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으면 No 마스크? 전문가들 "괜찮지만 신중해야" 왜

배준용 기자 2021. 5. 18. 09: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 대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도록 방역 수칙을 완화했지만, 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17일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내 대형마트와 카페 등이 백신 접종 완료자의 ‘노 마스크’ 수칙을 속속 수용하고 있지만, 미국인 상당수는 백신을 맞고서도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며 마스크를 벗지 않는 실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마스크 착용 지침 완화'에 대해 연설을 마친 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웃으며 퇴장하고 있다./AP=연합뉴스

◇백신은 바이러스 전파 차단 못하나

일각에선 코로나 백신의 바이러스 전파 차단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온다. 올 초 미 하와이대 연구팀은 “백신을 접종해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입, 코, 목의 점막에서 증식돼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국내 일부 학자도 “백신은 상기도(上氣道) 점막의 감염은 막을 수 없다”며 백신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할 능력은 없다고 주장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백신을 맞아도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감염을 막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진홍 대한감염학회 회장은 “바이러스가 감염을 일으키려면 충분한 양이 침투해야 한다는 게 기본”이라며 “백신을 맞으면 몸에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면역작용으로 바이러스가 대량으로 증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고 전파력도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백신이 가진 중증 예방 효과와 전파 차단효과는 분명하다는 것이다.

백신이 상기도 감염을 막지 못한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유 회장은 “백신을 맞으면 혈액에 항체가 돌고, 상기도 점막 등에서 감염이 일어나면 혈액의 항체가 점막까지 가서 면역작용을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을 맞아 항체가 잘 형성되면 상기도의 점막 등에 달라붙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방어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감염 차단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백신 방어력 확실...미접종자도 가능”

전문가들 대부분은 코로나 백신이 중증과 사망을 예방하고 전파를 차단하는 효과가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접종률과 무관하게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마스크를 벗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접종 완료자에 계속해서 마스크를 씌우자는 건 과학적 근거보다도 행정관료주의의 과도한 소극성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백신의 방어력이 분명한 만큼 미국의 마스크 수칙 완화도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백신을 접종하고도 코로나에 감염되는 일명 ‘돌파 감염'의 위험을 들어 마스크 수칙 완화에 신중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돌파 감염은 예외적이고 극소수의 사례이기 때문에 마스크 수칙 완화에 과도하게 반영할 부분은 아니다”라며 “돌파감염이 우려된다면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이라는 것도 무의미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백신이 100% 완벽하지 않지만 백신의 효과가 분명하다면 그에 맞는 수칙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 보건당국 역시 이번에 마스크 수칙을 완하하며 “돌파감염이 일어난 확진자도 바이러스 배출량이 적어 전파력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설령 돌파감염이 일어나더라도 전파 위험이 크지 않아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의 위험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외 노마스크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질병관리청도 “실외에서 2m 거리두기 유지가 가능한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수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바이러스 입자가 실외에 배출되면 기압에 의해 2m 이상 퍼질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실외에서도 다중이 밀집하거나 타인과 대화하는 경우, 2m 거리두기 유지가 어려운 경우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상혁 부회장은 “질병청의 야외 마스크 수칙과 달리 일선 지자체 중에서는 야외 공원 등에서도 거리두기 가능 여부와 무관하게 무조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비과학적 수칙이 남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수칙 완화, 아직은 신중해야”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접종에 따른 마스크 수칙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우선 마스크 수칙을 서둘러 완화할 경우 미접종자들이 덩달아 다른 방역 수칙 준수에 소홀해질 가능성도 있다. 유진홍 회장은 “마스크를 벗으려면 일단 접종률이 충분히 높아져 사실상 코로나 종식을 말할 수 있는 단계가 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단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사실상 집단면역에 가까운 수준에 도달한 다음 마스크를 벗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마스크 수칙을 완화한 또다른 근거는 현재 미국 내 주요 변이가 영국 변이로, 미국에서 접종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방어력을 충분히 갖는다고 입증된 변이라는 게 질병관리청 설명이다. 가령 미국에서 백신이 통하지 않는 다른 변이가 유행을 주도할 경우에는 마스크 수칙이 재차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통용되는 백신이 작동하지 못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언제, 어디서 출현해 어떻게 유행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도 감안해 접종률이 충분히 높아진 다음 마스크를 벗는 게 그나마 안전하다”고 말했다.

돌파 감염의 전파 위험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게 없는 점도 불안한 대목이다. 마상혁 부회장은 “백신이 100% 완벽하진 않기 때문에 접종자 중에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이 얼마나 전파력이 있는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코로나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불확실한 만큼,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더라도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