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아파트' 강남 원베일리 분양..5060 현금 부자 잔치판
도전 조차 어려운 3040 청년층
강남 원베일리 아파트 일반분양을 앞두고 '규제의 역설'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 아파트는 청약 가점이 높고 현금 10억∼15억 원을 동원할 수 있다면 10억∼15억 원의 차익을 낼 것으로 예상돼 벼락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공급이나 추첨제 물량이 없고, 분양가가 가구당 모두 10억 원 이상이어서 대출도 막힌 상황이라 결국 돈 많고 가점 높은 5060 중장년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아파트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강 변의 신반포3차와 경남아파트를 밀어내고 지하 3층 지상 35층, 23개동 2천990 가구로 조성됩니다. 이에 인근의 아크로리버파크에 맞서는 새로운 한강 변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습니다.
이곳은 우수한 생활 인프라를 갖고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3·7·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과 신반포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으며, 올림픽대로와 반포대로가 인접해 있습니다. 또한 인근에 유명 초중고교가 즐비해 명문 학군으로 언급되기도 합니다.
이 아파트는 조합원 물량을 제외한 전용면적 46∼74㎡ 224가구가 일반에 분양됩니다. 구체적으로 49㎡(18평)가 2가구, 59㎡(24평)가 197가구, 74㎡(30평형)가 25가구입니다. 분양가는 최소 평형인 49㎡가 10억∼11억 원, 59㎡가 13억∼14억 원, 74㎡가 17억∼18억 원 선으로 예상됩니다.
분양가가 시세의 60% 이하인 탓에 서울에서 청약을 준비하는 무주택자들에게는 당첨될 경우 벼락부자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해당 아파트는 '꿈의 아파트', '황제 아파트'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습니다.
이 아파트 일반분양 가격은 3.3㎡당 약 5천669만 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보입니다. 그러나 평당 1억 원이 넘는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거의 반값에 해당합니다. 삼성물산이 건설한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고려하면 바로 옆 아크로리버파크를 능가해 평당 1억5천만 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95㎡는 최근 26억 원, 전용면적 84.95㎡는 34억∼38억 원대를 보였습니다.
현금 10억∼15억 원을 쏟아부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리 청약가점이 높은 무주택자라 하더라도 도전이 어렵습니다.
모든 평형의 분양가가 9억 원을 넘어 특별공급을 노렸던 예비 청약자들은 보람이 없게 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8년 청약제도를 개편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가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은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특별공급 대상자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생애 최초나 다자녀 가구, 신혼부부, 노부모 부양자 등이 해당합니다. 일각에서는 소셜믹스 차원에서 공공임대 물량은 148가구가 나오는데 특별공급이 막힌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분양가가 고가주택 기준인 9억 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도 불가합니다.
애초 이 단지는 작년 7월 부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상한제 시행 직전 관할 구청에 입주자모집공고 신청서를 냈습니다.
그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산정한 일반 분양가(3.3㎡당 4천891만 원)를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한 탓에 결국 상한제를 적용받았습니다. 이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책정한 분양가 대비 평당 8천만 원이나 높게 분양하는 모습이 발생했습니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심사 가격보다 5∼10% 정도 분양가가 낮을 것이라는 전망과는 전혀 다른 결과입니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이런 문제점을 지적받은 변창흠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초 취지가 훼손돼 안타깝다"면서 "제도 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책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연내 분양 예정인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 15차), '신반포 메이플 자이'(신반포 4지구), '디에이치 방배'(방배 5구역)는 물론 사상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강동구 주공둔촌아파트에서도 일반분양 물량은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분양가가 9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특별공급은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청약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원베일리의 경우 가점이 거의 만점에 가까워야 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주택기간이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짧고, 부양가족도 적은 3040세대에게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예컨대 30대 40대 50대 등 세대별(연령기준) 무주택자 비율을 따져 분양 가구를 배정한 뒤 세대별로 청약 경쟁을 하도록 하면 젊은층에게도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선 고가주택의 기준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었습니다. 서울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이 10억 원이 넘은 상황에서 9억 원 아파트를 고가 주택이라고 규정해 청약과 대출 규제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것입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잉태한 로또 아파트가 누구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청약 가점이 낮은 젊은층에게 서울 요지의 고가 아파트 청약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고가주택의 기준선을 9억 원에서 12억 원선으로 높여 특별공급이나 대출 숨통을 터주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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