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를 구하는 '산소 인간'.. 재산 털어 코로나 환자에 산소 공급

허유진 기자 2021. 5. 1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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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뭄바이에 거주하는 샤나와즈 샤이크(32)가 산소 실린더를 정비하고 있다. 그는 인도 뭄바이에서 코로나 환자들에게 무료로 의료용 산소와 병상 등을 제공해 '산소 인간'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하루 평균 코로나 확진자가 30만 명을 넘은 인도에서는 의료 시스템이 붕괘됐다. 코로나 중증 환자들은 병상이 모자라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의약품과 의료용 산소도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을 털어 코로나 환자에게 의료용 산소와 병상을 제공해주고 의료진을 연결해주는 ’산소 인간'이 등장했다. 산소 인간은 바로 인도 뭄바이에 거주하는 샤니와즈 샤이크(32)다.

11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샤이크는 지난해 6월 뭄바이에서 자선단체 ‘희망의 빛(Ray Of Hope)’을 설립하고 코로나 환자를 돕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친구의 여동생이 코로나로 사망한 뒤 자원봉사에 뛰어들게 됐다. 임신 6개월째였던 친구의 여동생은 코로나 증상이 중증임에도 병상을 구하지 못해 병원 문 앞에서 죽었다. 샤이크는 CNN에 “산소만 있다면 태아와 산모 모두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뭄바이 빈민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샤이크는 코로나 유행 전까지 작지만 성공적인 건설회사를 경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코로나 유행과 인도의 봉쇄 조치로 사업을 접어야 했다. 그는 먼저 사비로 200달러(약 227만원)로 산소 실린더 30개를 구입했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필요한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소문을 타고 늘어난 도움요청에도 자금이 떨어져 도울 수 없던 샤이크는 3만 달러를 주고 샀던 포드사의 차를 1만2000달러(약 1362만원)에 팔았다. 그는 이 자금으로 산소 실린더 160개를 추가 구매했다.

샤이크의 선행이 뭄바이에서 유명해지며 같이 돕겠다는 봉사자들이 모여 희망의 빛이 출범했다. 현재 자원봉사자 20명이 일하고 있는 이 단체는 의료용 산소 실린더 240개를 보유하고 있다. 단체는 마트를 개조해 인공호흡기와 코로나 간이 병상을 갖췄으며, 코로나 환자들이 이용 가능한 병원과 병상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서는 직접 의료진을 중계하거나 의료비를 대신 지불하기도 한다.

'산소 인간' 샤이크가 지난해 6월 코로나 환자를 돕기 위해 설립한 자선단체 '희망의 빛(Ray Of Hope)' /트위터

CNN은 이 단체가 지금까지 약 7000명의 코로나 환자를 도왔고, 하루에 약 500~600건의 도움 요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레슈마 압 샤이크(37)는 ‘산소 인간' 샤이크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샤이크의 산소 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자 가족들은 그를 오토바이 택시에 태우고 13시간 동안 병상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의료 체계가 망가진 인도에서 병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지푸라기를 붙잡는 심정으로 샤이크의 남편의 사촌 메무드 칸은 인터넷에서 유명한 샤이크에게 도움을 청하자 그들은 한시간만에 산소 실린더를 제공받았다. 칸은 “산소 실린더가 샤이크의 생명을 구했다”고 했다.

지난 4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칸찬 데디히야(75)는 한 달 동안 산소 인간의 도움을 네 번 이상 받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의 손자는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샤이크는 기꺼이 돕기를 원했다”라며 “산소 인간은 한번도 도움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즉시 산소 실린더를 가지고 찾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에서 코로나 확진자는 폭증하는 반면, 의료 체계가 붕괴되며 백방 힘을 서도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가 증가했다. 샤이크와 그의 단체는 최근 고령의 코로나 확진자를 구급차에 태우고 7시간 동안 약 20개의 병원을 돌았지만 결국 병상을 찾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간 이 환자는 의료용 산소를 제공받았음에도 결국 사망했다.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도 심해지며 환자에게 제공할 산소 확보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의료시설은 산소 공급량의 약 15%를 소비하고, 나머지는 산업용으로 사용되지만, 인도는 산소 공급량의 90%(하루 7500mt)를 의료용으로 전환했다. 10t에 약 2달러였던 의료용 액체 산소는 암시장에서 최근 47달러까지 20배 이상 급증했고, 산소 실린더 통 가격도 40달러에서 135달러로 3배 이상 뛰었다. 샤이크는 “나라가 코로나로 절망에 빠졌는데 일부는 이를 수익 창출의 기회로 쓰고 있다”라며 “정말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샤이크는 어려움 속에서도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온라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뭄바이 시민들에게 무료로 의료용 마스크를 나눠주며 코로나 확산 방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샤이크는 “어려운 상황들이 의욕을 떨어뜨리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사람들이 서로 도와야 할 때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도우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일 인도 뭄바이에서 샤이크와 자원 봉사자들이 뭄바이 시민들에게 마스크 500장을 나눠주며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있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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