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임대 자동말소' 50만가구.. "집값도 못잡고 시장불안은 부추기고"
지난해 7·10대책 이후 자동말소된 등록임대 주택이 50만 가구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다주택자의 등록임대 매물을 내놓게 해 부동산 가격 안정을 꾀하려고 했으나, 가격상승은 막지도 못하면서 정책 신뢰만 무너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도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18일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등록임대 자동말소 대상으로 분류된 주택은 지난달까지 총 50만708가구로 집계됐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을 통해 4년 단기임대와 8년 장기임대 중 아파트 매입 임대 유형을 폐지한다고 발표하고, 8월에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른 자동 말소 대상이 지난달까지 50만 가구가 나온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15만3941가구 ▲경기도 11만6617가구 ▲인천 2만2675가구 등 수도권이 약 60%를 차지한다.
다만 지자체 처리 결과에 따라 실제 말소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자동 말소 외에 자진 말소된 등록임대 주택도 총 2만2825가구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임대인에게 지방세·임대소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건강보험료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이 직접 독려하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노리고 현금 부자들이 아파트 쇼핑에 나서면서 집값 급등이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임대사업자 등록자들에게 과도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폐지론까지 나왔다.
이에 당·정은 지난해 7·10대책을 내놓으면서 임대사업자 등록 혜택을 축소하기 시작하고,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 작업을 시작했다. 정부는 등록 임대사업자 상당수가 다주택자인 만큼, 이들이 집을 내놓아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부터 4월까지 전국 종합주택가격 월간 매매지수는 5.43%, 아파트 매매지수는 7.85% 올랐다. 임사자 등록제도 축소에도 집값 안정 목적 달성은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양도세 부담에 다주택자들이 증여나 버티기로 일관한 결과다.
50만개에 이르는 임대사업자 매물에도 부동산 가격이 고공비행을 계속한 이유로는 먼저 이들의 매물이 시장에서 바라는 형태의 주택이 아니었다는 점이 지목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임사자 매물들을 분석해보면 빌라 등 비(非)아파트나 지역적 선호도가 떨어지는 물건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라면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호도가 높은 매물들은 이미 가격이 너무 급등한 상황이다 보니 양도세 부담에 매물로 나오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역시 “임대사업자들이 소유하던 주택은 대부분 비선호 지역이나 비선호매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의 각종 세제 혜택으로 전세 공급이 이뤄졌었다”면서 “제도가 축소·폐지되니 양질의 주택이 아니라 미래가치가 없는 매물부터 시장에 나온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 말소 50만708가구 중 아파트는 11만6048가구에 불과했고, 빌라 등 비아파트가 38만4660가구로 76.82%를 차지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히려 임사자 등록 제도의 축소나 폐지 움직임이 부동산 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송승현 대표는 “임대사업자 등록제도가 원활하게 돌아가던 당시에는 적어도 전·월세 시장은 안정화됐었다”면서 “그런데 이를 자꾸 축소하겠다고 하는데다 임대차 3법을 도입하니 주거 불안에 직면한 서민들이 무리해서라도 주택을 살 수밖에 없는 패닉바잉(panic buying)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고준석 교수는 “정부는 현재 전세대란을 막겠다며 세금으로 빌라나 오피스텔을 매입해 공급하려고 하고 있지만, 임대사업자들이 제 역할을 하도록 제도를 유지·보완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제도를 축소·폐지하려는 움직임은 전·월세 시장의 불안만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정부의 ‘말 바꾸기’로 효과는 없으면서 정책의 신뢰성만 훼손됐다고 지적하지만, 정부는 엉뚱한 해석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12일 발간한 ‘문재인정부 4주년 100대 국정과제 추진실적’ 자료집에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성과 사례로 소개했다. 이에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문재인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임차인의 장기간 안정적 거주가 가능하게 되었다며 자화자찬하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자가당착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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