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여기서부터

서울문화사 2021. 5.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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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에 대해 학습하는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가죽 대신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든 시트, 자동차를 휴대용 발전소처럼 사용하는 방법 등. 새로운 기능을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의 미래 전략을 알아봤다.

BMW

8세대 BMW iDrive 시스템과 BMW의 디지털 생태계

BMW가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개했다. 8세대 BMW 아이드라이브 (iDrive)는 차량과 운전자의 상호 작용이 강화된 시스템이다. 특징은 4가지로 나뉜다. 운전자 중심의 디스플레이,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소프트웨어와 주행 보조 기능, 대폭 강화된 연결성이다. 처음 발견되는 변화는 커브드 디스플레이다. 조작 버튼을 대체한 곡선형 스크린이 운전자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외에도 변속기 컨트롤과 스티어링 성향, 섀시 설정 등 주행과 관련된 모든 기능을 음성 명령과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다. 운전자의 성향을 더욱 깊이 분석하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BMW 인텔리전트 퍼스널 어시스턴트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도록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했다. 사람과 대화하듯 소통이 가능하고, 운전자가 자주 가는 장소를 학습해 다음 목적지를 미리 예상한다. 8세대 BMW 아이드라이브는 앞으로 전개될 BMW의 변화에 대한 예고편이다. BMW는 2025년부터 ‘뉴 클래스’라는 새로운 제품군을 출시한다. 이와 함께 대대적인 변혁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독창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지역 특화형 기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통해 차량의 운영체제가 세계 주요 지역 및 해당 지역의 디지털 생태계를 따른 맞춤 구성이 가능해질 것이다.

AUDI

아우디 e-트론 GT의 시트에서 찾은 지속 가능성

지속 가능성은 고민거리가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생존 조건이 됐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 제조 과정에서부터 지속 가능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아우디가 선보인 순수 전기차 ‘아우디 e-트론 GT’에서 주목할 것은 소재다. 고급 차량의 시트와 트림 곳곳에 당연히 적용되었던 가죽이 없다. 대신 인조 가죽과 캐스케이드 소재의 조합 또는 인조 가죽과 다이나미카 극세사 소재의 혼합물 등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다. 플라스틱 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테르 섬유나 잔여 섬유 등을 활용한 것이다. 다이나미카 소재는 알칸타라와 유사한 질감을 띠고, 캐스케이드는 울과 같은 천연 섬유를 연상시킨다. 이외에도 계기반 후드, 스티어링 휠과 중앙 콘솔 트림, 바닥 카펫과 매트 등 가죽과 섬유가 있던 자리는 모두 지속 가능한 소재로 대체됐다. 소재의 변화는 아우디의 다음 전략이 무엇인지 가늠하게 한다. 아우디 e-트론 GT는 전체 생산 과정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한다. 공장은 친환경 전기만 사용하고, 열에너지는 바이오가스 기반의 에너지 발전소에서 제공받는다. 물류 이동 또한 압축 천연가스나 전기 구동 시스템의 탄소 중립 열차를 사용한다. 재활용 소재 사용부터 제조 과정, 물류 이동에 이르기까지. 아우디의 미래는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VOLVO

B6와 볼보의 글로벌 전동화 전략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XC90이 B6라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하고 돌아왔다. 가솔린 엔진에 모터를 더해 연료 효율성과 가속 성능을 향상시켰다. 볼보자동차가 B6 엔진에 힘을 준 이유는 볼보의 글로벌 전동화 전략 때문이다. 기존 T6 가솔린 엔진을 대체하고, 미래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로 보인다. 볼보의 단기적인 목표는 ‘비전 2025’다. 2025년까지 CO₂ 배출량을 40%까지 줄이는 것이다. 전체 판매량의 50%를 순수 전기차로 달성하고, 글로벌 공급망 및 회사 운영 전반에서 CO₂ 배출량을 25%씩 줄이며, 플라스틱 소재의 25%를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사용하는 것이 앞으로 4년 안에 달성해야 할 목표인 것이다. 단기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이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새로운 친환경 파워트레인이다. 이에 따라 B4(197마력), B5(250마력) 및 B6(300마력), 리차지 T8(405마력-전기 모터 포함) 등이 국내 시장을 찾을 것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내세웠다. 기존 T6 모델 대비 가격을 2백60만~4백40만원 인하한 XC90 B6와 XC60 B6 모델을 출시한 것이다. 또 올해 공개한 볼보 최초의 순수 전기차 XC40 리차지도 국내 판매 계획 중이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자동차로 업그레이드 중이다.

