용해보고, 퍼팅 감을 찾는게 목표였다. 큰 기대없이 연습라운드 때도 화요일에는 퍼터와 웨지만 들고 가볍게 연습하고 수요일에 프로암으로 9홀을 친게 전부였다. 그렇게 시작된 대회가 뜬금없이 우승으로 다가왔다. 마지막 18번홀 그린으로 걸어가면서 이경훈은 드디어 내가 PGA투어 대회를 우승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울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우승을 하니 마음이 더 차분해졌고 아내가 대신 울어줬다며 웃으며 말했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대회를 출전할 수 있는 기회다. 이제 2년간 시드걱정이 없어져서 마음 편하지 않냐고 묻자 “그보다 당장 이번주 PGA 챔피언십, 그리고 꿈에 그리던 마스터스를 나갈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한다.

우승이 좋은건 단순히 1등했기 때문이 아니라 생각지 못했던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메이저 대회와 챔피언들만 나갈 수 있는 센트리 토너먼트, WGC 대회 등 이전에는 가지 못했던 대회의 문이 열리는 것이다. 2년간 시드가 주어지기 때문에 순위 걱정 없이 원하는 대로 대회 스케줄을 짤 수 있어 행복하다고 이경훈은 말했다.

우승은 골프에 대한 기회만 주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투어 다니느라 잊고 살았던 가족, 친구들과 연락이 되는 기쁨도 누리게 된다. 이경훈은 미국에 진출하기 전 한국과 일본에서 투어 생활을 했다. 김경태, 허인회, 송영한, 김준성, 문경준.... 셀 수도 없는 많은 선수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연락 줘서 너무 고맙고, 축하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이경훈은 잊지 않았다.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인해 매년 겨울에 들어오던 한국도 지난해에는 올 수 없었다. 종종 연락을 드리기는 하지만, 영상으로 직접 부모님 얼굴을 본 건 1년이 넘은 것 같다고 했다. 외아들인 이경훈은 오랜만에 화면을 통해 만난 부모님이 많이 나이드신 것 같아서 마음이 안좋았다고,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미국 와서 가장 고생한 것은 웹닷컴 투어 때다. 아버지와 외국 땅에서 시골로 전전하며 투어를 다녔다. 한국에 평생 계시다가 본인 때문에 미국으로 와서 시골에 밥이 없으니 입맛에 맞지도 않는 빵을 드시면서 빨래도 다 해주셨었다. 함께 고생했는데, 갑자기 나이드신 것 같은 모습에 마음 아파하는 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결혼 후 계속 항상 투어를 같이 다니고 있는 아내에게 느끼는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이제 두달 후면 아기가 나올 예정이라 배가 많이 불러와 몸도 많이 불편하고 잠도 잘 못잔다고 한다. 그래도 시합하는 본인에게 방해가 될까봐 말도 안하고 혼자 조용히 일어나 끙끙댄다며 가장 고생한 사람이라며 고마워했다.

〈KLPGA 프로 · PGA투어 한국콘텐츠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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