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새 주인으로 3곳 물망..자금 확보 능력이 관건
[비즈니스 포커스]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한 쌍용차가 5월 중 새 주인을 찾기 위한 공개 입찰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인수 후보로 확정된 곳은 3곳이다. 다만 이들이 실제 쌍용차를 인수할 능력이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쌍용차 매각을 위한 공개 입찰은 5월 말 진행될 예정이다. 매각 주간사 회사는 한영회계법인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법정 관리 개시로 쌍용차는 자율적 매각이 불가능하다. 법원은 조만간 매각 주간사 회사를 선정한 이후 즉시 공고를 낼 예정이다.
쌍용차 매각 금액은 한영회계법인이 6월 10일까지 제출할 조사 보고서에 따라 결정된다.
보고서에는 쌍용차의 채무를 비롯한 재무 상태 등이 평가돼 회생 가능성에 대한 회계법인의 견해가 담긴다. 회사의 계속 기업 가치와 청산 가치도 포함되며 쌍용차의 매각가는 두 가치 사이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美·中 기업 2곳도 인수전 참여 가능성
현재 인수전에 참전 의사를 밝힌 기업은 3곳이다. 우선 협상권을 가지고 있던 미국의 자동차 유통 업체 HAAH, 한국의 전기차 업체 에디슨모터스와 케이팝모터스·사모펀드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쌍용차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 기업도 각각 1곳 역시 쌍용차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추가로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들은 각각 쌍용차의 미래와 비전 등을 공개하고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중이다.
HAAH는 미국에 완성차 판매망을 보유한 만큼 쌍용차 내부에서도 해당 기업의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북미 시장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세단 차량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HAAH는 SUV에 강점을 지닌 쌍용차가 미국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지난해 투자 협상에서 밝힌 것처럼 2023년까지 10만 대 이상을 반조립 생산 방식(CKD)으로 가져가 미국 등에서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에디슨모터스는 경영자가 직접 인수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쌍용차를 5년 안에 흑자 전환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쌍용차가 가진 완성차 인프라에 에디슨모터스의 전기차 기술을 더하면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에디슨모터스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3000억원 정도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갖고 있다.
케이팝모터스와 박석전앤컴퍼니는 4월 22일 쌍용차 인수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자금 마련과 회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수가 확정되면 국책 연구 기관과 협업해 기존 승용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 중소형 선박을 전기어선·상선으로 개조하고 해상과 항공을 동시에 이동하는 전기 위그선과 경비행기 개조 생산 계획도 공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영회계법인의 조사 보고서 발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인수 희망 기업의 구체적인 플랜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정확한 매각 가격이 나오지 않아 인수 희망 기업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으로 6월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우가 고래 삼키는 격…자금 확보 가능할까
시장에서는 쌍용차 인수 후보로 나선 기업들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한다. HAAH는 앞서 ‘돈줄’을 확보하지 못해 1차 인수전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인수 의지는 다른 후보보다 높지만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인수 계획은 또다시 ‘미수’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후보들도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에디슨모터스의 지난해 매출은 897억원, 임직원 수는 180여 명으로 중소기업에 해당한다. 부채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00%가 넘는다.
쌍용차는 매출 2조9502억원, 임직원은 5000여 명이다. 기업 규모로 볼 때 새우가 고래를 인수하는 격이 된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미 조성한 3000억원 투자 펀드의 투자 여력이 1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강력한 인수 의지를 밝히고 있다.
케이팝모터스와 박석전앤컴퍼니는 쌍용차 인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 3조8000억원을 나스닥과 뉴욕증권시장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케이팝모터스는 올해 하반기 나스닥시장에 상장하고 내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이라며 “쌍용차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 중에서 실제 인수자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조사 보고서가 발표된 후 정확한 매각가가 확정되면 현재 후보들보다 규모가 큰 기업이 인수전에 나서 판도를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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