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BS 대해부] ③ "시장 발전하려면 인맥 장사 통한 그들만의 리그서 벗어나야"

김소희 기자 2021. 5. 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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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PBS 시장에서도 인맥 네트워크가 영향 미쳐
프라임브로커, 스스로 보호한단 생각으로 실사 충실해야
수익률 조작 예방하려면 수탁사 역할 중요해

지난해 불거진 라임 펀드 사태에선 헤지펀드 업계의 ‘인맥 장사’가 폐단으로 지적됐다. 헤지펀드와 프라임브로커(헤지펀드의 자산 운용을 돕는 서비스 제공 사업자)가 함께 펀드 수익률 조작에 가담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KB증권과 라임자산운용의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주도한 KB증권 델타솔루션부 A팀장은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와 같은 연세대학교 재무연구학회 출신이었다.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사업본부 B 전 본부장은 A팀장과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현재 라임 펀드의 부실을 감추려고 펀드 구조를 변경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이렇게 인맥을 통한 무리한 계약관계를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부실을 은폐하려 했고, 결국 국내 PBS 시장의 투명성도 크게 훼손됐다.

조선비즈는 영주 닐슨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국내 프라임브로커들이 서비스의 투명성을 높이고 헤지펀드의 견실한 중개인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방안에 대해 물었다.

그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15년간 포트폴리오 매니저로서 헤지펀드 전략을 운용하면서 글로벌 프라임브로커들과 함께 일한 금융 전문가다. 뉴욕 헤지펀드 퀀타비움의 최고투자책임자, 뉴욕 시티그룹·베어스턴스·JP모건의 시스템트레이딩 헤드, 바클레이즈 글로벌인베스터스와 알리안츠 드레스너 애셋매니지먼트의 헤지펀드 전략 리서치 총괄 임원 등을 역임했다.

닐슨 교수는 “PBS가 헤지펀드 실사를 충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실사를 토대로 검증된 헤지펀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프라임브로커가 단순히 헤지펀드의 거래 중개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헤지펀드에 투자할 투자자를 소개하는 적극적 역할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헤지펀드와 함께 성장하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다음은 닐슨 교수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 일문일답.

영주 닐슨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국내 대형 프라임브로커들이 라임자산운용의 부실한 운용을 도왔다.

“라임펀드 사태는 정확한 검증 없이 업계 네트워크(인맥)로 PBS계약이 이뤄지면서 문제가 커졌다. (닐슨 교수의 말대로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PBS 담당자들은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와 대학 동문 등 과거부터 알던 사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의 프라임브로커 역시 인맥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도 함께 일하던 프라임브로커로부터 리서치 프로젝트를 부탁하는 연락을 아직도 받는다. 이런 인간관계를 통한 업무 관계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도 있다.

아무리 인맥을 통한 업무가 이뤄진다고 해도 헤지펀드 자체에 대한 실사 의무는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근 10여년 사이 프라임브로커가 헤지펀드의 투명성을 실사하는 것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프라임브로커가 헤지펀드를 검증해야 할 이유가 있나.

“원칙적으로는 프라임브로커는 감독기관이 아니다. 헤지펀드의 투자운용 전략을 신경 쓸 이유가 없다. 하지만 프라임브로커가 자신을 보호하려면 거래의 적정성을 따져야 한다. 헤지펀드가 파생상품을 거래하다 운용에 문제가 생기면 함께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헤지펀드가 자금세탁과 같은 불법을 저지른다면 PBS 역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실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국내 수탁사들이 사모펀드 사태 이후 수탁 업무를 맡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닐슨 교수는 수탁사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닐슨 교수는 “프라임브로커 이외에 제3의 수탁자가 있어야 수익률이나 자산 규모를 속이는 일이 어려워진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 제3의 수탁자를 통해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으므로 보다 객관적으로 자산 현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정다운

국내 PBS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국내 프라임브로커도 충분히 국내 자산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글로벌 헤지펀드를 유치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글로벌 펀드들과 일하기 위해선 이들의 계약 관행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해외에서는 규모가 큰 헤지펀드는 보통 복수의 PBS와 계약을 맺는다. (1개의 헤지펀드와 전속 계약을 맺으려 하지 말고) 복수의 PBS 중 하나로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략이 글로벌 헤지펀드와 일하기 위해 필요하다.”

해외 펀드들은 왜 복수의 프라임브로커와 거래하나.

“헤지펀드에 자금을 투자하는 클라이언트(투자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헤지펀드가 여러 PBS를 이용해야 더 나은 트레이딩(거래)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 PBS에게 펀드 자산운용을 모두 맡기면 투자한 자산 가격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복수의 PBS에 자산을 맡긴다.”

PBS 시장이 성장하려면 국내 헤지펀드도 성장해야 한다.

“PBS 역할을 확대해 투자자 소개(Capital Introduction) 부문을 강화하는 것도 헤지펀드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 PBS가 헤지펀드에 투자자를 소개해주고, 헤지펀드는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 PBS와 펀드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 계약을 체결한다.

이렇게 펀드를 키워나가면 PBS도 자연스럽게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는 사명감에 의한 것이 아니다. 그저 프라임브로커 또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건전한 서클을 형성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업계 네트워크가 마냥 헤지펀드 업계의 폐단으로만 전락하지 않는다.”

국내 헤지펀드 산업의 발전을 위해 조언한다면.

“최근 5년간 한국 헤지펀드 업계를 평가해보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 같다.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에서 모든 헤지펀드가 절대 수익률 등 똑같은 기준을 중심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마다 다양한 투자 스타일이 있고, 이에 따른 전략과 투자 자산군이 형성되면 목표 수익률이 펀드마다 달라질 수 있다. 개별 투자 자산에 대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데, 이런 시장 세분화가 국내 헤지펀드에는 없다. 이런 식으로는 헤지펀드 시장이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을 다양화하고 세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픽=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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