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포르쉐 타이칸 4S, 강원도 고갯길을 넘나들며 345Km을 달리다
포르쉐 코리아가 타이칸의 시승을 위해 기자들을 강원도 고성으로 초청했다. 전기차 타이칸의 시승장소를 강원도 고성으로 정한것은 바로 실망스러운 주행 거리를 인증 받은 ‘포르쉐의 첫 번째 전기차’ 타이칸의 주행 거리에 대한 ‘설욕전’을 펼치지 위해서다.
이번 주행의 파트너는 타이칸 중에서도 4S 모델로 1회 충전 시 289km의 주행 거리(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기준)를 인증 받은 차량이며 490마력(오버부스트 시에는 571마력)에 이르는 강력한 출력으로 ‘포르쉐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타이칸 시리즈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존재다.
과연 타이칸은 강원도의 구룡령, 운두령, 대관령의 업,다운힐을 포함하고 있는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어떤 주행감각과 다소 실망스러운 ‘인증 주행거리’의 자존심 회복을 이뤄낼 수 있을까?
350km의 주행 코스를 마주하다
강원도 고성의 르네블루바이워커힐 호텔에서 타이칸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시승 코스 브리핑을 실시했는데, 브리핑에서 설명한 시승 코스는 꽤나 난감했다. 타이칸 4S의 국내 공인 주행 거리는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를 장착한 후에도 289km에 불과한데 주어진 시승 코스는 무려 350km에 이르는 거리를 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기차를 위한 주행 속도, 혹은 주행 구간이 아닌 강원도에서도 이름 높은 구룡령과 운두령 그리고 대관령등 말 연비보다는 동력 성능을 중점으로한 구간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내연기관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전기차의 경우에는 악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을수록 연료 효율성이 극도로 낮아진다는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상황이기 때문에 '공인 인증 주행 거리가 289Km인데 총 350Km의 코스를 달려? 그것도 절반이 넘는 코스를 고갯길로 주행을 해야 하는데, 과연 추가 충전없이 달릴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타이칸으로 향했다.
포르쉐가 그려낸 첫 번째 전기차
고성과 양양 그리고 홍천을 아우르는 시승을 위해 준비된 타이칸 4S는 4,965mm의 전장과 1,965mm의 전폭, 그리고 1,380mm의 전고로 전장은 꽤나 길지만 넓고, 낮은 차체는 말 그대로 ‘포르쉐의 스포츠카’를 온전히 구성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2,900mm의 휠베이스는 실내 공간과 고속 주행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는 부분이다. 다만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의 적용으로 공차중량은 무려 2,270kg에 이른다.
마치 길게 그려진 911를 보는 기분이 드는 타이칸 4S의 디자인은 포르쉐의 아이덴티티와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이 효과적으로 조화된 모습이다. 낮게 떨어지는 본넷 디자인과 수직 에어 인테이크를 통해 바디를 관통하는 공기의 흐름을 만들었고 LMP1 레이스카 ‘919 하이브리드’를 떠올리게 하는 4-유닛 타입의 헤드라이트는 포르쉐 특유의 본넷보다 높게 강조된 휀더 디자인등과 조화를 이뤄 감각적인 만족감을 높이고 있다.
측면 디자인 역시 유려하게 그려진 루프 라인과 포르쉐 특유의 볼륨 등을 더해 깔끔하면서도 포르쉐 본연의 가치를 드러내는 4도어 모델의 감성을 선사한다. 그리고 바디와 일체감을 느끼게 하는 전동 팝 아웃 방식의 도어 핸들과 액티브 쿨링 에어 플랩과 어댑티브 스포일러가 포함된 ‘포르쉐 액티브 에어로 다이나믹’ 등 의 유려한 구성과 함께 낮은 무게 중심을 구현 한 점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이어지는 후면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포르쉐 고유의 실루엣을 보다 명확히 드러내고,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나 특유의 레터링 등은 ‘본연의 가치’를 명확히 드러낸다. 이렇듯 타이칸 4S 및 모든 타이칸은 ‘전기차’ 이전에 포르쉐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함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참고로 이번에 탄 차량에는 옵션 사양으로 마련된 20인치 크기의 스포츠 에어로 휠이 독특한 디자인을 뽐내며 장착되어 있었고 외장 컬러 역시 아이스 그레이 메탈릭(Ice Grey Metallic)으로 명명된 독특한 컬러로 구성되어 시선을 집중시켰다.
