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나은행 실사 결과 UK펀드 16~37%만 회수 가능

김소희 기자 2021. 5. 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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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펀드 3종은 모두 영국 사업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고수익 이자를 받는 투자 모델로 국내 고객을 모았다.

18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하나은행의 '영국 신재생에너지, 루프탑, VAT 펀드 투자자보호방안 설명 자료'에 따르면 UK펀드 3종 전체 투자금액 1363억원 가운데 215억~505억원만 환수 가능한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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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보다 회수율 낮아
최종 회수 금액은 변경 가능

1300억원대 환매중단을 일으킨 ‘UK펀드 3종’의 투자금이 15.8~37.0%만 회수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사 하나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회계법인을 통해 실사한 결과다. 회수율이 40%대로 추정됐던 라임 펀드보다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UK펀드 3종은 모두 영국 사업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고수익 이자를 받는 투자 모델로 국내 고객을 모았다. 그러나 투자금이 투자설명서와는 다른 곳에 투자되거나, 예상하지 못했던 선순위 채권자가 등장해서 국내 투자자의 자금 회수 순위가 밀렸다.

펀드를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는 하나은행의 신모 전 상품기획부 차장은 해외 이민을 이유로 퇴사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신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기죄로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제공

18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하나은행의 ‘영국 신재생에너지, 루프탑, VAT 펀드 투자자보호방안 설명 자료’에 따르면 UK펀드 3종 전체 투자금액 1363억원 가운데 215억~505억원만 환수 가능한 것으로 예상됐다. 예상 회수율이 15.8~37.0%로 측정된다는 의미다. 손실액은 858~1148억원으로 예상됐다.

UK펀드 3종은 ▲신재생에너지 펀드 ▲루프탑 펀드 ▲부가가치세(VAT) 펀드다. 이들 펀드는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차례로 환매가 연기됐고, 하나은행은 지난해 11월 법적 회수 조치가 지연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현지 실사에 착수했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총 535억원의 자금을 모은 ‘신재생에너지 펀드’의 예상 회수율은 18.9~52.4%로 전망됐다. 101억~280억원의 자금만 회수 가능하다는 의미다. 255억~434원은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판매액이 258억원인 ‘루프탑 펀드’는 5.8~16.3%만 회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14억~42억원의 자금을 회수한다는 의미인데, 200억원대 손실 가능성이 있다.

판매액 570억원의 ‘VAT 펀드’는 예상 회수율은 17.5~32.1%다. 99억원~182억원의 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으로, 388~471억원가량의 손실이 예상된다.

하나은행의 '영국 신재생에너지, 루프탑, VAT 펀드 투자자보호방안 설명 자료'에 나온 UK펀드 3종 실사 결과 요약서 일부.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신재생에너지 펀드, 루프탑 펀드, 부가가치세(VAT) 펀드의 예상 가능 회수율이 나와 있다./독자 제공

세 펀드가 UK펀드로 묶여 불리는 이유는 상품 구조의 유사성 때문이다. 세 펀드는 모두 카리브해의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 있는 법인에 자금을 공급했고, 해당 법인은 영국의 사업회사에 대출을 제공했다. 신재생에너지 펀드는 신재생에너지 시설 개발 회사에, 루프탑 펀드는 루프탑건물 투자 회사에, VAT 펀드는 부가가치세 납부 예정인 사업자에게 대출금을 제공했다.

그러나 실사 결과 세 펀드는 엉뚱한 곳에 투자되거나, 국내 투자금이 후순위 채권자로 밀린 것으로 드러났다. 신재생에너지 펀드는 국내 투자자의 동의 없이 대리자를 앞세운 자금이 선순위 채권자로 들어온 정황이 확인됐다. 루프탑 펀드는 국내 자금이 후순위 채권자로 밀렸을 뿐만 아니라 투자제안서에 나와 있지 않은 부동산에 투자됐다. VAT 펀드도 엉뚱한 자산에 자금이 대출된 상황이다.

세 펀드를 기획한 사람은 하나은행의 신모 당시 상품기획부 차장으로 지목됐다. 그는 펀드가 본격적으로 환매 연기 시작된 2019년 12월보다 3개월 이전인 그해 9월 싱가포르 이민을 이유로 하나은행을 퇴사했다. 금감원은 올해 신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사기죄로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나은행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하나은행이 판매한 영국 펀드에 대해 투자원금의 50%에 해당하는 가지급금을 우선 지급하는 투자자 보호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실사 결과에 나온 수치는 미확인된 사실에 대한 가정이 포함된 것으로 펀드 사후 관리 이후 최종 회수액은 상이할 수 있다”면서 “이번 투자자 보호 방안 시행 단계에서 국내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조를 통해 펀드 투자금 회수를 위해 전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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