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1800%.. 저비용항공사, 유동성 위기 갈수록 태산
1년 넘게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유동성 위기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는 코로나19에도 화물 사업 덕분에 재무 구조가 대폭 개선됐으나, 여객 사업 외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에어부산 등 LLC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CC의 부채비율은 700~1800%를 기록했다. 자기자본(자본총계)의 최대 18배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부채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장기간 이어진 적자로 자기자본이 쪼그라든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 LCC 가운데 유동성 위기가 가장 심각한 곳은 진에어(272450)였다. 자기자본이 259억원인 가운데, 총부채는 4646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793%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359%)와 비교하면 부채비율이 약 5배 늘었다. 지난 1년간 부채 규모가 5142억원에서 4646억원으로 줄었지만, 자기자본이 1432억원에서 259억원으로 훨씬 큰 폭으로 줄면서 부채비율이 확대됐다.
LCC업계 1위 제주항공(089590)도 자기자본이 줄면서 부채비율이 1년 사이 483%에서 705%로 뛰었다. 특히 제주항공은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이 총 1761억원에 달한다. 유동성 리스 부채 1138억원까지 합치면 제주항공의 상환 차입금은 3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티웨이항공(091810)의 부채비율도 352%에서 886%로 2배 이상 늘었다.
에어부산(298690)의 경우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750%로 진에어와 비슷한 규모다. 다만 영구채 발행과 유상증자 효과로 자기자본이 463억원에서 539억원으로 늘면서 부채비율이 소폭 개선됐다.
LCC 대부분은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은 자본 잠식 상태에도 빠졌다. 진에어의 자본잠식률은 42%로 LCC 가운데 가장 심각했다. 뒤이어 에어부산이 34%, 제주항공이 29%의 자본잠식률을 기록했다. 특히 제주항공은 올해 들어 자본총계가 줄면서 처음으로 부분 자본 잠식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는 1년 이상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항공사에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명령 이후에도 자본잠식률 50% 이상인 상태가 2년 이상 지속되면 사업자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FSC는 LCC에 비해 재무 상태가 양호했다. 재무구조가 가장 심각했던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3대 1 비율의 무상감자를 단행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1분기 6279%에 달했던 부채비율도 1년 사이 2069%로 3분의 1가량 줄었다. 대한항공(003490)도 대규모 유상증자와 연이은 흑자를 통해 부채비율이 1223%에서 308%로 축소됐다.
LCC의 재무 상태가 심각한 만큼 자본 확충이 절실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유동성 확충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고 에어부산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방법을 논의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항공업계 안팎에선 지난해처럼 유상증자나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재무 구조가 개선될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본업인 여객 사업에서 흑자를 내지 않으면 언제든 유동성 위기가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4년은 돼야 여객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항공사에 2000억원 수준의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자금 지원을 위한 실사 절차 등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CC 관계자는 “2019년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LCC들이 존폐 위기에 놓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정부의 금융지원 없이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똑똑한 증여] “돌아가신 아버지 채무 6억”… 3개월 내 ‘이것’ 안 하면 빚더미
- 신익현號 LIG넥스원, 투자 속도… 생산·R&D 잇단 확장
- TSMC, 내년 역대 최대 설비투자 전망… 50조원 쏟아부어 삼성전자와 격차 벌린다
- 국민주의 배신… 삼성전자 미보유자 수익률이 보유자의 3배
- 특급호텔 멤버십 힘주는데... 한화, 객실 줄인 더플라자 유료 멤버십도 폐지
- “진짜 겨울은 내년”… 세계 반도체 장비 공룡들, 대중 반도체 제재에 직격타
- 오세훈의 ‘미리 내 집’ 경쟁률 50대 1 넘어… 내년 ‘청담르엘·잠래아’ 등 3500가구 공급
- 中 5세대 스텔스 전투기 공개… 韓 ‘보라매’와 맞붙는다
- 배터리 열폭주 막을 열쇠, 부부 교수 손에 달렸다
- '첨단 반도체 자립' 갈망하는 中, 12인치 웨이퍼 시설 설립에 6조원 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