ROLLSROYCE

더 갤러리, 움직이는 예술품이 된 자동차

고급 차량들은 비스포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문자가 원하면 없는 색도 만들어서 도장하는 서비스다. 롤스로이스 뉴 팬텀 역시 비스포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런데 색과 소재 정도만 달리하던 기존 비스포크 서비스와는 다르다. ‘더 갤러리’는 예술가의 손길이 더해진 비스포크 서비스다. 차량 대시보드에 원하는 예술가와 협업한 작품을 창작해 새겨 넣는다. 차주의 DNA 구조를 금 도금한 3D 프린팅 조각, 정교하게 가공된 세라믹이나 보석, 실크로 만든 디자인 아트 등 무엇이든 가능하다. 차주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넣는 수준 높은 럭셔리인 셈. 고급 차량의 소유자들이 대부분 미술 애호가란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차주들의 세세한 개인적 취향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더 갤러리’는 미술과 럭셔리에 대한 달라진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해당 작품이 문화나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개개인의 취향을 담는, 보다 나에게 맞춤화된 예술과 럭셔리를 원하는 소비 문화로 읽을 수 있다.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방향도 이와 같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소재와 기술은 바탕이고, 소비자를 사로잡는 기법은 개인의 취향을 담는 것이다. 움직이는 나만의 예술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것. 롤스로이스는 미술계로 이동하고 있다.

MASERATI

엔진 네튜노와 마세라티의 독립

MC20은 마세라티의 변곡점이다. 마세라티는 MC20을 통해 뼈대 굵은 가문들이 자리 잡고 있는 슈퍼 스포츠카 세그먼트에 진입했고, 핵심 기술의 변화도 선보였다. 당연한 소리지만 MC20의 핵심은 엔진이다. 네튜노 엔진은 마세라티가 20년 만에 야심에 차서 선보이는 자체 제작 엔진이다. 사실 마세라티는 2001년까지 엔진을 설계, 개발, 생산해왔다. 그러다 페라리와 한 그룹이 되면서 페라리 엔진을 공유했다. 하지만 페라리와 분리되며 마세라티는 파워트레인 부서를 다시 설립했고, 마세라티에 적합한 자체 파워트레인 솔루션을 설계했다. 그렇게 완성한 첫 번째 엔진이 현재 생산되는 V6 엔진 중 가장 강력한 네튜노 엔진이다. 네튜노는 630마력의 V6 90°, 3,000cc 터보 엔진으로, F1에 사용되어온 기술이 적용됐다. 마세라티는 네튜노 엔진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향후 마세라티의 행보는 슈퍼 스포츠카 기술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마세라티의 고향 모데나에서 성난 엔진음이 들리는 듯하다.

