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정책 '잘 접수했다'면서..북한이 조용한 이유는?
한미 정상회담 발표 이후 입장 정할 가능성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설명 제안에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인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18일까지 별다른 동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삼지연시 꾸리기 3단계 공사 상황, 모내기 실적 등 내부 사안에 집중했다. 지난 2일 총 3건의 담화로 한미에 적대적 메시지를 발신한 이후,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내부 충성심과 결속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미국의 접촉 요청에 실무 수준에서 잘 접수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지난 10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대북정책이 북한에 어떤 방식과 수준으로 전달됐는지,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지난달 30일 검토를 마친 바이든 정부 대북 정책은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을 통해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일괄타결식 접근법이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는 다른 '단계적 접근법'이란 설명이다.
북한도 일단 외교적 '셈법' 구상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북한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접촉과 연설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올 초 8차 당 대회에서 밝힌 대미 '강대강, 선대선' 원칙대로 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앞서 바이든 정부는 지난 2월 다양한 채널을 통해 북측과 접촉하려 했으나 답을 얻지 못했다.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3월17일 담화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미국의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저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라고 재차 밝혔다.
아울러 지난 2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대단히 큰 실수를 했다"라고 맹비난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반발이다. 또 같은 날 김여정 당 부부장과 외무성 대변인은 각각 한미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내며 긴장감을 높였다.
북한은 최근 다시 관영매체를 통한 대남, 대미 메시지는 자제하고 있지만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대외 입장을 세우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우리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세계의 모든 나라들과 친선단결을 강화하고 진정한 국제적 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적어도 오는 21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까지는 대외 정책을 점검하고 회담 결과에 따라 최종 방향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이와 별개로 북한은 최근 선전매체를 통해 남한의 신무기 도입과 군사훈련에 대해선 날을 세우고 있는데, 이를 두고 향후 대남, 대미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무력 도발의 명분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통일의 메아리' 등은 국방부의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대대 창설 계획과 이달 한미 연합 공수화물 훈련 및 화랑훈련을 겨냥해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무모한 호전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섣부른 무력 시위는 당장 북한으로서도 크게 득이될 것이 없어 한미 정상회담 전 도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북한은 지난 3월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이후 별다른 군사 동향은 드러내지 않고 있다.
또 일각에선 북한이 '시선끌기'에 나서더라도 남한을 겨냥한 저강도 도발이나 추가 담화 발표 등으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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