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의 '양과 질'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칼럼니스트 정효진 2021. 5. 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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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육아법] 가장 좋은 건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
아이 교육에는 '양보다는 질' 또는 '질보다는 양'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본질이다. ⓒ베이비뉴스

우리는 '양'과 '질' 사이에서 갈등할 때가 있다. 인생만 하더라도 가늘고 길게 살겠다는 사람과 짧고 굵게 살겠다는 사람이 있다. 무엇이 올바른 기준이라고 할 수 없으나, '양보다는 질'이라는 말이 '질보다는 양'보다 익숙한 것을 보면 우리는 은연중에 양보다는 질의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도전할 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있어야 한다고 배웠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도 그 지루함을 견뎌야지 그 과정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질보다는 양'이 '양보다는 질'보다 더 큰 가치를 발휘한 실험이 있다.

'예술과 두려움'이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 있다. 한 도자기 공예 교수가 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 채점 기준을 다르게 제시했다. 한 그룹은 도자기를 제작한 '양'을 기준으로, 다른 그룹은 '질'을 기준 삼아 점수를 매긴다고 했다. 각각 다른 기준으로 작품을 평가하겠다고 한 후, 한 학기가 끝났을 때 '미적', '기술적 완성도', '섬세함' 측면에서 최고의 작품을 많이 만든 학생은 '질'이 아닌 '양'을 기준으로 채점한 그룹의 학생들이었다. '질'을 강조한 학생들은 딱 하나의 작품만 제대로 완성하면 된다고 생각하여 완벽하고 정교하게 빚은 도자기 한 점을 제출할 수 있었으나, 이론에만 치우쳐 연습도 부족하고 실력도 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을 강조한 학생들은 더 많은 작품을 제출하려고 많이 만들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자기 만드는 기술이 능숙해졌고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 것이다.

이를 자녀 교육에 빗대어 보자. '질'에 초점을 둔 교육 방식은 잘 짜인 스케줄과 규칙을 강조하는 유형이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부모는 아이가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이렇게 하는 게 맞아', '이 문제는 이 방법이 정답이야', '그다음에는 저걸 해야 하는 거 알지', '이건 규칙이야. 그대로 하면 돼', '이건 기준에 어긋나기 때문에 수정하는 것이 좋겠는데' 등의 말로 일정한 형식을 가르치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다고 생각하고 순종적이면서 의존적인 사람으로 성장해 비교적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규칙의 틀 안에 갇히게 되면 눈에 보이는 것만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어려움이 있을 때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이 될 수 있고, 넓은 관점으로 사고할 수 없게 된다. 반면, '양'에 초점을 둔 교육 방식에서는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지 않고 '뭐든지 해봐', '해봐야지 알지', '이것도 해 볼까' 등의 말로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내적 탐구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는 새로운 것을 알고자 하는 내적 동기가 강해져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정해진 규칙을 알려주지 않은 채 '너 마음대로 해봐', '뭐든지 알아서 하렴'이라고 한다면 아이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불안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두 가지 유형 중 어떤 부모가 더 좋은 부모일까. 사실 정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 그 방식은 달라져야 하고, 아이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문제는 부모 스스로 자신의 기준에 따라 그것이 정답이라고 판단하고 아이를 맞추고 키울 때이다. 규칙이나 원칙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다. 아무런 규칙 없이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둔다면 자기중심적 사고와 행동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은 단호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아이 교육에는 '양보다는 질' 또는 '질보다는 양' 중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아이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그것이 아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본질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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