MERCEDESBENZ

MBUX에서 발견한 고전적 가치

메르세데스-벤츠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은 ‘CASE’다. 커넥티드(Connected),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 및 서비스(Shared & Service), 전기 구동(Electric), 4가지 핵심 요소인데, 간단히 줄이면 자동차를 디지털 경험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안전한 주행과 엔터테인먼트, 편안함을 즐기기 위해 차량과 운전자를 단단히 연결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도록 이끌고 있다. 어떻게? MBUX를 통해서다. MBUX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학습 능력을 갖춘 AI가 사용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차량 내 비서를 자처하는 것이다. MBUX를 통해 텔레매틱스나 인포테인먼트, 편의 장비를 직관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먼저 “안녕 벤츠?”라고 말하면 MBUX가 활성화된다. 이후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차량을 조작할 수 있다. 온도나 조명, 라디오, 음악, 전화 통화, 문자 전송, 내비게이션 설정 등의 기능이다. 날씨나 음식점 정보를 검색해 알려주기도 한다. 최근 출시된 더 뉴 E-클래스의 MBUX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도 지원한다.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촬영한 영상을 디스플레이에 표시해 운전자는 직관적으로 도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다. 탑승자 취향에 따라 온도 조절, 통풍, 마사지 등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것도 MBUX다. 차량과의 연결성, 자율주행, 공유와 서비스, 전기 구동 등 CASE 전략의 본질은 편안함이다. 주행으로 인한 피로나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MBUX는 친절한 비서처럼 행동하고, 디지털 경험은 안락한 것이라고 느끼게 한다. 편안함. 그것이 메르세데스- 벤츠가 아날로그 시절에도 지향해온 전통이다.

HYUNDAI

V2L로 확장되는 라이프스타일

자동차는 이동 수단이었다. 요즘은 차에서 먹고 자고 캠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본질은 이동 수단이다. 이동 수단에 최적화되었고. 하지만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며 자동차의 기능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광고 영상에서 보았듯, 숲에서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홈시어터로 영화 보는 것이 가능하다.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통해서다. 아이오닉 5의 배터리를 발전기처럼 사용하는 기능으로 220V 일반 전원을 차량에 연결할 수 있다. 즉, 차량이 이동하는 에너지원이라는 뜻이다. 소비전력은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보다 높은 3.6kW다. 4인 가구 평균 전력 소모량을 기준으로 하면, 완충된 아이오닉 5는 약 4일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량이다. 차량에 멀티탭을 꽂고 노트북을 연결하고, 스피커도 연결하고, 전열 기기도 연결하고, 프로젝터도 연결하고, 뭐든 연결할 수 있다. 전기차는 전력을 충전하는 것에 그쳤지만 V2L를 통해 전기차는 바퀴 달린 보조 배터리가 됐다. V2L 기능을 갖춘 전기차는 비상용 전원으로 사용하거나, 에너지가 부족한 지역에서 유용한 에너지원이 되며, 에너지 저장장치 기능도 한다. 따라서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5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잘빠진 전기차가 아니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다.

JAGUAR LANDROVER

스마트폰을 닮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 프로는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모바일 기기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되었다고 한다. 올 뉴 디펜더를 통해 처음 선보였다. 뉴 레인지로버 이보크 2021년형을 포함해 올 뉴 디펜더 90, 뉴 디스커버리와 재규어 뉴 F-PACE, 뉴 XF 등 앞으로 출시될 모델은 전부 피비 프로가 탑재된다. 피비 프로는 스마트폰과 유사하다. 직관적인 사용법이 그렇고, 내부 사양도 닮았다. 시스템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820Am 칩을 사용하고, 고급 QNX 운영체제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다. 스마트폰처럼 음악을 스트리밍하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등 동시에 여러 기능을 수행한다. 최신 LTE 모뎀이 2개 탑재되어 SOTA 등 안정적인 네트워크 연결 상태를 유지한다. SOTA 시스템은 차량 내부 데이터 연결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쓸 수 있다. 파워스티어링, 브레이크, 엔진 등 개별 모듈이 원격으로 업데이트된다. 서비스센터 방문 없이도 차량 기능은 항상 최신 버전을 유지하게 된다. 사륜구동 등 하드웨어를 자랑해온 재규어 랜드로버가 스마트폰을 품었다고 보면 된다. 디지털 경험이 차에서도 연속되는 것. 이것이 당분간 재규어 랜드로버의 전략으로 판단된다.

EDITOR : 조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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