포르쉐 3-서클의 공간
타이칸 4S의 실내 공간은 최신의 포르쉐가 제시하는 감성과 EV의 모델만의 기술적 매력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대시보드 및 센터페시아의 전체적인 실루엣, 스티어링 휠 등의 구성은 전통적인 포르쉐의 감성을 제시한다. 대신 계기판의 경우에는 3-서클 타입의 디지털 클러스터 그래픽을 일반적인 디스플레이 패널이 아닌 ‘커브드 디스플레이’ 패널에 연출해 기술적인 발전을 한층 직접적으로 느끼게 한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디스플레이 패널은 물론 조수석 부분의 디스플레이 패널 모두 터치 인터페이스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보다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고, 만족도 높은 한글화 역시 사용성을 높였다. 참고로 사운드 시스템은 보스의 제품이 더해졌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긴 만큼 실내 공간의 만족감 역시 충분했다. 실제 1열 공간은 만족스러운 크기 및 탑승자를 ‘감싸주는’ 형태의 스포츠 시트가 마련되어 있다.
기본적인 소재도 우수할 뿐 아니라 히티드 및 쿨링 기능이 더해져 우수한 착좌감, 그리고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레그룸, 헤드룸 등에 있어서도 체격이 큰 탑승자를 수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참고로 헤드레스트는 일체형이지만 위치 조절이 가능해 만족감이 더욱 높다.
이어지는 2열 공간은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기본적인 휠베이스도 넉넉한 편이지만 차체 구조에 있어 2열 레그룸을 고려한 만큼 세단 모델로 제 몫을 다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시트의 구성 및 디테일 등에 있어서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2열 시트의 각도가 다소 서 있는 편이라 첫 착좌감이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대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장거리 주행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성능의 매력을 선사하는 타이칸 4S
시트에서 살펴보니 타이칸은 총 4개의 주행 모드를 제공한다. 스티어링 휠에 적용되어 있는 다이얼을 돌리는 것만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4개의 모드는 각각 RANGE, NORMAL, SPORT, SPORT PLUS로 명명되었는데 이번 시승코스가 워낙 다양한 주행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4개의 모드를 환경에 맞게 바꿔가면서 여러 주행 환경에서 에너지 효율과 퍼포먼스에 대한 경험을 해봤다.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시야를 무척 편안하게 하는 장점이 있었으나 스티어링휠을 잡고 있는 손가락이 너무 많이 보이는것은 무반사 필름 같은 것을 붙인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했다.
참고로 시승을 위해 준비된 타이칸 4S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옵션으로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사양이 더해져 1회 충전시 주행거리를 289Km을 확보했고, 최고 출력 490마력과 66.3kg.m의 폭발적인 성능으로 정지 상태에서 단 4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게다가 후륜 액슬에 2단 변속기를 조합, 더욱 효과적인 출력 전개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주행을 하며 마주한 다양한 주행 환경 속에서 이 출력은 너무나 효과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평지를 달리는 순간은 물론이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갈 때에도 거침 없는 ‘힘의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미 일전의 트랙 시승을 통해 더욱 강력한 성능의 타이칸 터보 S를 시승하며 출력에 대한 놀라움을 경험했던 만큼 타이칸 4S의 강렬함은 그리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내연기관이나 어지간한 전기차와 비교한다면 분명 강렬한 ‘성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성능의 발현에 있어서도 만족감이 높다. 실제 우수한 성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엑셀러레이터 페달 조작에 따른 차량의 움직임이 거칠거나 울컥거리지 않는다. 되려 일반적인 성능의 차량을 다루는 것보다 더욱 편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제시한다.
물론 드라이빙 모드를 바꾸면 그 성격이 사뭇 달라진다. 타이칸 4S에는 일종의 에코 모드라 할 수 있는 레인지 모드를 시작해 노멀과 스포츠, 스포츠+, 그리고 인디비주얼 등의 드라이빙 모드가 마련되어 있다.
레인지 모드는 가속 성능 및 조수석 디스플레이 패널의 사용 제한 등이 더해지지만 기본적으로 차량의 성능을 경험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노멀 역시 평이한 모습이다. 대신 스포츠 및 스포츠+를 선택할 때에는 점점 대담하고 강렬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특히 옵션 사양으로 마련된 E-스포츠 사운드, 일반적인 전기차와는 다른 사운드로 실내 공간을 가득 채워 더욱 대담하면서도 강렬한 주행 감성을 느끼게 한다. 다만 워낙 과장된 사운드라 오랜 시간 들으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타이칸 4S는 일반적인 전기차들이 가진 ‘회생 제동’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대신 회생 제동 방식이 스티어링 휠의 버튼을 눌러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회생 제동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았을 때 그 힘이 상당히 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어 ‘효과적인 회생 제동’이 가능했다.
