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행정 우수사례 '세탁제 소분 판매' 경험해 보니

2021. 5. 18. 11:0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투명 페트병에 든 음료수를 마시고 나면, 병을 물로 헹구고 비닐 라벨을 뗀 후 분리배출하는 것이 생활화됐다. 상표 띠가 붙어있지 않은 생수도 편의점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은 이제 생활화됐다.


환경부가 2021년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과 ‘상표 띠 없는 생수병’, 그리고 ‘세탁제 소분 판매’를 선정했다. 앞에 두 정책은 말한 것처럼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세탁제 소분 판매는 생소하다. 어디서 어떻게 하는 걸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 이번 기회에 직접 경험해 보기로 했다.

수원시 장안구 동네책방 겸 제로웨이스트숍 ‘낯설여관’.

 

자료를 찾아보니 뜻밖에 가까운 곳에 세제 소분 판매를 하는 동네책방이 있다. 이른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숍으로 세제뿐만 아니라 비누, 고체 치약, 시리얼 등을 직접 가져간 용기나 가게에서 따로 소독해 마련해 놓은 재사용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플라스틱 재사용률을 높여 환경을 지키는 실천 공간이다.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가루세제와 시리얼 등을 소분 판매한다.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사보기로 했다. 일단 재사용 용기 무게를 잰다. 세제를 담은 후 용기 무게만큼을 빼고 값을 계산한다. 세탁세제는 그램 당 9원, 섬유유연제는 그램 당 7원이다. 친환경 제품으로 제조일과 개봉일까지 꼼꼼하게 적혀있다. 

소독한 재활용 통에 세제를 소분해 담는다.


저울로 용기 무게를 뺀 용량을 재고 종이 테이프에 적는다. 세탁세제는 그램 당 9원이다.


두 통에 1만3000원. 재사용 용기를 써서 플라스틱 소비도 줄이고, 은은한 향에 미세플라스틱 걱정(시판 섬유유연제에서 미세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됐다는 뉴스가 있었다)도 덜 수 있어 만족스럽다.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두 병에 1만3000원이다. 원하는 만큼 소분해 살 수 있다.

 

‘낯설 여관’이란 가게 이름이 독특한데 지구별에 여행 온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가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문을 연 지 3개월 남짓, 기후위기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커지다 보니 제로웨이스트숍을 검색해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앞으로는 동네 사람들이 마실 오듯 가게에서 편안하게 수다도 떨고 환경도 생각하는 사랑방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주인장의 바람이다.

고체 비누, 소창 주머니, 나무 치솔 등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제품이 있다.


책방 한 편에 환경과 기후위기 관련 책을 모아 전시 판매한다.

 

세탁세제 통뿐만 아니라 사실 집안 곳곳 플라스틱 제품이 많다. 특히 욕실의 샴푸, 바디워시 등은 펌프질을 위해 뚜껑에 용수철이 달려있어 분리배출이 까다로운 골칫거리다. 마침 목욕세제도 소분 판매하는 곳이 있어 찾아가 봤다. 

수원시 영통구 화장품 매장에서 샴푸와 바디워시를 소분 판매한다.

 

화장품 기업이 운영하는 리필숍으로 판매 방식은 앞서 세탁세제와 같다. 직원이 용기를 먼저 소독하고, 내가 고른 제품을 원하는 양만큼 살 수 있다. 

제품 변질을 막기 위해 리필 용기를 소독한다.

 

15종류의 제품을 필요한 양만큼 소분해 살 수 있다.


생맥주 같기도 하고 주유소도 연상된다. 고를 수 있는 제품은 샴푸와 바디워시로 모두 열다섯 종류다. 가격은 100㎖ 당 1000원부터 8000원까지 다양하다. 처음 살 때는 리필숍에서 제공하는 전용 용기를 따로 사야 하는 것이 단점이다. ‘용기 적합성’ 때문인데 내용물이 변질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한번 사면 세척해서 다시 쓸 수 있는데, 소독과 건조를 철저히 관리한다. 최근 들어 용기를 다시 가져와 세제 리필만 하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가격도 시판 제품의 절반 정도다.

음료 리필처럼 밸브를 열면 세제가 나온다. 저울로 무게를 재 값을 매긴다.


마트에서 비닐 포장지에 든 리필 세제를 사서 기존 용기에 담아 써 본 적은 있지만, 아예 세제만 소분해서 살 수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 가격도 저렴하고 플라스틱 사용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일일이 세제를 담아 무게를 재고 값을 치르는 것이 번거로울 수 있지만, 세제를 직접 만들어 쓰는 분들에 비하면 이 정도는 즐거운 수고다. 

가까운 곳에 이런 가게가 있어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면도 다행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다양한 실험이 책방과 기업 등 민간뿐만 아니라 도서관이나 평생학습관 등 공공기관에서도 더 많이 시도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체험을 마치며 소소하지만 지구에 해가 되지 않는 습관을 매일 꾸준히 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마음 먹는다. 

 

정책기자단|신연정yjfpeace@naver.com
남다르기 보다 나 다운 글을 쓰려 노력합니다.
시민의 눈높이로 본 정책을 쉽고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Copyright © 정책브리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