이번 시승코스의 백미는 고갯길이다. 구룡령으로 시작해서 운두령을 지나 대관령까지 이르는 고갯길은 말이 고갯길이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높이가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거대한 산을 연속으로 넘는 것이다. 이 고갯길의 평지 와인딩, 업힐 그리고 다운힐에서 타이칸의 움직임과 악셀러레이터의 필링 그리고 사운드, 브레이킹등에 대해서 체크해봤다.
우선 시승차에는 E-스포츠 사운드라고 하는 추가적인 사운드 옵션이 적용되어있다.
이 옵션은 센터 디스플레이의 화면을 터치하는 것으로 켜고 끄는것이 가능한데, 이로인해 밋밋한 전기차의 윙~ 하는 소리에 추가적인 사운드를 입히는 것이 가능하다. 옵션을 켜면 약간 과장된 사운드가 귓가에 흐르는데 악셀러레이터를 밟는 깊이와 연동되어서 운전자에게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 사운드는 처음엔 이질감 혹은 신기한 느낌이겠지만 사운드의 질감에 있어서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달리는 것에도 어느정도 무게를 두고 있는 스포츠쿠페에는 제법 어울리는 소리라고 생각된다.
주행 감각에 있어서는 고저차가 없는 와인딩 로드와 오르막 구간에서는 별 차이가 없는 느낌이다. 연속 조향이나 한쪽으로 무게가 쏠린다고 해도 차량의 무게가 크게 느껴지지 않아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이끌고 또 조향할 수 있어 그 만족감이 더욱 높았다. 실제 연이은 조향 상황에서도 타이칸 4S는 거침 없는 움직임을 제시했다.
여기에 고속 주행 시에는 차체 낮게 자리한 배터리 덕분인지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해 장거리 주행 및 장시간 주행을 하더라도 큰 불편함 없이 꾸준히 ‘주행을 이어갈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만족스러운 주행을 이어가던 타이칸에도 약간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완만한 와인딩 로드나 고속도로에서는 신경쓸일이 아니지만 급격한 다운힐이나 운전자의 예측보다 깊은 코너링시 차체 웨이트가 순간적으로 한쪽으로 쏠리는 상황에서는 차량의 무게에 비해 타이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꽤나 많이 느껴졌다.
운전에 미숙한 운전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을 받을수 있을것 같다. 이러한 부분만 고려한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누릴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이번 시승에 있어 타이칸 4S의 핵심은 바로 주행 거리의 매력에 있었다.
제원 상, 1회 충전 시 289km의 주행 거리를 확보한 차량이었던 만큼 이번의 350km의 거리를 달리는 이번 시승을 온전한 상태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게다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구룡령과 운두령, 그리고 대관령 등과 같이 험난한 산길을 달려야 하는 코스까지 고려한다면 무척이나 부담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막상 주행을 시작한 이후로는 제법 빠른 속도로 타이칸 4S 그룹을 이끄는 카이엔 터보 쿠페를 따르느냐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밟기 바빴고, 그렇게 한참을 달린 후에야 타이칸 4S의 주행 거리, 그리고 잔여 배터리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주행을 마치고 난 후 잔여 배터리를 19%였다. 처음 97% 상태에서 출발했으니 약 78%의 배터리 전력을 사용한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총 345km의 주행 거리를 달렸음이 기록되었다. 참고로 이에 따르면 약 1kWh 당 5.13km를 달린 것이니 차량의 공인 전비보다 한층 높은 효율성을 경험한 것이다.
게다가 잔여 주행 거리가 88km가량 남았으니 주행 환경, 그리고 코스만 조금 더 뒷받침 된다면 타이칸 4S는 1회 충전으로도 400km 대 후반의 주행 거리도 쉽게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이정도 되니 주행 거리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할 것 같았다.
좋은점: 포르쉐의 미래를 현 시대에서 경험하다.
아쉬운점: 공간은 여유있지만 다소 불편한 2열.
잘 다듬어진 포르쉐의 새로운 존재, 타이칸 4S
포르쉐 타이칸은 사실 포르쉐의 전기차라는 이름으로 별도 구분될 필요는 없다.
누가 보더라도 포르쉐 본연의 가치를 잘 지키고 있으며, 포르쉐 가문의 한 존재라 해도 거부감이 없는 차량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초 우려되었던 주행 거리 역시 이번 시승을 통해 완전히 타파되었으니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타이칸을 마주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타이칸 4S는 그렇게 멋진 4도어 포르쉐의 가치를 제시하고 있었다.
촬영협조: 포르쉐코리아
박낙호 기자 buzz22c@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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